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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노사관계에 심각한 타격

「현 정부의 노동정책 및 경기상황 악화에 따른 노사관계 변화 실태조사」 결과

등록일 2024년05월13일 09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상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2본부 부장

 

최근 경제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고환율‧고유가‧고금리 이른바 3고(高)시대가 도래해, 노동자의 주머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 수많은 대내외 경제 불안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의 구조조정 칼바람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정부 역시 노동자 편이 아니다. 노사법치주의를 강조하며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부당행위에 대해서 엄정히 대응해 현장의 법과 원칙을 곧추세운다고 하지만, 실상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만 칼끝을 겨누고 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특히, 정부의 노골적인 노동 적대 정책은 과연 현장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정부의 공언대로 현장의 법과 원칙이 확립되어 현장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 전반을 바로잡고 노사 간 상생‧연대의 기반을 구축했을까?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10일간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최근 고물가 등 경기침체 상황이 현장의 전반적인 노사관계와 노동환경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산하 단위사업장 노조를 대상으로「현 정부의 노동정책 및 경기상황 악화에 따른 노사관계 변화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총 326개 사업장에서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 40% 이상 사업장 노사관계 악화, 60% 이상 노조 활동 위축

 

먼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이 각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14.4%가 ‘많이 악화됨’, 27.9%가 ‘악화됨’으로 응답하여 총 42.3% 사업장에서 노사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응답하는 한편, 노사관계가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노사관계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사업장에서는 ‘사측의 노조에 대한 지원 단절 및 축소’(45.2%), ‘노사교섭 기피 및 노사협의 위축’(16.7%), ‘단체협약의 시정‧변경 요구’(11.9%), ‘사업장내 노조활동 기피, 혐오분위기 조성’(6.0%) 등의 방식으로 노사 간 갈등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문에 응답한 노조 대표자는 현 정부의 반노조 정책으로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노조 활동에 심리적 위축, 노동조건의 불이익변경 요구, 타임오프에 대한 철저한 준수 요구, 정권의 노동 기조에 따른 눈치 보기로 보수, 복지 등에 소극적 대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노조 활동 위축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조 활동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19.6%가 ‘매우 부정적 영향’, 43.3%가 ‘부정적 영향’으로 응답하여 63%에 육박하는 노조가 노조 활동이 위축되었다고 응답했고, 노조 활동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노조는 노사관계 영향 설문과 마찬가지로 단 곳도 없었다.

 

특히, 정부의 타임오프 실태조사 실시 등으로 현장에서 사측이 근로시간면제자(전임자) 인원 및 근로시간면제시간 축소 요구, 타임오프 노조간부에 대한 근태관리 강화 및 사용계획서 제출 요구, 타임오프 노조간부에 대한 업무복귀명령 등 사용자의 개입‧통제가 강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노사법치주의는 현장 노사관계의 불안정성 초래

 

한국노총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노사법치주의를 명분으로 한 노조 활동 통제‧개입이 현장 노사관계를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역대 정권 중 근로손실일수 및 노사분규지속일수 최저라는 선전‧선동은 실상 평화로운 노사자율교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노골적인 노조탄압으로 인한 결과물일 뿐이다.

 

오히려 그동안 평화적인 노사 관행‧문화를 이어오던 사업장마저 정부의 반노동 노조탄압 정책의 영향으로 임단협 시작조차 난항을 겪고 있으며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노사갈등과 분쟁의 씨앗을 잉태하게 되었다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사측이 노조 활동 지원을 일방적으로 단절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ILO 협약위반 사항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ILO 제135호 근로자대표협약 제2조인 “적절한 수준에서 노동자대표가 그 직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한다”라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실태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최근 경기악화로 임금교섭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재된 노사갈등이 향후 경제 상황이나 사업장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밖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반노조 정책, 그리고 경제위기 상황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면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지금과 같이 군사정권 시절을 방불케 하는 노조운영 개입‧개입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으로 제30조 제3항 규정을 신설하였다. 동 규정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 교섭 등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장 교섭 촉진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이들의 노조설립을 장려하고 초기업별 교섭 활성화 등 교섭 시도나 진행에 대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

이상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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