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산업 전반에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며, 핵심정책으로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향후 10년 내 석탄발전소의 36%인 22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서천1·2호기를 비롯하여 3개 호기가 폐쇄 완료하고, 2022년까지 경남의 삼천포 1·2호기, 전남의 호남 1·2호기, 충남의 보령 1·2호기 등 총 6기를 조기에 폐쇄할 예정에 있다. 바야흐로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이 현실화 되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통해 지구의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한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퇴출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에 근무하는 노동자도 대체로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한다. 문제는 ‘어떻게’에 있다. 에너지전환은 필연적으로 화석연료 기반산업의 구조조정이 동반된다.
따라서 전환의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 정부 표현으로 하자면 ‘공정’해야 한다. 즉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말하듯, 어떤 이유에서 건 공장(산업)이 문을 닫을 때 노동자와 그 산업에 의존하고 있던 공동체를 공정(Fairness)하게 처우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정의’롭기 위한 과제를 노동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이미지투데이
먼저 에너지전환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일자리의 장밋빛 수치를 홍보에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됨에 줄어드는 일자리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표1>과 같이 2021년 폐쇄 예정 석탄발전소 사례조사 결과를 보면, 표준석탄화력 1개호기(50만KW) 폐지 시 직접운영 200명, 협력업체 350명, 합계 직접고용 550명의 일자리가 감소함을 알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2022년까지 6기를 폐쇄할 경우 감소되는 직접고용 일자리는 3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10년 내 20기 조기 폐쇄 시 직접운영 4,000명, 협력업체 7,000명, 합계 직접고용 11,000명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직접고용 대상만을 고려한 것으로 고용유발, 취업유발 효과를 적용한 간접고용 인원은 제외한 수치이다. 간접고용인원을 포함한다면 감소되는 일자리는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재생에너지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2025년까지 10,000개, 2030년까지 1만 3천개로 추정하고 있다. 탈석탄으로 감소되는 일자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늘어나는 일자리 수치가 거의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즉 재생에너지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지만 전통에너지 분야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감안해야 한다.
물론 천연가스(LNG)로 연료를 전환한다고 하지만, 천연가스 발전소는 설비 구조가 석탄화력 발전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소의 인력 수요는 석탄발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략 1GW 용량의 석탄발전소에는 714명이 LNG 발전소에는 235명이 근무하는 정도이다. 이러한 사례조사 결과를 보다시피 석탄화력발전은 직접고용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효과가 큰 산업이다. 따라서 석탄화력 조기 폐지 시 일자리문제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사회적 비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모델로 여겨지는 독일의 경우 탈원전·탈석탄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참여한 사회적대화를 해 왔고, 이를 통해 국가차원의 직무전환, 재교육 프로그램 수립 및 속도조절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탈석탄 정책에 대해 독일정부는 2018년 7월에 ‘성장, 구조변화 및 고용에 관한 위원회(일명 탈석탄위원회, coal exit commision)’를 구성해 논의에 붙인 결과 2038년까지 석탄발전 제로(Zero)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탈석탄에 반대하는 주에서도 참여했으며 탈석탄에 따라 피해를 입는 기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책이 포함되었다.
탈석탄위원회를 중심으로 독일의 에너지전환 합의가 가능했던 이유는 탈석탄위원회의 구성이 구체적인 이해당사자와 책임 있는 대변자와 실행주체들이 참여하여 효율적인 논의와 결과의 실효성을 담보한 것에 있다. 위원회에는 연방정부 부처 대표, 석탄산지 주정부 대표, 정당대표, 사회과학자와 시민단체 대표, 환경단체, 경영자 조직, 에너지 회사를 비롯하여 노동조합에서는 DGB(독일노총), Ver.di(공공노조), IGBCE(독일 광산·화학·에너지산업 노조)가 참여했다.
독일 최대노조, 베르디의 에너지산업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정부가 일자리를 보장해 준다고 했다.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탈석탄화를 진행할 때와 진행하지 않을 때 노동자의 삶의 질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8개 원전을 조기폐쇄한 것에 대한 정부 배상이 결정되었다. 관련 위원회가 있었고 페르디 노조도 참여했다. 노동자 유지조건이 조약에 포함되어 있었다. 보상측면이 있었다. 이 위원회에는 연방정부, 회사, 원전노조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인터뷰 내용에서 보듯, 독일의 에너지산업 관련 노조는 탈핵과 탈석탄 논의기구에 참여해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재원 마련과 고정임금제도 등 에너지전환에도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상당부분 관철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전환에 대해 노동자들이 반발하지 않고, 노조의 수용이 높은 이유이다.
독일 에너지 노조의 갈등 해결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정부가 참여하는 공신력 있는 위원회를 통해, 관련 노동자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공유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직과 전직의 문제는 명백하였으나, 이들에게 직무전환과 새로운 일자리로의 전직 프로그램을 국가차원에서 수립하였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노동조합 대표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상했다.
따라서 정부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탈석탄위원회’와 같은 국가적 수준에서 관련 이해관계자(노동조합 포함)들이 참여하는 사회적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을 추구하는데 국한되지 않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으로 의제를 확장하여 이해관계자가 탈탄소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수립과정에 참여하고, 이행과정을 공동관리할 필요가 있다. 석탄발전소 폐쇄의 속도, 관련 보상 유무와 방법, 영향받는 이해관계자(노동자 및 지역주민 등)의 지원 방법과 규모, 그리고 에너지전환의 전략 등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