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면에 급증하는 실업률, 기업들에 노동자 고용유지 지원하는 보조금 정책
코로나 위기 사태로 전세계는 감염자 관리뿐 아니라 경제 위기·고용 불안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ILO는 3월 18일 보고서에서 전세계 실업자수가 2019년보다 최소 530만 명에서 2,47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ILO, 2020.3.18). 한국 역시 코로나 위기로 전년도보다 실업급여신청자가 53% 급증했으며 3월 한 달 간 6,000명 넘는 노동자가 실직했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중앙일보, 2020.4.17.).
이에 정부는 코로나 피해기업에 대해 고용유지 인정요건완화, 지원금액 상향을 통해 노동자를 감원하지 않고 휴업·휴직 등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캐나다·프랑스·독일·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도 확대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기업에 급여를 지원해 경영악화에 따른 해고를 막아 고용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만으로 노동자들의 실직 위험이 없어지기란 어렵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노동자에 대해 가지는 인식과 사회적 책임이다.
쉬운 해고 요구하는 경총, 대형마트 휴일 영업 허용해야 한다는 전경련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회에 요구하는 40대 입법과제를 발표했는데, 법인세·상속세 인하뿐 아니라 탄력 근로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개선과 특별(인가)연장근로 허용 사유 확대,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쉬운 해고제도 부활’을 요구해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을 통해 54가지 과제를 정부에 제안하며 위와 유사한 노동규제 완화 요구에 대형마트 휴일 영업 허용을 요구사항으로 덧붙였다(경향신문, 4월4일).
노동자들의 삶의 위기가 만연해지는 시대에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사용자단체가 생각하는 사회적 역할이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어려운 중소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을 빼앗아 대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뿐일까. 이 점에서 최근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행보와 일본 사용자단체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경제단체에 공식 요청 - 노동자 고용 유지, 중소기업과 거래는 배려 필요
일본의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은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의 역할을 하는 부처이다. 코로나 국면에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고용·노동 문제에 대응을 하느라 최근 가장 분주한 정부부처 중 하나다. 그런데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위기관리와 정책행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을 엿볼 수 있다. 후생노동성은 3월 6일 일본 경제4단체(일본경제단체연합회,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 일본상공회의소, 전국상공회연합회)와 파견회사 협회(일본인재파견협회, 일본생산기능노무협회, NEOA)에 “신종코로나 관련 고용을 유지하도록 배려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각각 발송했다.
후생노동성은 3월 27일에 재차 경제4단체와 파견회사협회들에 이번 코로나 위기로 가장 빨리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계약직, 파트타임노동자, 파견노동자, 신규내정자의 고용유지 배려를 요청”하고 있다. 신규내정자란 고등학교 및 대졸 졸업예정자로 이미 취업이 결정된 청년들을 말한다.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 신규채용 예정자부터 채용을 취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청년노동자에 대한 염려와 배려요구는 후생노동성뿐만이 아니다. 내각관방,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3개 부처 역시 “이미 채용이 결정된 예정자들의 취업을 가능하면 취소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 통상 봄부터 시작되던 공채시즌에 청년들의 취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특별히 배려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경제산업성의 경우 경제단체들에 “신종코로나 감염 확대에 영향을 받는 하청 등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주·프리랜서에 대해 거래에 있어 배려를 요청”하고 있다.
설령 업무가 없어져도 노동자들 고용 유지해야 한다는 일본의 사용자단체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사용자단체나 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일본의 대표적 사용자단체인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정부의 정부 공문을 소개하며 회원사인 기업들에게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주 및 프리랜서와의 거래에 대한 배려” 및 “노동자 및 취업내정자의 고용유지를 부탁하고 배려해달라”며 정부지원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후 경단련은 3월 30일에「신종코로나 대책에 관한 긴급제언」을 발표했는데 코로나 위기로 진행될 경제위기와 정부에 요구하는 정책방향과 경제계의 대응 전략까지 11페이지에 달하는 꽤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단련이 긴급제언에서 당면 과제 1순위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고용의 유지, 사업의 지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에게 보조금과 세제해택 등을 요구한다. 긴급제언의 마지막 부분에 기업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사원의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대응한다. 만약 업무가 없어진 경우라도 다른 업무로 배치전환을 비롯, 고용유지조성금을 활용해 휴업이나 계열사로 전보조치 등을 통해 고용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또한 일이 없는 기간에는 사원들이 적극적으로 교육훈련을 받도록 권장해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인재투자에 힘쓴다.”
위기의 시대에 드러나는 일본 보수의 사회적 규범, 우리는?
물론 한국과 일본을 사용자단체의 정책지향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양국의 노사관계 및 기업의 출발 자체가 큰 차이가 있어서다. 어쩌면 위기의 시대이기에 오히려 이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 그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사회적 규범이 무엇인지 말이다. 일본 역시 경제상황이 최악이고 고용상황은 날로 악화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후생노동성은 3월 31일 기준 코로나영향으로 해고 및 계약종료가 된 노동자가 1,000명을 넘어섰으며, 전국 3,825개의 기업들이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휴업 및 폐업사례가 속출하며 일본 노동자들의 고용위기가 2007년 리먼쇼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위기의 시대에 최소한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호하고 영세 기업은 도산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 사회 최소한의 규범이고, 이는 노동조합뿐 아니라 보수정권과 기업이 선도적으로 주장하는 바이다. 과연 우리사회는 위기의 시대에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누구를 먼저 보호하려고 할까. 앞으로 우리에게 많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