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확대에 따라 노동자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지방정부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화 영향으로 고용문제 해결에서 지역이 부상함으로써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지방정부 대응이 더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노동조합 정치활동 영역인 지방정부에 대한 노조의 활동 유형을 일상시기와 선거시기로 구분해 알아보면서 노조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는 2022년 5월 한국노총 지역조직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한다.
일상시기 - 정책제도 개선 및 네트워크 활동
일상시기 지방정부를 상대로 하는 활동들은 정책제도 개선과 네트워크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책제도 개선을 위한 사전활동으로 서로 연관된 이들 활동은 과반수 이상 지역조직에서 하고 있고 일부 조직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활동은 응답 조직 대다수(92.5%)가 하고 있다. 지역본부의 경우 응답조직(15개) 모두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시장 및 지방정부와의 간담회 등 개최(88.8%)나 지역조직과 지방정부 소통 채널 마련(공식/비공식 포함)(86.8%)과 같은 활동도 대다수 조직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활동에 비해 고용노동 문제 및 지역 현안 관련된 제안서 혹은 건의서 제출(58.5%)이나 고용노동 관련 조례 제·개정 작업 참여와 자문 등의 활동(50.9%)은 상대적으로 적은 조직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활동이나 지방정부와의 간담회, 지방정부와의 소통 채널 마련 등의 활동은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개입력이나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런 기회를 통해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정책제도 개선을 제기하고 공론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지역조직들은 지방정부와의 접촉, 만남의 자리를 제안서 혹은 건의서 제출이나 고용 노동관련 조례 제·개정작업 활동과 연계시켜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방정부와의 자리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친목) 만남이나 조직의 민원처리 공간으로 제한되면서 지역조직의 정책적 개입이나 영향력 확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와의 만남... 조직의 정치적 역량 축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조직의 대내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지방정부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나 지방정부의 노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만남의 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더해 지역조직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정책대안이나 제도 개선 등을 위해 구체적인 의제를 갖고 지방정부와 접촉해 소통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노총 지역조직은 물론 한국노총 전체 조직의 정치적 역량을 축적하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 – 선거운동과 정책개입 활동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할 수 있는 지방정부 대응 활동은 다양하다. 지역조직들이 일상시기에 지방정부를 상대로 각종 정책이나 제도 개선, 관련 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조직들은 선거에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의 승리를 위해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 활동은 선거운동과 정책개입 활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2022년 조사 결과 선거 이후 정책개입 활동을 위한 제도화된 공간으로서의 의정협의체 등 논의 및 집행기구 설치와 운영 활동은 선거 시기의 다른 활동에 비해 미진하였다. 53개 응답조직 중 22.6%가 의정협의체 등 논의 및 집행기구 설치와 운영 활동을 경험했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지역본부도 관련 활동을 한 조직은 3개에 불과했다. 이외 지방정부 대응을 위한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의 선거 시기 활동 중 단체장 후보 지지 및 실천 활동, 정책협약(연대) 체결, 지방선거 후보자 초청 간담회/토론회 등은 2/3 정도의 조직에서만 하고 있었다. 정책협약(연대) 체결 경험이 있는 조직의 경우 관련 활동은 더 많이 이루어졌다. 단체장 후보 지지 및 실천 활동(87.5%), 지방선거 후보자 초청 간담회/토론회 등(90.3%)은 정책협약(연대)을 체결한 지역조직에서 다수가 시행하였다.
정책협약 체결 조직...지역 의정협의체 구성과 설치에 적극적이어야
지역조직이 선거 시기에 지방정부와 정책협약(연대)을 체결하는 것은 선거 이후 노조에서 제기한 의제들을 지방행정에 관철하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정책협약 체결 조직에서는 지역의 의정협의체 구성과 설치에 대한 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부천지부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시정공동위원회를 운영했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부천지부는 2010년 지자체장 선거에서 조직이 지지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뒤 시민단체와 함께 ‘시정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여기에서 현안들을 논의하여 시장에게 건의하는 등 시정 참여가 대폭 확대되었다. 시정공동운영위원회에는 시민단체 대표와 지역지부 의장 등 7~8명이 참여한 바 있다(노진귀, 2012: 143-144).
노동조합의 과제
일상시기와 선거 시기 지역조직의 정치활동 조사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노조 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노동문제나 노동조합에 대한 지방정부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방정부를 매개로 하는 정책 개입 활동과 네트워크 활동에 지역조직들이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참여 중인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적극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책 제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고용 노동문제 및 지역 현안 관련한 제안서 혹은 건의서 제출(58.5%)이나 고용노동 관련 조례 제·개정 작업에 대한 참여나 자문 등의 활동(50.9%)은 과반 정도의 조직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대표적인 지역의 고용노동 거버넌스인 만큼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매개로 하는 지역사회의 정책개입 활동에 결합해 가야 한다.
둘째, 선거 시기에 정책개입 활동을 위한 제도화된 공간으로서의 의정협의체 논의 및 집행기구 설치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선거 시기에 지방선거 후보자와의 정책협약(연대) 체결 활동과 연동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책협약(연대)은 체결했지만 의정협의체 논의 및 집행기구 설치와 관련된 논의를 한 조직이 절반 정도에 불과해 개선이 요구된다. 더불어 정책협약을 체결한 지역조직들은 사업장과의 연계 속에서 정책협약 사항 중 몇 개라도 선정해 지역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실천하면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