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에 대해 “통상임금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간단한 계산방법이어야 한다”며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붙여 임금을 비임금화 하는 것은 무효”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9월 24일(화) 오후 5시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5층 대강당에서 ‘통상임금의 고정성 기준에 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2013년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의 고정성 기준, 특히 재직자 기준에 대한 쟁점은 정리 되지 않은 채, 여러 사건이 대법원의 후속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토론회에 앞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한국노총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체결한 정책협약 등을 통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요건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면서 “법률과 법원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현장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찾아가는 유일한 기준이자 노동자에게 생명과 같은 임금에 대해 대법원에서 올바른 판결을 해주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개회사 중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통상임금 판단기준의 재검토(고정성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통상임금의 본질은 소정근로에 대해 주기로 정한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눈 비율”이라며 “통상임금은 ‘임금성 → 정기성 → 일률성’의 3단계의 판단구조를 따라야 하고, 법문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고정성’은 독자적인 요건으로 고려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노동자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할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게 만든 1차적 책임은 통상임금을 낮추기 위해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한 자본과 기본급 인상 대신 정기상여금이나 수당 인상 등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조직노동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를 교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임금체계를 난마(亂麻)처럼 얽히게 한 노동부나,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 관한 해석상의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법원의 책임도 가볍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교수는 통상임금의 ‘재직자 조건’에 대해 “고정급의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은 정기상여금 중 퇴직으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기간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제한다는 취지(즉, 일할계산)의 약정으로 해석하거나, 그러한 조건 전부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그 이유로 “고정급 방식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매월 정기일 지급 임금을 수개월 동안 누적하여 후불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며 “재직자 조건이 지급일 전에 퇴직한 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전부’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라면 이러한 조건은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 금품청산의 원칙, 강제근로금지의 원칙이라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물론 동법시행령의 법문상 근거도 없는 ‘고정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들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판단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통상임금 관련 법적 분쟁 해소’라는 주제로 “사용자가 특정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시간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가? 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통상임금의 원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1시간당 비용은 모두 통상임금이 되어야 하고, 임금체계가 단순화와 안정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김준영 사무처장은 통상임금 정의 규정 입법화(안)으로 “통상임금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를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통상임금 판단기준의 재구성-고정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토론자로는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도형 법무법인 원 변호사, 김준영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도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 인사말 중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 인사말 중인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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