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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표성 논란과 노조의 과제- 정부의 ‘낮은 조직률’ 공격에 대한 반론을 중심으로

박현미_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록일 2023년05월31일 18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Ⅰ. 들어가며: 낮은 조직률로 제기된 노조 대표성 논란은?

 

최근 14.2%라는 낮은 조직률을 이유로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계는 계속해서 그 대표성을 공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노조조직 현황을 보고받으면서 “국내 노조가 노동 약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조직화되지 않은 86%의 목소리가 각종 정부위원회에 직접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한경, 2023.03.12.). 국민의 힘에서는 중앙의 대표적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양대노총의 독점적 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한경, 2023.03.12.).

 

윤 대통령 발언(KBS뉴스, 2023.02.01.)을 비롯한 14.2% 조직노동에 대한 대표성 공격 그 배경에는 기존 노동조합운동이 정규직 노동자 이해만을 대변하는 이기주의 집단, 귀족노조 운동이라는 비판이 자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는 노조에 대한 이기주의 집단/귀족노조 공격과 대표성 논란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4.2% 조직률을 가진 노동조합운동은 이기주의 집단 또는 귀족노조, 부패집단 등으로 사회적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10% 내외의 조직률을 기록했던 1997년 이전 노동운동의 대표성 여부는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1997년 이전 노동운동은 정당성의 승인을 통해 지적, 도덕적, 정치적 지도력을 조합원들과 시민사회에 갖고 있었다(유범상, 2008: ii). 경제위기 이전 노동운동은 약자, 노동자와 국민의 ‘의인’으로 환호를 받는 경향이 있었다. 즉 노동운동은 개발모델에서 이루어진 모든 억압과 착취로부터 노동자와 국민의 몫을 찾아오는 의인으로서 이해되었다.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의 권리와 삶을 향상시키는 존재자로,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존재자로서 묘사되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로 이러한 평가가 180도 바뀌어 노동운동은 귀족노조, 이기주의자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유범상, 2008: ii, 8).

 

노동운동이 ‘이기주의자’라는 담론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유범상, 2008). 하나는 노동운동이 국민경제에 반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운동이 동료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연대성을 잃어버린 정의롭지 못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 담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약화될 수 있다. ‘노동운동은 이기주의자이다’라는 담론은 현재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승인된 듯이 보인다. 이는 노동운동에 대한 정치적 파산 선고라 할 수 있다. 노동운동이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노동자 일반의 이익에 반하는 이익집단으로 더 이상 노동운동이 정치적 주체가 아니며, 주체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유범상, 2008). 특히 윤석열 정부는 통계수치 조직률이 낮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에 대한 이기주의 담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동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는 연일 노조 혐오, 반노조 정서를 적극 확산시키며 양대노총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낮은 조직률로 제기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대표성 논란이 갖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 논란을 계기로 노조에 제기되는 과제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후 논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먼저 양적 지표인 낮은 조직률을 이유로 노조가 정부로부터 공격받고 있는데 사용자와 민간은 그 대표성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둘째, 양적 지표 ‘조직률’만으로 문제 삼는 노조 대표성 논란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셋째, 노조의 낮은 조직률 극복과 대표성 제고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와 사용자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낮은 조직률로 공격받고 있는 노조의 대표성 논란이 노조에 던지는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Ⅱ. 사용자나 민간은 ‘양적인’ 대표성 논란에서 자유로운가?

 

양적인 형식 지표 조직률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공격을 받는 양대노총 대표성 문제는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물론 민간(전문가 집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양대노총을 제외하고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산업과 업종의 노동자들을 각각 120만 명 이상 포괄하고 있는 조직으로서 인적·물적 자원은 물론 동원력을 가진 시민사회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조직률이 낮음을 이유로 노조만을 대상으로 대표성 문제를 공격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케 한다.

 

1. 사용자단체와 민간부문의 대표성 취약해

 

언제나 관심의 초점으로 이야기되는 노조 조직률과 달리 사용자 조직률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조직률 수치로 노조 대표성을 공격하니 똑같은 잣대로 사용자단체의 조직률 수치를 보니 그 대표성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전국사업체조사」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사업체 수는 6,079,702개이다. 사용자단체 회원사 수를 살펴보면, ‘종합경제단체’를 자임하는 한국경총 회원사 수는 4,253개(2022년 기준)이다. 모든 업종(1차산업 제외)의 대‧중소기업을 망라하여 상공업자 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종합경제단체로서 경제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대한상의 회원사 수는 18,000여 개다.

