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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수가 협상의 이해와 가입자의 눈으로 바라본 주요쟁점

안은미 한국노총 정책2본부 국장

등록일 2024년06월14일 09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전 국민을 포괄하는 국민건강보험은 2023년도 한해 약 95조 원의 수입(보험료 수입 81.5 조원)과 약 91조 원의 지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건강보험이 흑자를 기록하는 건전재정을 보이지만 고령화 심화라는 사회적 위험 앞에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건강보험의 지출 관리는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한국노총이 직장가입자를 대변하면서 행정 권력을 견제하고 지배구조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이다. 매해 건강보험 지출에 가장 큰 변수인 ‘환산지수’를 심의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를 열어 6월 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

 

이 회의는 건보공단-의료공급자 간 요양급여 수가 협상에서 가입자가 개입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다. 다소 난해할 수 있지만,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국민의 의료이용 불만족도가 높아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수가 협상의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 2023년 5월 31일 열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파행 운영 규탄 및 정상화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

 

 

건강보험 수가 협상 이해하기

선차적으로 건강보험 수가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아래 그림 참조).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지출은 개별 진료행위에 대한 가격 기준을 정해두고,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진료비를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한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의원, 병원, 종합, 상종)에서 진찰을 하고 검사, 처치, 수술 등을 할 때 그 행위마다 차등 된 가격이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모든 의료기관은 그 기준에 맞게 공단으로부터 진료비를 받는다.

 

 

수가 구조에서 상대가치 점수 당 단가인 ‘환산지수’는 건강보험 수가 결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건강보험 재정관리의 핵심적인 기전이다(실제 0.1% 인상률을 놓고도 밤샘 회의를 하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는다).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표하는 노동자, 사용자, 지역가입자(농민, 소비자, 시민단체 등)가 고르게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작년에 제12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양대노총이 배제됨으로써 올해까지는 한국노총이 회의에 참여해 개입할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 주도의 왜곡된 회의체에서 환산지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후안무치 의사집단, 수가로 이득 볼 생각 말아야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현장 의료진 지원, 응급실 전문의 보상확대 등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한다고 매월 약 1,900억 원, 누적 6,000억+α의 건강보험 재정이 세어나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료대란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생명을 위협하는 의사들의 근거 없는 현장이탈로 환자, 병원노동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고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가로서 추가 보상을 해주며 건보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국민이 의료서비스 불편과 재정부담, 이중의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런 정책을 사회적 합의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중대본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이 의사에게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기전이 사실상 없다. 작년에도 의협은 가입자단체가 최종 제시한 인상률을 인정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바 있는데, 올해도 선결 조건으로 ‘수가 10% 인상’을 요구했다. 단언컨대 환자 곁을 떠나 손 벌리는 의사들의 주장에 머리 끄덕일 국민은 없다.

 

갈지 자 걸음 정부의 수가 정책, 재정 중립 원칙 확인해야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추진 과정에서 수가에 영향을 줄 몇 가지 사안들이 있다. 첫 번째로 작년부터 많은 반대에 부딪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을 꼽을 수 있다.

 

올해 전공의 사직으로 2월부터 정부는 모든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전화 상담관리료’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의 130%로 책정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혜택이다. 그 바람에 플랫폼 업계 말고는 서비스 이용자, 공급자, 약국 모두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전공의가 대형병원을 비운 사이 ‘의원급 경증환자’를 중심으로 길이 대폭 열린 것이다. 당장 환자의 편의를 봐준다는 명분은 이해하더라도, 일반진료보다 30%가 높은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외국에서도 더 높은 수가를 찾기 어렵다.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어도 새로운 원격진료의 길만 터주는 꼴이 될 것이다. 시범사업 이후 제도화가 검토될 것인데, 수가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두 번째,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필두로 추진한 필수의료개혁에 있어서도 수가 집중 인상 공공 정책 수가, 보완형 등 퍼주기식 인상 우려가 있다. 한국노총과 시민사회는 지금의 정부 정책으로는 비용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의료서비스의 처참한 현실이다. 치밀하고 꼼꼼한 개입, 이를 유인할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도록 공공 의대와 지역 의사제 도입, 공공병원 강화대책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필수·지역 의료개혁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또한, 진료비 폭등의 원인이 되는 환산지수 계약방식의 전환, 특정 분야의 수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가격과 의료비를 낮추는 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오르는 건 계속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건 끌어내리지 못하면 마치 ‘복리 인상’처럼 진료비는 계속 폭등할 수밖에 없다. ‘재정 중립적’인 환산지수 계약은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이다.

 

건강보험 운영 거버넌스에 가입자의 권한이 커져야

작년에 보건복지부는 제12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에서 양대노총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양대노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므로 정부 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 가입자 대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건강보험 재정의 약 85%를 차지하는 직장 가입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으로서 사회보험 운영 거버넌스에 참여해왔다.

 

백번 양보해 일부의 주장대로 양대노총의 조직률이 10%에 불과해 대표성이 없다고 한다면, 양대노총을 대신할 전국 단위, 산업과 업종을 포괄하는 총연합 단체가 있는가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정부가 입맛대로 위원회를 좌지우지하며, 개별법으로 보장하는 사회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배제 건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첫 번째 변론이 있었다. 의사와 병원 등 의료공급자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복지 행정 권력은 정작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에게 작은 틈도 내어주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지난 20년 동안 행사했던 위원 추천 권한을 되찾는 것과 함께, 사회보험 운영에서 노동자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법 개정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회의장 안에서든 장외에서든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개입은 정부의 일방통행을 견제하고 올바른 정책으로 유도하는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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