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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근거가 되는 ‘사회적 신분’ 판단 기준

정명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등록일 2024년04월12일 09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무기계약직과 공무원 간 정근수당, 직급보조비, 가족수당 등의 지급에 관한 차별은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원고들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로서 대한민국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방국토관리청 산하 해당 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의 유지 보수 업무를 하는 도로보수원 또는 과적 차량 단속 등의 업무를 하는 과적 단속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본인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운전직 공무원 및 과적 단속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정근수당, 직급보조비, 성과상여금, 가족수당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2011. 1.부터 2014. 12.까지의 이 사건 각 수당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했다.

 

제1심은 원고들과 같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에 의해 변경될 수 없는 계속적·고정적인 성격을 가지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인 처우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제2심에서도 1심 재판부와 동일한 판단을 내리며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그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며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대한 의미에 관한 대상판결의 판시

 

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의 의미

대상판결은 “원고들에 대한 처우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 대상자인 공무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여야 한다”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사회적 신분에 관해 “반드시 선천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회적 지위에 국한된다거나 그 지위에 변동가능성이 없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며 그간 대법원의 여러 판시에서 확인되는 사회적 신분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했다.

 

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공무원 근무조건의 결정방식, 공무원 보수의 성격, 공무원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에 관해 자세히 서술하며 “공무원의 경우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 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각종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는 점, 공무원의 근무조건은 법령의 규율에 따라 정해지고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점, 전보인사에 따른 공무원 보직 및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다”며 무기계약직이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의 별개‧반대의견

 

 별개 의견

대법관 권영준은 “무엇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는 차별에 취약한 근로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 조항의 목적 및 이 조항이 적용되는 사회 현실 등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며 원고들이 가지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근로자(이하 ‘공무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근로기준법 제6조가 고용형태를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간제법 제8조, 파견법 제21조와 같이 기간제 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와 같은 특정한 고용형태에 기한 차별금지 조항들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의 차별금지 조항들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율 범위 바깥에 있는 새로운 차별금지 사유를 설정한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고용형태의 등장에 따른 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에 추상적으로만 규정된 사회적 신분의 의미를 개별 법률 조항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당 지급에 관한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였다.

 

 반대의견

대법관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이홍구, 오경미는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은 생계유지의 수단이자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장이므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차별 없이 자신의 근로에 상응하는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

 

근로 영역에서 평등원칙을 실현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데에 필요한 전제 조건이 되고,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존재 의의이자 이를 해석‧적용하는 기본 원리”라며 공무직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공무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의 취지는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에 있으므로, 특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비교 대상 공무원의 신분적 요소가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와 관련된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참작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가족수당과 성과상여금을 미지급하는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 이후,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숱하게 접할 수 있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차별의 구제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서인지, 무기계약직이 패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지 않았다.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을 뿐이다. 대상판결의 판시나 그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이처럼 대상판결의 판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사회적 신분’을 비교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을 상대적 개념으로 보는 것은 기존 법리에 어긋나고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에서도 “사회적 신분은 성별, 국적, 신앙 등과 같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는 이유 또는 사유가 되는 것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근로자가 가지는 속성이므로, 비교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기 어렵다”고 한다.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불합리한 차별은 시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거를 제시하며 무기계약직이 받는 부당한 처우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오늘날 노동의 유연화 경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불안정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확연히 다른 차별적 처우에 놓인 현실이야말로 근로기준법 제6조가 구제하고자 하는 대상임을 직시하여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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