 

이외 중소기업중앙회는 658,949개, 중견기업연합회는 644개(2023년 기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50개 사를 회원사로 갖고 있다. 기준 연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 사용자단체는 대략 전체 사업체의 0.007~10.8%만을 포괄하고 있다. 정부위원회 및 사회적 대화기구 등에 사용자 대표로 참석하는 사용자단체의 경우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중앙회는 10.8%이고, 한국경총은 0.07%, 대한상의는 0.30%의 사업체만을 포함하고 있다2)(황선자, 2023).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민간부문의 대표성은 어떠할까? 사실 시민단체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민간부문의 경우 전문가, 학자집단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노동조합의 참여가 그나마 높은 위원회는 지역의 대표적인 고용노동 거버넌스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이다. 각 지자체 조례에서 노동자, 사용자 대표를 구성원으로 명시하고 있는 데 따른다. 경기도의 경우 참여자 비중에서 노조는 16.9%, 사용자는 17.0%이다.

 

반면 민간(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참여자 비중은 39.1%이다. 민간 39.1% 중 전문가 집단 비중은 25.5%, 시민사회단체 비중은 13.6%이다. 전문가 집단에는 교수나 연구자 등 학계를 비롯해 공인노무사, 변호사, 언론 종사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의 협회나 단체 등이다. 이들은 과연 누구를 대표/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많이 양보해서 시민사회단체의 경우는 크건 작건 조직을 기반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서 선정하는지 모르는 대다수 학자나 연구자 등 전문가 집단은 사실상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 있고 실제 누구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정부 등이 조직률이 낮다거나 양대노총 중 한국노총만이 참여한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계의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민간부문 참여자들의 대표성 문제는 관심이 거의 없고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박현미‧유병홍‧우상범, 2021).


 

2. 전문가 집단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우려돼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노동개혁이란 미명 아래 반노동정책을 논의했고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친기업, 반노동정책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6월 발족해 12월에 권고문을 발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활동을 들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설치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는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작년 12월 12일 5개월가량의 논의 끝에 ‘주 69시간 노동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기본 뼈대를 담은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 권고문이 완성되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중순쯤 김인아 한양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연구회 위원직을 사임하였다(경향신문, 2023.03.29.)

 

중도사임 이유(배경)와 관련해, 보건전문가로 유일하게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했던 김인아 한양대 교수(작업환경의학)는 연구회 회의 과정에서 노동시간 확대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노동자 건강을 고려한 최대 주당 노동시간은 48시간이라 강조하면서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거나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을 넘으면 사고 발생이 37% 증가한다”고 설명했다(매일노동뉴스, 2023.03.31.). 당시 연구회와 노동부는 모두 김 교수의 연구회 중도사임을 알리지 않았다. 연구회 내부에 이견이 있다는 점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아 쉬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경향신문, 2023.03.29.).

 

지난 4월 23일에는 양대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공정성 보장을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 간사(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양대노총은 권순원 교수가 “최임위 공익위원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준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사퇴 촉구 이유를 언급했다. 아울러 이날 양대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사용자 편향적이고, 정부 입맛에 맞는 어용교수가 저임금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을 맘대로 결정하도록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한국노총, 2023a).

 

 

Ⅲ. 양적 지표 ‘조직률’만으로 문제 삼는 노조 대표성 공격, 적절한가?

 

1. 높은 조직률이 노동자 전체의 이해 대변 투쟁을 보장하지 않아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 유력후보보다 0.73% 많은 48.56% 지지로 당선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 유력후보와는 단 1% 차이도 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전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조합 대표성을 낮은 조직률 수치로 공격하기에 생기는 의문이다.

 

그런데 과연 양적 지표 ‘조직률’이 노조 대표성을 공격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일까? 만약 그렇다면 2016년 10.8% 조직률을 가진 프랑스 노조의 대표성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노조 대표성 논란은 제기되지 않는다. 단체협약 적용률이 98%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노조에 가입했지만 10명 모두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KBS 뉴스, 2023.02.01.).

