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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연장근로 한도 없다는 대법원의 말장난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4년01월25일 13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도 못 하고 24시간을 근무해야 하는데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 겁니까?”

어느 대기업의 중소 협력업체 생산직 노동자는 한 달에 두 번 원청 대기업에서 반품이 들어오는 날은 잔업시간이 오후 9시를 훌쩍 넘겨 다음 날 샛별을 보며 집에 간다. 아침 7시를 넘겨 출근하는 주간 조 동료와 비몽사몽 인사하며 퇴근하는 그는 전날부터 12시간을 훌쩍 넘겨 연장근로를 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하냐고 회사에 따졌지만, 회사에서는 “연장근로수당만 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되레 당당한 태도를 보여 나는 할 말을 잃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킬 때 근로기준법상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근기법 53조1항). 1주 1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시키면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근로기준법 110조). 12시간으로 정해진 한도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이유는 처벌을 통해 연장근로 의무 준수를 강제해 장시간 근로로 근로자의 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법이 정한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고용노동부는 현재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의 1주 단위 합산이나, 1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합산 모두를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업주가 기소된 사건에서 1주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를 판단하면서 기준이 되는 시간은 “1주 40시간”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의 합산을 통해 1주 12시간이 넘는지를 판단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면 위 상담사례의 노동자는 1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켰더라도 1주 52시간 이내라면 법 위반이 아니다.

재판부는 판단의 이유로 근로기준법 53조에서 ‘연장근로’란 같은 법 50조1항의 1주간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런데 연장근로와 관련된 가산율 적용을 규정한 또 다른 근로기준법 조항에 따르면 1일 8시간, 혹은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경우를 연장근로로 보고 이때 통상임금의 1.5배를 가산하도록 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56조).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가산임금 지급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56조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자에게 금전 부담을 가해 연장근로를 억제하고 더 큰 피로와 긴장 및 생활상 자유시간 제한에 대한 금전 보상이 그 주된 취지이지 연장근로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근기법상 연장근로 가산 조항이 연장근로 그 자체를 금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해석은 말장난에 가깝다.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막고 일·가정의 양립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도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장시간 근로를 통한 이윤 창출이라는 사용자의 욕망을 경제적 부담과 함께 형사처벌의 부담을 지우면서 적절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1주 12시간이라는 문언에 충실해 기계적으로 연장근로 상한을 해석한 재판부의 판단은 기술적으로 보면 훌륭해 보인다. 그러나 연장근로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조항의 맥락을 고려하면 올바른 판결은 아니다. 탄력근로제나 근로시간 적용 특례시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11시간의 휴게시간 보장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련 규정들을 연결해 살펴보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적절한 노동시간을 정해 규제하려는 입법자의 의도는 명확하게 확인된다. 이러한 법 조항의 맥락을 고려하면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1일 단위로 산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게 다 근로기준법에 명시적으로 1일 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시급하게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1일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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