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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윤석열 정부 굴욕외교의 민낯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록일 2024년10월10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24년 7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사도광산(공식 명칭은 ‘佐渡島の金山’ 사도섬의 금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 대해 ‘에도시대에 전통 수공업으로 도달한 최고의 금 생산 시스템’이라며 세계유산의 가치를 내세웠지만, 그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아픔의 땅이기도 하다.

 

1940년 2월부터 논산, 부여, 공주, 연기, 청양, 청주, 익산, 정읍, 울진, 진도, 장흥, 담양, 나주, 울진 등지에서 1,500명이 넘는 식민지 조선인들이 사도광산으로 강제동원되어 일본의 침략전쟁에 필요한 구리를 채굴하는 강제노동을 당했다.

 

등재 결정 직후 한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하였다.”라고 밝혔다.

 

이는 마치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기록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착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는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ICOMOS의 권고와 우리 입장을 토대로 정부가 지난 수개월 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라며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웠다.

 


▲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주최한 ‘일본의 강제동원 부정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규탄 기자회견’ (사진제공 민족문제연구소)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은 더욱 심각해져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로 잘 알려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제철·철강, 조선, 석탄산업’(이하 메이지 산업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에 조선인 강제노동을 비롯한 세계유산 현장의 ‘전체 역사’를 설명하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징용은 합법적’인 것이었으며 국제법상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발뺌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도쿄에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에서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동원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등의 강제동원 부정론으로 전시를 채웠다.

 

이에 대해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강한 유감’을 밝히고 약속의 이행을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무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내세우며 대일 굴욕외교로 일관하는 동안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렇듯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의 역사를 일본 정부가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며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는 ‘반국가세력’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며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부는 유독 일본 정부에게는 어쩌면 그렇게도 너그러운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설명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외교 성과로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방침인 대일 굴욕외교의 참담한 외교 실패의 실상이 바로 드러났다.

 

7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는 등재 결정 발언에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기록하겠다면서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를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불렀다.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말은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판결에 대해 아베 총리가 이 판결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즉,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2018년 10월 대법원판결)를 부정하고, 식민지배는 합법이며 조선에서 시행한 노동력 동원은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의도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아베의 역사부정론을 상징하는 이 말을 공식 용어로 쓰고 있다. 나아가,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국민징용령에 따른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해 ‘강제연행’, ‘강제노동’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라고 각의 결정하여 교과서는 물론 모든 역사 서술에서 이 표현을 삭제했다. 강제동원, 강제노동의 불법성을 은폐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론이 더욱 강화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일본의 역사부정론 수용...대일외교 실패

 

한국 정부가 일본의 선제조치로 평가한 전시를 보자. 전시공간은 면적이 22㎡(6.6평)에 지나지 않을 뿐 더러 일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향토박물관 한구석에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광산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시실에는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의 출신지’, ‘아이카와 광산노동자의 생활’, ‘조선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의 전쟁 중의 가혹한 노동환경’이라는 패널 3장을 비롯한 자료들이 전시되었다.

 

패널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 내용 그 어디에서도 ‘강제’라는 말은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어, 강제동원, 강제노동을 은폐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론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으로 전시가 이루어졌다. 결국,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역사부정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관련 보도자료의 주요 경위 요약에 “우리는 사도광산 유산 등재에 있어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강제동원’은 빠졌는데도 “지난 수개월 간 일본 정부와 가진 진지한 협상의 결과물”이라며 이를 외교 성과로 포장했다.

 

강제성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이미 2015년에 그 부분은 약속을 받았으니 이번 협상에서는 의제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가, 7월 28일 요미우리신문이 ‘한국이 요구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절했고, 이를 한국이 수용했다’라고 보도하자 “실제 전시 내용을 한·일 두 나라가 협의해 구성할 때, 우리 쪽은 강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많은 내용을 요구했으며 일본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것이 현재 전시 내용”이라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명백한 외교 실패를 거꾸로 ‘진지한 협상의 결과’라며 외교 성과로 치장하는 한국 정부의 파렴치한 자세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한국 정부는 애초에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다며, 이르면 9월에 개최될 추도식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도광산에 강제로 끌려가 어떠한 고통을 겪었고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 희생자의 이름도 그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외교 실패를 성과로 둔갑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제동원의 진실규명이다. 니가타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 노무자 명부’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의 실태를 증명하는 자료이다. 한국 정부는 이 명부의 공개를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사도광산 운영 주체인 미쓰비시는 ‘원본의 행방을 알 수 없으므로 공개할 수 없다.’라는 비상식적인 이유로 이 명부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한국 정부에 제공했고, 한국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라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2차례나 만났고 한일관계 개선을 가장 큰 자신들의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반도 노무자 명부도 마땅히 받아야 하지 않은가.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사도광산에서 당한 강제노동의 후유증에 시달리다 돌아가신 피해자들의 고통,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잊으라고 강요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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