 

노조 대표성은 조직률 ‘통계 수치’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노조 조직률이 높다면 낮은 경우보다 형식적인 대표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조직률이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투쟁을 보장하지 않는다. 노조의 대표성은 노동조합이 어떤 정책과 운동방침을 추구하고 누구를 위한 투쟁을 조직하고 조직의 힘을 동원하는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 노조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포괄하고 그들의 이해 대변과 권익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노조의 단결권이 아직도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낮은 조직률만으로 노조 대표성을 의심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더욱이 낮은 조직률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동자 집단을 대표해 전체 노동자와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정부와 기업의 반노동정책이나 제도개악에 맞서 양대노총이 힘을 모았던 크고 작은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6~97년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전개했던 양대노총의 역사적인 총파업 투쟁을 들 수 있다. 총파업 투쟁의 원인이 된 노동법 개정안에는 정리해고 조항이 있었고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제도 도입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유범상, 2008: 87-88). 따라서 이에 대항하는 노동계의 총파업은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투쟁임과 동시에 노동자들은 물론 중산층 일반을 아우르는 국민들의 고용불안을 대변하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간주되었다(유범상, 2008: 88).

 

특히 당시 총파업은 단순히 노동자나 노동운동계의 이슈와 관련된 계기에 의해서만 촉발된 것이 아니었다. ‘안기부법 개악’ 혹은 ‘날치기’ 등 한국의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협하는 집권세력의 반민주적․반동적 행위에 대한 전국민적 항의투쟁의 성격을 지니는 총파업이었다(임영일, 1997: 52, 유범상, 2008: 93-94 재인용). 이때 노조 조직률은 11.1%였다. 그러나 당시 노조 대표성 논란은 일지 않았다. 199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자 시도했던 최초의 노사정위원회 2.6 사회협약 당시에도 한국노조 조직률은 11.4%였다(한국노동연구원, 2022: 165). 2021년 노조 조직률 14.2%보다 낮았지만 당시 노조 대표성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하나로 내건 근로시간 개편방안인 주 69시간제에 반대하는 양대노총의 투쟁도 전체 노동자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활동들이다. 현재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편방안에 대한 양대노총의 반대와 투쟁은 ‘소수’ 조합원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노동 약자, 조직되지 않은 86% 노동자’를 위한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노동조합이 있는 특히 규모가 있는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시간을 사측 맘대로 하지 못하게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주 69시간제 개편으로 건강이나 시간 주권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집단은 노조가 없는, 정부가 ‘보호 대상으로 걱정하는’ 조직되지 않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다. 양대노총의 최저임금 투쟁도 조직노동자보다는 미조직 취약노동 계층을 위한 것이다.

 

양대노총의 이러한 활동은 실제 사업장 너머 노동자들을 위한 법‧제도 개선 투쟁이다. 지난 4월 27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 원 운동본부’를 발족시킨 핵심 주체도 양대노총이다. 여기에 양대노총을 포함한 40여 개의 각종 시민, 사회단체가 참여했지만 양대노총이 주축이며 그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임기 초부터 노조 혐오, 반노조 정서를 확산시키며 반노동 기조로 친기업정책을 거침없이 내놓는 윤석열 정부에 대적해 목소리를 내며 투쟁을 준비 중인 주체는 사실상 양대노총뿐이다.

 

2. 노조 대표성 논란은 정규직 조합원 중심 노동운동 때문에

 

현재 노조가 대표성을 의심받는 진짜 이유, 그리고 노조 대표성 논란이 국민 대중에게 통하는 이유는 낮은 조직률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노조의 정책과 활동이 조직된 ‘소수,’ 즉 상대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노동자 이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 기업조직 울타리 밖의 취약 노동자 다수를 사실상 방치하였거나, 심한 경우 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규직 조합원들을 챙겼기 때문이다.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 취약노동 계층과의 연대성을 상실한 채 “소수” 조직된 노동자, 조합원을 대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최근 한 시민조사에서도 노조의 생산현장에서의 역할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노조가 불평등 완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52.4%)는 의견이 노력한다(10.4%)는 의견에 비해 42%p나 많게 응답한 것이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노회찬 재단, 2023: 19). 노조가 전체 노동자보다는 소수 조합원을 위해 활동한다며 노동조합운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은 이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3)(매일노동뉴스, 2023.04.07.).

