2020년 7월 1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노사정대표가 만나 40여 일간 집중논의를 진행했던 사회적 대화가 민주노총의 최종 협약식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번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는 지난 4월 17일, 민주노총이 코로나 위기극복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공개 제안하여, 정부가 이에 호응함으로써 시작되었다.
한국노총은 이에 앞서 3월 5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선언’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정이 고용안정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에 필요한 대책을 논의해왔다. 이러한 과정에 있었음에도 한국노총은 6월 17일, 중앙집행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경사노위가 아닌 총리가 주재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추진되어야 마땅하지만, 모든 경제사회주체들이 힘을 모아 현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고, 고용불안의 한가운데 놓여 한숨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주요내용
한국노총은 위기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해고금지 및 총고용유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일자리인프라 확대 △상병수당 도입 및 국가재난 질병관리 인프라 확충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의 경제민주화 실현 등의 내용이 담긴 5대 핵심 요구안을 제기했다. 반면 경영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산업환경 속에서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노동유연성 제고, 임금조정, 협력적 노사관계를 요구했다. 노동계의 총고용 보장과 경영계의 쉬운 해고가 맞서는 양상이었다. 노사는 위기상황임을 감안하여 한발씩 물러섰다.
노사정은 합의문에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됐던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언제 다시 확산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대응 체계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노사정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합의한 사항은 큰 틀에서 5가지다.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역할 및 노사 협력 ▲기업 살리기 및 산업생태계 보전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 ▲국가 방역체계 및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 등이다.
노사는 고용유지를 위한 조치에 협력,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 제도 확충
노사는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 휴업 등의 고용유지를 위한 조치에 적극 협력했다.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제도를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개선·보완책을 마련하고 고용유지지원금 90% 상향 지원 기간을 추가 세 달 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했다. 또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을 추가 60일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했다.
노사 간 이견이 발생했던 휴업수당 지급은 기업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법정 휴업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때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청할 경우 법적 범위 내에서 기업 상황, 노사의견 등을 고려하여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산업 동향,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등 업종별 고용동향, 현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의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기간 연장 및 추가 업종 지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상생 협력 확산을 위한 방안도 담았다. 대기업 노사는 중소협력업체가 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으며, 노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해 협력업체 노동자 지원 등에 노력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기본재산 사용범위 확대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해 기간산업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운영자금을 지원해 협력업체의 경영여건 개선을 지원한다고 했다. 해당 중소·중견기업이 고용유지 시 금리인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시행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협력업체에게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 위기 극복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번 사회적 대화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합의도 마련됐다. 정부는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위해 올해 말까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수립한다고 했다. 다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의 경우 정부 입법을 추진하되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노사 및 당사자 의견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업무외 질병 등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소득 손실로 인한 생계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추진하기로 한 것 역시 의미 있는 진전이다.
큰 틀에서 이룬 합의, 지속적인 대화로 구체화
합의문에 고용유지, 사회안전망 확충, 기업지원 등을 위한 구체적 방안 및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노사정은 큰 틀에서 이룬 추상적, 선언적 사회적 합의를 후속논의를 통해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에 합의문에는 “노사정은 사회적 대화의 내용들이 정책과정과 산업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되도록 이행상황을 점검하며 이행점검은 경사노위에서 하고 총리실은 부처 간 역할 조정 등은 지원한다”며 “후속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각 부처별 위원회, 기 설치되어 운영 중인 회의체를 활용한다”라고 명시했다. 이행점검 및 후속 논의는 경사노위가 중심이 된다.
잠정합의 내용은 경사노위에서 충실히 논의·이행돼야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6자 노사정대표자들이 잠정합의문을 도출했음에도 민주노총의 내부갈등으로 합의문 채택이 최종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의 논의는 실질적 합의에 이른 내용이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모든 노사정 주체들이 큰 틀의 뜻을 모은 성과물이다. 이미 3차 추경에 반영되어 시행에 들어간 것들도 있다.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충실한 후속논의를 진행하여 추진될 사항인 만큼 잠정합의의 주요내용을 주시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