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원 한국노총 여성본부 차장
한국노총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해 알리고, 해당 목표 달성에 한국노총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모색하고자 지속가능발전 기획 원고를 연재한다. ①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노동조합운동의 역할 ②한국노총과 지속가능발전목표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기후정책과 지속가능발전목표와의 관계, 그리고 기후정책에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
제23차 녹색기후기금 이사회
지난 7월 6~8일, 인천 송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녹색기후기금의 제23차 이사회가 열렸다. 한국노총은 국제노총(ITUC)에서 기획한 ‘노동조합의 기후정책 역량 강화 워크숍’에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짐바브웨, 브라질, 필리핀, 국제노총 아태지역사무소, 국제노총의 기후·국제·정책 담당자들과 전략 회의를 진행하고 녹색기후기금 이사회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녹색기후기금은 COP(Conference of the Parties)로 불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되었다. 2010년 12월에 열린 제16차 당사국총회에서는 2020년까지 여러 국가들이 연간 1,000억 달러의 기금 마련을 약속하며 녹색기후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녹색기후기금의 목표는 기후변화에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축, 제한하거나 세계 사회가 기후변화의 영향에 적응하는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한 축을 차지한다. 또한 ‘저탄소·기후회복적 발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여 이전까지 발전을 양적으로 평가하던 것을 질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현재 녹색기후기금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된 이후, 협정을 이행하고 협정에서 세운 ‘2℃ 목표’1)의 달성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제23차 이사회의 주요 의제는 인증기구의 승인, 기후변화 대응 지원 사업의 승인, 기금 재원보충, 의사결정방식 등이었다. 사업 개발·제안을 하는 4개의 인증기구가 추가로 승인되었고, 10개의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사업이 승인되었다. 추가로 승인된 사업에 배정된 기금은 약 2억 6,700만 달러(USD) 규모이며, 저탄소·기후회복적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이렇게 한 번의 이사회에서 대규모의 기금이 사업에 배정되고, 개발도상국의 저탄소·기후회복적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녹색기후기금에서 노동조합이 주목해야 될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국제기후정책과 정의로운 전환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을 찾을 수 있다. “국가적으로 정의된 발전 우선순위에 따라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사항을 고려한다”(강조는 글쓴이). 노동운동의 맥락에서 꾸준히 논의되어온 의제인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 전환에서 초래될 변화에 사회가 적응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며 도구이다.
국제노총은 2010년 제2회 총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사회 발전, 환경 보호, 경제적 요구가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틀에 맞추어지고, 노동, 인권이 존중받고 젠더 평등이 달성되는 통합적인 접근”으로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명시된 것이다.
2018년 일본 카토이치에서 열린 제24차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의 실레시아 선언(Silesia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 이 선언은 파리기후협정의 위 구절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발전,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의 필요성 강조했다.
개발도상국과 최빈개도국 등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유엔의 지속가능발전의제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분명히 하고 있는 환경적·사회적·경제적 문제해결을 위해 일관되면서 통합된 방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빈곤 제거, 온실가스감축, 녹색 일자리, 회복성 구축 등을 원칙으로 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을 당사국의 모든 국가 수장들이 함께 동의하고 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파리기후협정을 근거로 하고, 이후 실레시아 선언을 근거로 수행될 많은 사업과 과제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운동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녹색기후기금을 토대로 진행되는 사업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문제는 그러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인지, 노동기본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등의 이슈가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과 이사회 등을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민사회그룹도 동일한 문제를 지적했다.
여전히 개발 중인 ‘환경·사회적 보호 장치(Environmental and Social Safeguard, ESS)’를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기준에 대한 노동운동 진영에서의 세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다.
또 녹색기후기금의 운영 그 자체가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특히 각 사업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고 검토할 수 있는 체계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의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과 그러한 평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업을 제안할 때부터 제시되어야 한다.
또 이사회 중심의 결정체계는 여전히 시민사회영역의 집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장벽이 높다.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이해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하기 때문에 참여의 문제는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
기후변화에 노동조합도 관심을 가져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쉬이 멈출 수 없고, 단기적 충격 또는 장기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변화영향에 적응하는 것은 중요한 이슈이다. 산업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시장도 성장을 필요로 하고 유지를 위해 성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수익성으로만 판단하게 되면 또 다른 시장실패가 유발될 것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기도 하다.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은 일자리 전환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에너지 전환 이슈에서 일자리 전환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 전환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앞으로 다가올, 피할 수 없는 에너지 전환에 대응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비롯하여 미래사회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전개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사회변화의 주체가 되고 이를 한국노총이 주도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1)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하여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는 목표. 나아가 온도 상승을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