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진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2015년 9월, UN총회에서 모든 국가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경제·사회·환경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2030년까지 모든 회원국들이 17개의 공통목표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가 그것이다.
SDGs는 그 이전 국제사회의 논의와 그 결과로서 채택된 각 국가 공동의 실천목표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2000년 빈곤퇴치와 보건증진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 적용되었던 ‘새천년발전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 MDGs)’와 1992년 지구환경의 회복과 보호를 위해 전 세계 정상들이 각 국의 행동강령으로 채택한 '리우(Rio) 선언'이 SDGs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2012년 Rio+20회의에서 지구촌 정상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실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MDG의 이행종료시점인 2015년이 다가오며 기존의 경제·사회·환경에 대한 국제적 실천을 통합적으로 이행점검하는 새로운 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그 성과로서 2015년 SDGs가 채택된 것이다. 기존의 국제사회 합의들과의 차이는 17개의 목표(Goal) 하에 169개의 세부목표(Target) 및 230개의 지표를 두어 선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이행을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SDGs에는 사회·경제적 의제들 포함
한국노총이 가입되어 있는 국제노총(ITUC)의 경우, 2015년 이후 SDGs를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며 UN의 주요 당사자주체로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거나 각국 노총 활동가들과 지구권역별 회의를 개최해 노조의 SDGs 대응활동이 확산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SDGs에는 노동조합운동이 강조해온 주요 사회·경제적 의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노총은 SDGs의 17개 목표중 빈곤종식, 성평등, 양질의 노동 증진, 불평등완화, 기후변화대응행동, 포용적제도 등 6가지 목표를 '노동조합 우선과제(Trade Union Priorities)'로 설정해 노동조합들이 해당 목표들과 관련된 자국의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각 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에서는 2016년 자발적 국가보고서를 UN에 제출하는 한편, 작년에 SDGs를 한국상황에 맞게 변형한 K-SDGs를 마련하고 그 이행계획을 수립하였다. 하지만 MB정부 시절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지속가능발전이 녹색성장의 하위개념이 되고 관련 업무가 환경부 소관으로 격하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시민사회진영의 NGO단체들은 매해 UN 차원의 SDGs 점검회의인 고위급정치포럼에 시민사회보고서를 제출해 한국의 이행상황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해 실천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SDGs 관련 활동은 노동권 증진의 또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고, 시민사회와의 새로운 연대영역을 개척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SDGs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SDGs가 요구하는 사회적 권리 수준은 현재 한국의 사회·경제상황과 법제도 현실에 비춰볼 때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보일 수 있다. 특히 노동조합 우선과제중 목표8의 세부목표 내용들은 한국 현실에 부합되지 않거나 구체성이 떨어지기도 하다.
목표 8(양질의 노동 증진)의 세부목표
△ 1인당 경제성장 지속(최빈개도국은 최소 연 7%GDP 성장 지속)
△기술개선 및 혁신을 통한 경제생산성 수준 제고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완전하고 생산적 고용, 양질의 일자리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달성
△2020년까지 NEET 상태의 청년비율 상당히 감축
△2025년까지 모든 형태의 아동노동 종식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호
△2030년까지 지속가능 관광 진흥정책 개발
△2020년까지 청년고용을 위한 전세계적 전략 개발, ILO의 세계고용협약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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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운동의 관심과 참여 필요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및 청년고용 확대, 최저임금을 비롯한 사회보호제도 강화, 성차별 해소,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같은 노동운동의 요구가 국제적 기준이자 목표로 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SDGs의 활용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산업혁신, 빈곤퇴치, 지역공동체조성 등 기존 노조운동의 관심과 참여가 미약했던 영역에서의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공통의 의제를 발굴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한국노총은 올해 SDGs 관련 활동에 한걸음 내딛고자 한다. 우선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7월 유엔 고위급정치포럼에 맞춰 제출하는 국내시민사회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노동관련 목표들의 이행상황과 문제점들을 지적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열린 SDGs 포럼>의 한 세션을 맡아, 보편적 권리로서의 노동권의 확대 필요성과 방안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나아가 노총 차원에서 SDGs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전개하여 노동조합이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지점들을 찾고 관련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