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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3년12월12일 13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944년 국제노동기구가 필라델피아 선언을 통해 노동력은 노동자 그 자신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으며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상품이 아님을 천명하였다. 이후 UN의 세계인권선언을 시작으로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격 침해와 노동자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고 우리나라 역시 「헌법」 제32조 제3항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절대적 가치로 세우고 있다. 그런데도 그간 한국 사회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일삼고 서류를 집어 던지는 내용이 대중문화의 코드로 사용될 정도로 일상화되어 왔으며, 직장 내에서 경험하는 인격 침해는 개인이 감내해야 할 삶의 애환이나 고달픔 정도로만 여겨져 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개인 또는 조직적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동자가 증가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이를 금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필요성이 높아졌고, 결국 2019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을 통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그간 개인의 영역으로 분류되었던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기 위한 법·제도가 마련됨에 따라 개인의 인격권과 평등권, 건강권 등 광의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항이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내에 마련되면서 다수의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된다. 현행 근기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대통령으로 정한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4인 이하 사업장도 적용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인 제76조의2, 76조의3은 이에 해당하지 않음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부터 배제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다. 전통적 근로관계와 상업적 거래 관계의 중간에 위치하여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다수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노동자, 그리고 프리랜서 역시도 직장 내 괴롭힘에 그대로 노출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에 직면한 노동자가 노동시장 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향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5인 미만 사업장의 수는 약 170만 개소에 달해 전체 사업장의 무려 68.3%를 차지한다.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는 430만 명을 웃돌며 가장 많은 노동자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대규모 사업장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피해자의 대다수가 퇴사나 이직한다는 결과에 비춰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가장 필요로 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 보호 방안이 매우 시급하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노동자가 약 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1,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원·하청 및 제3자에 의한 괴롭힘까지 포함하면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지게 된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장 보호가 시급한 집단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근기법 제11조 제1항을 삭제하고 근기법이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방안과 근기법 시행령 제7조를 개정하여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주장된다. 이는 가장 많은 노동자가 집중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괴롭힘의 사각지대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회색지대의 놓인 수백만의 노동자는 보호하지 못한다. 따라서 법적 개정과 더불어 법적 지위를 불문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직접조사 및 조처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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