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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으로 장시간 공짜 연장근로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등록일 2023년03월09일 09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법정 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을 넘겨 12시간까지만 허용하는 현재의 연장근로 한도를 월이나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계산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1주 69시간 근로도 가능하다.

주 5일제라 불리는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다. 20여년 전 우리는 왜 1주 기본 근로시간을 법으로 정했나. 전 세계적으로 1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국민총생산이나 수출 등 경제 규모가 늘어난 만큼 노동자의 적절한 노동시간과 건강권 확보가 국제기준에 부합해야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가릴 것 없이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과 공무원들은 당시 유럽 선진국들의 노동시간과 기업의 근로시간 운용 관행, 그리고 장시간 노동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한 학술논문 등을 찾아가며 국제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제도 마련에 매진했다.

 


△자료출처=고용노동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노동자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불합리한 규제였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비롯해 경제계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주 5일 근무로 불리는 주 40시간제를 두고 노동자의 건강과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으려면 법과 제도가 어때야 하는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논의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보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전 세계가 한국의 위상을 새로 인식하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이 국제기준에 부합한 노동시간을 만들기 위해 마련했던 근로시간 제도를 허물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을 빌려서 근로시간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추경호 장관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구체적인 정책 내용에 대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브리핑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건강과 일 가정 양립 같은 국제적 노동기준보다 기업 이윤과 경제발전이라는 논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이정식 장관은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방식은 21세기 기술발전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방침대로 주 52시간을 상한으로 정해진 현행 근로기준법이 개정된다면 이제부터 노동자들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1주에 최대 69시간을 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연장근로에 대한 대가는 휴가로 보상하며 한 달 살기처럼 노동자가 장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주로 의견을 청취한 IT 산업계의 일부 기술기업들에서는 이번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변경으로 기업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고민한 이유는 이들 기술기업이 현재 한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반도체와 IT 등 기술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설계한 근로시간 제도의 맹점을 다수의 제조업에서 남용할 우려다. 여전히 100명 미만의 중소·영세 기업은 인력과 기술에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노동자들을 장시간 근로하게 해 간신히 기업 명맥을 유지한다. 노동자들 역시 저임금을 장시간 노동으로 극복하는 구조다.

이러한 조건에서 연장근로의 탄력적 활용에 노동부가 ‘OK 사인’을 내준 것은 큰 패착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대다수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30명 미만 기업에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을 2년 유예하려 했다.

당장 회사는 1주 1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시키고, 이를 근로시간저축계좌라는 이름으로 수당 대신 휴가로 줄 것이다. 기술력 있는 기술기업이나 노조가 있는 대기업 노동자는 장기휴가 사용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들이 해당 휴가를 정부 바람대로 한 달 살기같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1주 69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의 탄력성 확대나 근로시간저축계좌제, 거기에 30명 미만 사업장에 주 12시간 연장근로 상한 적용 제외가 결합하면 힘없고 ‘빽’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수당 없는 장시간 공짜노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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