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에 ‘특별’이라는 낱말이 들어가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연장노동’이라는 단어 앞에 ‘특별’이라는 낱말이 붙어 있다면, “아, 정말 특수한 사정이 생겼을 때 하는 연장노동이겠구나”, “보통 연장노동과는 다른 무엇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이렇듯 ‘특별연장노동’ 인가제도1)란, ‘특별연장근로’란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가나 줄 수 있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1주 52시간을 초과하여 노동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제도이다.
쉽게 설명해서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검역·의료기관 등의 대응활동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였을 때 한시적으로 1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특별연장노동을 인가받기 위한 ‘특별’한 사정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기조를 줄곧 유지해 왔다2).
그런데 뜬금없이 이 ‘특별’연장노동을 특별하지 않게 바꿔 버렸다. 이야기인즉슨 고용노동부가 ‘1주 최대 52시간제’의 50~299인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사업주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이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 시설·설비의 갑작스런 장애·고장 등 이른바 ‘경영상 사유’로까지 대폭 확대해 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은 지난 1월 31일 공포·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이 특별하지 않은 ‘특별연장노동 인가제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특별연장근로 인가확대’
1주 노동시간 상한을 52시간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1주 최대 52시간제’는 현장에서 순조롭게 연착륙 중이었다. 한국노총이 작년 실시한 현장방문조사에서도 사업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이미 ‘1주 최대 52시간제’는 이미 도입을 완료하였거나, 노사협의로 도입을 논의 중인 상태로 나타났다. 도입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서 “돈을 한 보따리 싸다 줘도 이제 다시 그때로는 안 돌아간다”라는 어느 한 면접대상자의 말로 현재 현장의 상황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별연장노동 인가확대가 이러한 현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1주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될 50~299인 사업장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처벌유예)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현장 근로감독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활용해야 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 지도·관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방법이 해당 사업장에 ‘현장맞춤형’ 정부지원으로서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의 특별연장노동 인가사유 확대조치가 제도목적과 취지를 왜곡한다는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벌써부터 정부조치로 인한 폐해와 부작용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특별연장노동 인가확대조치 이후 2주도 채 안 되어 인가신청 건수가 693)건에 이르고 있고, 절반 이상이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인 것을 나타났다. 최근 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특수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폭증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이나 업종을 불문하고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는 차고 넘친다. 이번 기회를 틈타 사용자들은 온갖 ‘경영상 사유’를 다 갖다붙여서 특별연장노동 인가신청을 준비할 것이다.
새로운 ‘결합상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즉, 근기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특별연장노동 인가제도를 병행할 경우, 하루 24시간 연속근무도 가능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해 1일 최대 12시간 근무하고, 특별연장노동 인가를 받아 추가로 12시간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손 쓸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병행해 적용한다고 해도 1주 최대 64시간을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말 그대로 ‘대책 없는’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또한 특별연장노동 인가는 ‘사후승인’도 가능하여 제도 자체로 사용자에 의해 오·남용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편승해 ‘적극행정’을 내세우며 특별연장노동 인가에 대한 ‘사후승인’을 아예 장려하고 있다. 이 정도쯤 되면,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자의 휴식 있는 삶 보장’에 손을 놓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2월 19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특별연장노동 인가사유를 확대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소제기 직전까지 소송에 참여할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한국노총에서는 총 84명의 노동조합 및 조합원이 ‘원고’로서 본 소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양대노총은 특별연장노동 인가확대 관련 오·남용사례를 수집하여 현장증언대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이를 토대로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양대노총 공동결의대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노총은 지난 1월 12일 중앙본부와 지역상담소 공동으로 ‘불법연장노동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법률상담 및 법률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 사용자의 부당한 연장노동 강요행위,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위해 사용자가 노동조합 및 노동자에게 동의를 강요하는 행위 등 특별연장노동 인가제도를 남용하는 기업에 대한 감시활동을 전개하고, 사용자의 편법운영에 맞서 중앙-지역 간 ‘유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1) 현 정부는 문제의 소지가 될 사안에 대해 용어를 혼용해 사용함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은폐시키고, 사안의 핵심을 비켜가며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1주 52시간제’라는 표현도 그렇고, 이 ‘특별연장노동’도 마찬가지로 근기법 제53조 제3항에 따른 한시적 ‘특별연장노동’(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1주 8시간 한도의 연장노동 허용)과 제53조 제4항, 제5항에 따른 ‘특별연장노동 인가제도’는 엄연히 목적·취지를 달리하는 분리된 제도이므로 용어 사용상 주의해야 한다.
2)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통상적인 업무의 증가나 기계수리 등은 특별한 사정에 포함되지 않고 돌발적인 사유라 하더라도 인명이나 재산 또는 공공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특별한 사정이 아니다”(노동부훈령 제209호, 1990.6.28.)라고 밝혀왔다. 2018년「특별연장근로 인가 적용기준 지침」을 통해서도 위와 같은 적용요건과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용자단체 및 일부 정부기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요구에 대해 이와 같은 맥락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하면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사회적 재난과 관련된 사안이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업 등에서의 공사기간 연장 등 산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3)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2.22. 기준 특별연장노동 인가신청 누적 건수는 총 181건으로, 이중 144건을 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