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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여성문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여성 참여 필요

등록일 2019년04월09일 17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양지영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초빙연구위원

 

2018년 대두되어온 최저임금 이야기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증가시켜 기업이 덜 고용함에 따라 한국경제에 고용악화를 가져왔다’로 요약된다. 최저임금이 한국 경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1년 넘게 반복되어온 이야기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미디어 속에서 드러난 최저임금 노동자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고령의 청소노동자·경비노동자이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여성이 2/3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받는 주요한 당사자는 누구일까? 2018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분석한 최저임금미만 노동자 분포를 보면, 전체 노동자 중 13.3%가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를 성별로 구분해보면 여성은 63.3%, 남성은 36.7%로 여성이 약 2/3를 차지한다. 단순히 성별 현황만 보더라도 최저임금 문제가 여성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문제에서 ‘성별’은 드러나지 않는다. 영세자영업자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문제로 이야기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연령별 최저임금 미만자수 발생비율을 보면 10대(48.5%), 60세 이상(41.9%), 20~24세(24.6%), 55-59세(13.8%), 50~54세(11.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최저임금은 곧 청소년·청년과 고령노동자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 최저임금 미만자 수를 놓고 보면 60세 이상 35.6%, 50대 19.6%, 20대 18.7%, 40대 13.5%, 30대 8.1%, 10대 이하 4.4%로 나타나 단순히 최저임금을 청소년·청년 문제, 고령노동자 문제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전 연령대에서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을 보이는 40~50대가 최저임금 미만자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는 여성, 영세규모, 일용, 비정규직, 농림어업·숙박 및 음식점업·가구 내 활동노동자일수록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나같이 최저임금 노동자의 특성으로 언급되고 있는 내용들은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영역과 만난다. 여성노동자는 최저임금 노동자와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여성은 최저임금 미만자가 많은 영세 사업체에 집중해 있다. 전체 노동자 중 10인 미만 사업체에 속한 노동자는 35.6%인데 반해 최저임금 미만자의 65.7%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고용되어 있다. 그런데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여성 중 1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36.8%로 남성 26.4%보다 10.4% 높게 나타난다(통계청, 2016). 


둘째, 여성은 최저임금 미만자가 많은 비정규직에 집중해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통계에 따르면 여성 가운데 비정규직은 52.4%(남성 비정규직 34.4%)로, 여성 비정규직은 남성보다 18% 높게 나타난다. 


셋째, 여성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산업에 집중해 있다. 산업별 최저임금 발생비율을 보면 가구내고용 72.3%, 농림어업 42.8%, 숙박음식업 34.4% 등의 순이다. 최저임금 미만 업종의 구성비율을 보면 숙박음식업(18.8%), 도소매업(15.8%), 보건복지(11.6%), 사업지원(9.1%), 제조업(7.7%), 기타서비스(7.2%) 등의 순이다. 최저임금 미만자가 많은 산업은 여성의 비중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숙박음식업의 62.1%, 도소매업 46.0%, 보건복지 82.8%, 사업지원 42.2%가 여성이기 때문이다(통계청, 2016).

 

여성에게 최저임금은 곧 최고임금

 

이처럼 최저임금은 여성과 상당 부분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어 최저임금문제는 청년 아르바이트, 고령 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 문제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게다가 청소년․청년, 고령 노동자와 여성은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받지만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청소년·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은 정규직 일자리를 갖기 전에 임시적으로 하는 일자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문제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주요 저임금 노동자 계층을 형성하고 있어 정규직으로 평생 일해도 최저임금만 주는 일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여성에게 최저임금은 곧 최고임금이다. 10년을 일해도 오르지 않는 임금,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여성들에게 최저임금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수단이다. 이 점이 바로 최저임금 문제가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문제와 밀접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임금노동자 평균 임금은 남성 301만 원, 여성 194만 6천 원으로 여성은 남성의 64.7%를 차지한다(통계청,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이러한 남녀 간의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은 중장년 여성의 저임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성별 임금격차는 설명요인보다는 설명요인이 없는 부분, 바로 성차별이 차지하는 비중이 63.7%라고 한다(김난주, 2017). 여성들은 차별로 인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불안정하고 고용의 질이 낮은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방법 중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9명), 노동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해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참석하지 못해왔다. 노동자위원의 경우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제청하도록 되어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2018년 구성을 보면 노동자 위원 9명 가운데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이 아닌 최저임금 당사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청년유니온 2명이다. 
 

그리고 성별로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을 본다면 공익위원도 9명 가운데 5명이 여성이고 사용자 위원도 2명이 여성이었다. 그러나 노동자위원 9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노동자 위원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장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은 여성에게 자신의 현실을 개선해낼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에서는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사용자 위원이 주장해온 제안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차등적용이 현실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저임금층에서도 가장 불안정하고 힘없는 이들이 주요한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업종별 임금 차등은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벌일 것이고, 그 임금격차가 성별을 기준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여성들이 더 많이 일하고 있고, 최저임금 미만 임금 적용 비율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업 등에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들(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주휴수당 폐지,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은 저임금 노동자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 바로 이 점이 최저임금제도와 관련한 각종 현안에 여성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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