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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연금개혁 전망, 노동계의 과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연금행동 정책위원장)

등록일 2024년07월11일 09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가 출범했다. 예년에도 그러했지만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는 그 전 국회인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여러 개혁 입법을 처리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개혁입법 중에는 현 정부가 초기부터 추진해온 연금개혁이 포함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된 연금개혁은 다른 시기의 연금개혁과 비교하여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됐다.

 

현 정부 연금개혁 과정 복기

 

첫째의 경로는 2023년이 5차 재정계산실시 연도여서 이에 맞춰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된 경로이다. 물론 재정계산은 법령에 따라 5년마다 실시해야 하므로 정권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다. 하지만 재정계산 결과에 따라 정부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만들어 이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므로 종합운영계획안에는 정권의 연금개혁방안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아는 것처럼 작년 10월 27일에 발표된 종합운영계획안에는 수자 없는 모수개혁안이 제시되어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자 없는 모수개혁안은 아마 세계연금개혁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며 동시에 현 정권이 연금개혁 의지도 방안도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하여 첫째의 경로는 실패했다.

 

둘째의 경로는 국회의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추진된 연금개혁 경로이다. 이 경로도 출발부터 순조롭지는 못했다. 현 정권은 연금개혁 추진기구의 설치를 국회로 미뤘고 국회는 2022년 7월에 가서야 연금개혁을 추진할 기구로 특위를 설치(1기 연금특위(2022.7~2023.4))하고 그 산하에 민간자문위를 11월에 설치해 연금개혁논의를 시작했다.

 

1기 연금특위의 민간자문위는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2023년 1월 27~28일 워크숍을 개최하여 끝장토론을 진행했지만,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이어 출범한 2기 연금특위(2023.5~10)는 구조개혁에 중점을 둔 개혁방안 논의를 추진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2기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의 구조개혁 논의에서는 구조개혁이 모수개혁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예컨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논의하려면 국민연금의 급여수준 등이 결정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기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구조개혁에 관한 여러 방안을 담은 것과 함께 모수개혁안을 두 가지로 정리한 것은 의미가 큰 것이었다. 그 두 가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고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3%로 올리는 보장성강화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현행유지하고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5%로 올리는 재정안정화안이다. 이 두 방안에 대해 모든 전문가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논의의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 5월 2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과 결과의 의미 : 시민대표단의 지혜 집권 vs 집권 여당의 몽니

 

2기 연금특위에 이어 3기 연금특위(2023.10~2024.5)가 출범하였고 여기서 공론화가 추진됐다. 공론화는 1기 연금특위가 민간자문위를 설치할 때부터 염두에 두었다. 공론화가 적용된 예는 해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지만, 연금개혁에 적용된 것은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어쨌든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여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연금개혁 공론화의 결과는 소득보장론(소득대체율 50%-보험료 13%)이 56.0%의 지지를 받아 42.6%의 지지를 받은 재정안정론(소득대체율 40%-보험료 12%)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로 앞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발표되자 보수언론과 일부 전문가들 그리고 정부와 여당까지 나서서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인정치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 협상과정에서 시민대표단에 제시된 방안에 없던 43%니 44%니 45%니 하는 수치들이 거론되면서 협상 난조 분위기가 풍기더니 심지어는 야당 대표가 여당의 44% 안을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조차 구조개혁을 핑계로 거부하여 집권 여당이 앞장서서 연금개혁을 훼방하는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22대 국회, 연금 공론화 결과 존중해 연금개혁에 나서야

 

이제 22대 국회는 이 모든 이해 불가의 상황을 넘어서서 공론화 결과를 수용한 바탕 위에서 연금개혁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공론화 결과 수용을 대원칙으로 하기 위해서는 공론화와 관련한 몇 가지 사실을 반드시 짚어야 한다.

 

첫째, 여당은 이번 연금개혁 논의에서 구조개혁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2기 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이는 당연하다. 구조개혁의 중심이 될 국민연금의 모수개혁방안이 확정되지 않으니 구조개혁도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그리고 공론화에서 여당은 구조개혁방안을 시민대표단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해 구조개혁방안이 의제에 포함되었고 그것을 위해 의제숙의단에서도 구조개혁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다만 여당이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신연금과 자동안정장치가 제외되었는데 그것이 제외된 과정 자체가 공론화의 한 결과이다. 공론화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제외된 것을 두고 논의가 안되었다고 하는 것은 자기들이 하자고 해서 추진된 공론화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자가당착이다.

 

둘째, 누적적자 개념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남발됐다. 작년 재정계산에서 복지부는 미적립부채를 주장하는 한 위원에 대해 국민연금과 같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에서는 미적립부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런데 공론화에서 미적립부채보다 훨씬 논란의 여지가 많고 학계에서 사용되는 개념도 아닌 누적적자 개념을 복지부 스스로 사용했으며 더욱이 누적적자를 계산한 수치를 국회연금특위에 보고하는 공식 자료에도 실었다. 이러한 복지부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이는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적립부채를 인정하지 않는 복지부가 어떤 논의를 거쳐 누적적자 개념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그것을 국회연금특위 보고자료에까지 포함하게 되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셋째, 일부 언론과 전문가, 그리고 여당은 공론화에서 미래세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 중 미래세대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은 없을 것이나 이들이 공론화에서 대표단에 포함된 예는 없었다. 신고리원전 공론화나 선거제도 공론화도 그러했다. 만일 미래세대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출생세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 가서 미출생세대의 의견을 반영한 연금개혁방안을 제시하지 않느냐고 따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아가 미출생세대를 포함하여 미래세대의 의견은 당연히 재정안정론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이번 공론화 결과를 무시하는 후안무치한 태도이다.

 

이번 공론화에서 20대 시민대표단은 소득보장론 53.2%, 재정안정론 44.9%로 소득보장론을 더 지지했다. 공론화 전에는 20대를 겨냥하여 청년세대의 의견이 중요하다더니 공론화에서 20대가 소득보장론을 더 지지한 것으로 나오자 갑자기 미래세대를 들먹이면서 미래세대는 재정안정론을 지지할 것처럼 말한다.

 

22대 국회는, 공론화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당과 일부 언론,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와 같은 사실 왜곡에 휘둘리지 말고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연금개혁의 추진방법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의 추진방법에는 이해당사자 합의를 통한 방법과 전문가 합의를 통한 방법, 국민적 합의를 통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지난 21대 국회의 연금특위가 택한 것은 전문가 합의 및 약간 변형된 국민적 합의라는 두 가지 방법을 주로 택한 것이었다. 이 방법은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공론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공청회가 있었고 의제숙의단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약간 가능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방식이었다.

 

22대 국회는 연금개혁 역사상 세계 최초로 시도된 공론화의 결과를 이미 받아 들고 있다. 노동계는 시민사회와 함께 공론화 결과를 알리고 또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 연금개혁이 추진되도록 국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문가 합의 방법 대신 이해당사자 참여를 보장할 논의기구의 구성을 국회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22대 국회에서는 공론화 결과에 입각한 연금개혁이 가능한 빠르게 반드시 성사되게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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