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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등록일 2023년06월30일 10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0년 전의 일이다. 그해 4월 말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총 주최 ‘경총포럼’에 10여명의 청년이 난입했다.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내 대기업 경영자들의 대표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재벌의 단체행사에 난입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한 이들은 ‘알바연대’라는 단체의 회원들이었다. 청소노동자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순자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공감한 비정규·불안정 노동 청년들은 ‘알바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그로부터 최저임금을 둘러싼 격렬한 사회적 논쟁은 10여 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최저임금법과 그에 따른 고시에 따라 29일까지 2024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올해도 법정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최근 10년간 지난해(2022년)를 제외하고는 최저임금의 심의와 의결이 법정기한 내 이뤄지지 못했다. 사업주단체와 노동계 사이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이 촉발된 10여년 전, 저소득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직접 알바연대·청년유니온과 같은 당사자 조직을 만들어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과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직접 여론화했다. 조직노동만이 아닌 다수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견인된 양대 노총은 전체 노동자를 대신해 ‘전 국민 임금협상’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노동계의 대표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재벌 중심 경제정책으로 가정경제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서민들과 저소득 노동자들이 공감하면서 최저임금의 현실화 주장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데 힘입어 최저임금 인상폭은 2016년에는 10여년 만에 전년 대비 8.1%를 돌파했다, 2018년에는 무려 16.4% 인상됐고, 2019년에도 10.9% 인상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급 1만원을 향해 전진하던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2019년 하반기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오르자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충은 한두 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2019년 이후 폭발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표출되고 여론화되며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는 노동자들 내부의 문제다.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기본시급으로 하는 중소·영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사업장 노동자의 초임과, 일정 기간 근속한 숙련노동자 사이에 임금격차가 축소됐다. 대기업에서 이와 같은 임금 차이가 축소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100명 미만 중소·영세 제조업체 등이 인상된 최저임금 부담을 강조하며 기존 장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폭을 축소하며 5~10년 차 노동자와 1년 차 노동자 사이에 임금이 비슷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장기근속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장시간 초과노동으로 가정경제를 지탱하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동운동의 중요한 전략이었다.

최저임금의 정책적 효과는 일정 부분 달성됐으나 노동자 간 연대와 단결을 흔들었다. 여전히 우리는 이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자영업과 일부 서비스업종에서 제기되는 고용 축소 가능성에 대한 공포다.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연초에 지역의 청소 서비스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고자 하는 회사에 맞서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용자인 용역업체나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무인 주차타워 건설, 자율점등과 시건장치 확대, 서빙 로봇 도입 등을 내걸며 고용을 축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러다 일자리를 잃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폭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하는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었다. 10여 년 전 주류경제학자들이 허무맹랑하다 조소하던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현실이 이제 우리 눈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각종 지표와 논리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을 수 있다고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우리의 동료들에게 “그렇지 않다”라고,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너와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라는 논리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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