 

한국비정규노동센터‧노회찬 재단(2023)의 조사 내용 중 노동조합의 정규직 이기주의가 양대노총에 대한 비호감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동조합이 불평등 완화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기여한다고 평가할수록 양대노총에 대한 호감도는 높게 나타났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노회찬 재단, 2023: 19)4). 이러한 조사 결과는 노조가 이기주의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대노총이 양극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함을 시사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조사결과에서 뒷받침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노회찬 재단(2023)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증가 이유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③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 42.1%, ②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재정난 32.5%, ④정규직의 기득권보호 17.0% 순으로 답했다. 그런데 2012~23년 변화를 보면 ③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를 원인으로 본 응답이 7.5%p 감소한 반면 ④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보호라는 응답은 6.5%p나 증가했다. 일반 국민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정규직 노조의 책임도 꽤 있다고 보는 것이다(매일노동뉴스, 2023.04.17.).

 

3.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한 노조운동은 한계에 부딪혀

 

최근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둘러싼 비우호적인 상황은 조직노동이 한국사회 최대 문제로 떠오른 양극화 문제,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일면 책임이 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이는 물론 양대노총 중심의 조직노동이 의도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정규직 중심의 조직노동운동의 성과는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 계층의 희생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등 노동조건의 큰 격차는 물론 취약노동 계층의 심각한 고용불안정 문제에 대해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결과도 노조가 취약계층 권익을 위해 사실상 활동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노동조합은 1990년대 중반 이전 저임노동자를 위한 조직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고임금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그 성격이 변모하였다(이정현, 2004)는 결과가 있다. 물론 최근 노조가 고임금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그러나 노조의 임금 평준화 효과는 크지 않고, 비정규직 확대에 대응하여 노조의 조직기반을 확대하지 못하였으며, 기업 간 임금격차 확대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지적됐다5)(이병희, 2017).

 

그 결과 노조가 정규직 중심의 운동으로 비정규직의 보호나 조직화에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노진귀, 2018: 50)는 비난과 질책을 피할 수 없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저임금과 무권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었지만 정규직 노조들은 사용자의 비정규직 사용을 용인함으로써 정규직의 고용 및 임금안정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노조운동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틈바구니에서 정규직 스스로도 정부와 자본의 칼날을 맞이하게 되었다(노진귀, 2018: 50-51). 노조의 정규직 중심 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매우 비판적으로 노동운동은 사회적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정규직 중심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중구조를 심화시켰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부가 양대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며 노조 자체를 혐오하게 만들거나 혹은 배제하려는 시도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는 사회의 핵심적인 경제사회 주체이자 기득권층에 맞서는 최대 견제세력으로서 좀 더 나은 사회경제발전을 역사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4. 노조 대표성 공격하는 정부는 노조 무력화를 노려

 

최근 노동운동의 정규직 중심 운동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초래한 책임을 부과한다 할지라도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가장 큰 일차적 책임은 정부와 사용자에게 있다.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묵인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직결되는 원하청 간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어렵게 한 책임이 있다. 사용자는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남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이중구조 심화에 대기업의 책임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6) 대기업-중소기업의 착취 문제 등 경제민주화는 손대지 않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오로지 노조에만 돌리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이 틀렸다는 지적이다7)(한겨레, 2023.02.17.).

 

노조 조직률은 100%로 마냥 올라갈 수 없다. 설사 적극적인 노조의 조직화 사업으로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 계층 비중이 노조에서 높아진다 해도 노조의 대표성은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조가 어떠한 운영방식과 정책노선, 운동기조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노조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의 이해 대변 정도는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의 노동자 대표성을 통계수치 조직률로만 평가해 공격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노조 대표성 논란을 통해 노리는 것이 노조 약화, 무력화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정부가 반노동, 친기업 정책에 반대하는 양대노총의 동원력과 조직력이 두려워 양적 지표로 노조 대표성을 공격하며 노조 흠집내기, 노조의 사회적 고립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양대노총은 정부의 노동개악안에 반대하면서 총력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노동자 권한은 일부 강화하고 노동조합 권리는 약화시키는 정책이 다수 포함된”(한국일보, 2023.01.10.) 현 정부의 노동개악 시도가 있다. 지난 1월 9일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조 약화’에 방점을 둔 ‘윤석열표 노동개혁” 내용을 공개했다. 파업권의 무력화가 우려되는 방향으로의 대체근로 개편, 부분근로자 대표 도입으로 인한 노조 단결권 쪼개기(노조의 단결권 약화), 최대 주69시간 근무를 뜻하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 추진 의사 표명 등(한국일보, 2023.01.10.)과 같은 친기업적인 정책이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개악을 강행하려던 정부와 사용자의 시도를 투쟁으로 저지했던 조직은 노동조합이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조직적이고 주도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주체 또한 양대노총 중심의 노동조합이다. 그래서 노동개혁 운운하며 양대노총의 대표성을 낮은 조직률로 공격하고 있는 정부의 진짜 속내는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과 조직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면서 노조의 힘을 빼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Ⅳ. 노조 대표성 제고의 ‘최대 걸림돌’은 정부와 사용자, 오해일까?

