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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편적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제언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

등록일 2020년06월17일 17시0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 고용위기에 고용보험의 한계가 극적으로 드러났다. 실업과 생계 위협을 받는 비공식 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무제공자,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 안정과 고용안전망의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조직 노동 중심으로 제기된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가 확산되었다.

 


 

고용보험 개혁은 보장수준의 보편성 지향해야

지난 5월 10일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의 단계적 추진을 공식화하였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면서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아직도 가입해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둘째,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며, 셋째,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을 밝혔다.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려면 적용, 징수체계, 급여제도, 보험료 부담 및 지원 등 고용보험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고용보험의 근본적인 개혁은 적용의 보편성뿐만 아니라 보장수준의 보편성을 함께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글은 ‘보편적 고용보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모든 취업자를 보호한다면 ‘취업보험’이 더 적절한 용어일 것이다). 보편적 고용보험의 당위성을 넘어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계획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쟁점과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적용과 보장수준의 적정성, 재정의 지속가능성간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덴마크처럼 적용과 보장수준의 보편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재정 소요가 크다. 취업자의 약 80%가 실업보험의 보호를 받지만, 재원의 70%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8%씩 부과되는 노동시장분담금으로 충당한다. 이 노동시장분담금은 실업보험뿐만 아니라 상병수당, 훈련 및 활성화 정책에도 지출되지만, 매우 큰 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적용의 보편성과 적정 재정을 추구하면 프랑스처럼 보장수준의 격차가 불가피하다. 프랑스는 2019년 11월 사회보장세인 일반사회기여금을 인상(노동자는 7.5%에서 9.2%로, 자영업자는 8.0%에서 9.7%로)하여 자영업자를 실업보험에 통합하였다. 그러나 노동자에 비해 자영업자에겐 실업급여의 수급자격이 엄격하고, 급여액이 낮으며 수급기간도 짧아서 차등적으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보장수준의 보편성과 적정 재정을 달성하면 실업보험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우선순위에 따라 경제적으로 종속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해선 임의가입(독일 2006년, 오스트리아 2009년)에 그치고 있다.

 

해외 사례들은 적용의 보편성, 차등 없는 보장수준, 적정 재정의 세 요소를 모두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호의 우선순위, 관리 가능성(적용 대상 확정 가능 여부, 보험료 부과를 위한 소득 파악 가능 정도, 피보험자격 관리 가능 여부), 노동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고려하여 적용의 보편성, 보장수준의 보편성, 재정의 지속가능성간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소득 확인 및 징수체계가 구축되어야 보편적 적용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존의 피보험자와 달리 새롭게 보호할 계층은 취업과 실업의 경계가 모호하고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보험을 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소득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정확하게 적시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 관련기관 간 정보를 최대한 연계하여 소득을 파악하고 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예로 들면, 국세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다면 소득 파악은 어렵지 않다. 보험설계사처럼 매월 원천징수되는 경우엔 소득 파악이 용이하다. 레미콘기사처럼 원천징수하지 않고 종합소득을 신고하는 특수형태근로의 경우엔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업주에게 매월 소득 신고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에도 노무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소득신고를 의무화하면 노무제공 내용과 소득을 매월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면서 국세청 소득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은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적시의 소득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세청이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험료를 통합 징수하는 행정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용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소득기준 전환, 소득세와 사회보험료의 통합 징수는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자영업자 보험료 전액 부담으론 가입 유인 어려워

 

셋째, 고용보험 확대에 따른 보험료 및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 가입자 확대에 따라 보험 수입이 증가하지만, 취약계층의 실업 위험이 기존 피보험자에 비해 높으므로 2배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이다. 보험료 인상, 국고 부담 및 사회보험료 지원 등 부담의 공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으로 구성된 고용보험위원회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예술인(플랫폼 종사자 포함) 고용보험료를 노무제공자와 사업주가 균등 부담(각각 1/2 부담)하도록 설계하였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수입을 해당 업무에 의존하고, 사업주는 제공받은 노무로부터 이윤을 획득한다는 점에 비추어 종사자와 사용자는 동일한 수준으로 공동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기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 수준으로 부담이 어려운 종사자와 사업주의 경우엔 보험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영업자에게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유인하기 어렵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 일자리안정자금과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이 약 4조 원 규모로 시행되고 있지만, 2022년까지 대폭 축소가 예정되어 있다. 이 재원으로 저임금 노동시장 안정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회보험료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안정자금과 두루누리 사업을 사업주 중심의 사회보험료 지원으로 개편하여 저임금 일자리를 개선하고, 근로장려금과 연계하여 저소득가구의 모든 취업자에게 개인이 부담하는 연금·고용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넷째, 적용 확대의 목적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육아휴직급여, 고용유지지원제도 등에서 고용보험 가입의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장기구직자 구직급여제도,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대한 10일의 교육훈련휴가급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자영업자에 대한 육아휴직급여, 자영업자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매월 실소득이 파악된다면, 임금노동, 특수형태노동, 자영노동간 이동이 큰 우리 노동시장을 고려하여 보험료율과 기여기간, 급여제도의 차이를 없애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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