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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재정운영위원 위촉 양대노총 추천권 박탈의 위법성

우지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등록일 2023년10월18일 09시4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 보건복지부장관의 양대노총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 박탈 경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병ㆍ의원 등 공급자 단체와의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제84조에 따른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 전반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위원회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은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 10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10명, 총 30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데(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1항 및 제2항 참조), 이때 보건복지부장관은 직장가입자를 대표하는 위원을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으로 임명 또는 위촉해야 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2항 제1호 참조).

 

보건복지부장관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2항 제1호의 ‘노동조합’(이하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로 해석하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함께 지칭하는 경우 ‘양대노총’)에게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인정해 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2023. 5. 3. 양대노총을 배제한 채 직장가입자 대표성을 담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단위 노동조합들에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하면서 수신인인 단위 노동조합들에게 2023. 5. 8.까지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추천하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한국노총은 2023. 5. 8. 보건복지부에 한국노총의 상임부위원장을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추천하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민주노총도 2023. 5. 4. 보건복지부가 양대노총의 추천권을 박탈한 행위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하고 위원 추천과정을 다시 진행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2023. 8. 31. 보건복지부에 민주노총의 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을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추천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양대노총의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박탈하고 추천을 무시한 채로 제12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부위원장,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 사무총장,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 수석부위원장,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사무처장, 전국건설기능인노조 사무처장을 위촉하였다. 더욱이 민주노총 산하 연맹 또는 노동조합은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위촉에서 전부 배제되었다.

 

2. 보건복지부장관이 양대노총 추천을 무시한 부작위의 위법성

 

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양대노총에게 부여된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

 

대법원은 당사자가 행정청에 대하여 어떠한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를 가지는 경우에 원고적격 내지 위법한 부작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7누17568 판결 참조). 즉, 보건복지부장관의 양대노총 신청에 대한 부작위 위법 확인을 위하여는 우선적으로 양대노총에게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 내지 신청권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 권리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는 결국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이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양대노총이라고 해석되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293만명 중 직장가입자는 1,959만명이고 피부양자는 1,704만명, 지역가입자는 1,477만명이다. 한편, 2021년도 건강보험 총재정 81조 7082억원 중 69조 4869억원이 보험료 수입인데 직장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가 59조 1449억원으로, 직장가입자의 기여도는 건강보험 총 재정에서 무려 72.3%의 비율을 차지한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숫자, 총재정에서 기여하는 비율 등을 고려하면 직장가입자의 숫자와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선정시 반드시 직장가입자 대표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국내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 중 직장가입자에 대한 양적 대표성을 가지는 조직은 양대노총이 유일하다. 한국노총은 산하에 총 26개의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단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고 소속 총 조합원 숫자는 123만 8,000명이다. 민주노총은 산하에 총 16개의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단위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총 조합원 숫자는 121만 3,000명이다. 그렇다면 2022년 12월 기준 직장가입자 1,959만명 중 양대노총에 소속되어 있는 가입자 숫자는 245만명에 육박하여 양대노총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적어도 12.5%가 소속되어 있는 노동단체로 직장가입자를 균등하게 대표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이다.

 

특히 양대노총은 산하에 각각 26개, 16개의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단위 노동조합을 두고 있는데 산하 조직들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근간이 되는 전 산업에 걸쳐 조직되어 있다. 다시 말해 양대노총은 특정 업종이나 직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이나 연맹, 단위 노동조합들과는 달리 직장가입자가 소속되어 있는 전체 업종과 직장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유일한 노동단체로 직장가입자를 대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보건복지부장관도 이러한 이유에서 지난 20여년 간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로 해석하여 양대노총에게 직장가입자 추천권을 부여하고 양대노총의 추천을 받은 자로 재정운영위원을 위촉 또는 임명해 왔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을 개별단위 노동조합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운영위원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위법한 법 해석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의 의미를 개별 단위 노동조합으로 확장하여 해석하게 된다면, 전국에 있는 7,105개의 노동조합으로부터 각 1명씩 추천을 받아 추천인을 다시 5명으로 선별하거나 5개의 개별 노동조합을 선별하여 각 1명을 추천하도록 요청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선별의 과정은 결국 정부의 입장과 동일하거나,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만을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의적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조합을 선별하는 과정을 가능케 하는 법해석은 국민건강보험이란 공적 사회보장 서비스의 공익성을 담보하고, 정부의 정책이나 입장에 따라 공적자금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재정운영위원회의 위원 추천권을 나누어 행사토록 한 법규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한편, 국민건강보험법은 노동조합에 대응하여 개별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위촉시 개별 사용자가 아닌 구성원인 사용자를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이들을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원 450개사, 유관기관, 위원회 및 32개 해외 경제협력위원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회원사수 4,253개사), ‘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969개, 전국조합 218개, 연합회 23개, 중소단체 52개, 사업조합 373개, 지방조합 303개, 중소기업 696,953개), ‘대한상공회의소’, ‘인사혁신처’(전국의 공무원을 대표)에게 각 1명의 추천권을 부여하였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직장가입자를 대표하여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추천권을 부여한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는 서로 상응하는 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 역시 사용자단체와 마찬가지로 ‘노동관계에 관하여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근로자 및 각 노동조합에 대하여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노동조합의 연합단체’라 해석해야 마땅하다.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근로자 및 각 노동조합을 대표하고 이해관계를 조정 또는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양대노총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양대노총은 법규상 권리로서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가진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양대노총의 신청에 대한 부작위의 위법성

 

결국 국민건강보험법 제34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양대노총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추천할 법률상 권리를 가지고, 보건복지부장관은 양대노총의 추천에 따라 양대노총의 추천을 받은 자들을 그대로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할 법률상 의무를 진다.

한국노총은 2023. 5. 8.에, 민주노총은 2023. 8. 31.에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을 추천하였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은 이에 따라 양대노총이 추천한 자를 직장가입자 대표위원으로 임명 또는 위촉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양대노총의 추천을 계속하여 무시하며 작위의무를 해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의 부작위로 인하여 양대노총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여된 법률상 권리인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침해당하고 있는바,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작위는 위법하다.

 

3. 향후 소송 진행과 관련하여

 

양대노총은 2023. 9. 5.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장관의 부작위 위법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해당 소송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법무법인 중앙법률원)과 민주노총 법률원(법무법인 여는)이 공동으로 대리한다. 향후 소송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노동조합’이 전국적 규모의 노동조합 총연맹으로 해석되어 양대노총이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법률상 내지 조리상 권리로서 가지는지 여부가 핵심적으로 다투어질 전망이다.

 

양대노총의 제12기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권을 박탈한 이유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소속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노조 회계장부 제출 등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기관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양대노총 산하 노조나 연맹의 경우에도 노동부에 회계자료를 제출한 곳들에 대하여는 재정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는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12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위원 위촉시 양대노총의 추천권을 박탈하고 추천을 무시한 위법한 부작위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 양대노총에게 가해지고 있는 국가적 차원의 집단적 탄압에 편승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직장가입자 대표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노동조합 회계장부 제출 이슈를 부당하게 결부시켜 행해진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소송은 건강보험 가입자 5,293만명과 관계된 보험재정 전반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시 양대노총의 직장가입자 대표성에 대한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지속되고 있는 양대노총에 대한 위법한 권리 침해에 맞선 본격적인 법률투쟁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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