 

기왕에 최근 정부가 낮은 조직률에 근거해 노동조합의 대표성 논란에 불붙였으니까 노조 대표성을 높이는 방안을 생산적으로 논해보면 어떨까. 이를 위한 핵심 전제는 노조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의 인식과 태도 변화이다. 노조에 대한 조직이기주의 집단 담론은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 인식을 나쁘게 하며 대표성 강화 방안의 하나인 조직률을 높이는 데 부정적이다. 따라서 집단이기주의 담론으로 노조 혐오 및 반노조 정서를 부추기지 말고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힘들게 하는 법‧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기업도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위협하는 반노조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

 

물론 노조의 조직화 노력이 부족했고 정규직 중심 노조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포괄해 이해대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도 노조 대표성이 의심받는 핵심 원인이라 할 수 있다.8)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운동으로 질타받고 있는 양대노총이 취약노동 계층의 노동조합 가입 기회 제공 등 적극적인 조직화 노력과 함께 전체 노동자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부 혁신을 단행해야 함은 물론이다.9) 여기서는 노조의 대표성 공격의 근거로 언급되고 있는 낮은 조직률을 유지하는 데 정부와 사용자가 끼친 영향을 알아본다.

 

1. 법적 제약의 문제는 조직률 제고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낮은 조직률 문제는 법적인 제약과도 관련이 크다. 정부가 양적인 노조의 낮은 대표성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의 핵심은 과거나 지금 모두 노조의 낮은 조직률이 법적인 제약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강성태(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현실적 대표성이 매우 낮은 데에는 노동법 제정 이후 줄곧 지속되어 온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법적 제약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1963년 개정 노동조합법의 복수노조 금지, 1973년 개정 노동조합법의 노사협의회 설치 확대, 1980년 개정 노동조합법의 3금(복수노조․정치활동․제3자개입 금지) 및 기업별노조 강제 등이 있다(강성태, 2015: 33, 29).

 

법·제도에 따른 단결권 제약은 아직도 존재한다(노광표, 2020; 이정희, 2017). 예컨대 법에서 노동조합 가입과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다고 법으로 규정한 노동자들의 범위가 넓다. ‘소방, 교정, 경찰’ 공무원들은 업무의 특성을 이유로 법상 노조가입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일반직공무원들도 6급 이하만 노조 가입 대상이며, 5급 이상은 단결권이 부정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경제의 확산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위장 자영업’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우버 기사, 대리운전자, 배달 노동자, 가사 노동자들이 그들이다(노광표, 2020).

 

윤석열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노조의 대표성 논란과 관련 그 해결 방향은 강성태(2015)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 강성태(2015)는 “노동조합은 확실히 임의기구이고 더구나 그 조직과 운영에서 자주성(민주성과 더불어)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므로 대표성 제고 역시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노조의 취약한 대표성 원인과 관련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의 현실적 대표성은 한 국가의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크게 의존하며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이에 기본적 인권의 실현을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회적 기구인 노동조합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헌법적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법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측면에서의 보장과 함께,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노력이라는 적극적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28쪽)는 지적이다.

 

2. 사용자의 반노조 전략은 노조 대표성 제고를 가로막아

 

정부 못지않게 노조 대표성 제고에 걸림돌이 된 것은 사용자의 반(反)노동조합 전략이다. 사용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중 가장 기본적인 ‘단결권’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 공포 혹은 혐오 현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용자들은 노조를 꺼려하고, 꺼리는 것을 넘어 노조를 없애려 하는데 이는 보통 다섯 가지 유형의 부당노동행위로 나타난다. 1)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사례, 2)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해고하는 사례, 3)노동조합 결성, 가입한 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배포로 취업을 금지시키는 사례, 4)노조가 결성된 이후 회사를 폐업하고 신규공장을 설립하는 사례, 5)회사 주도의 노조 설립을 통해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는 사례 등이다(노광표, 2015; 이정희, 2017).

 

이외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방해 행위로 보고 손배가압류를 활용해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심각한 경제적인 타격을 줌으로써 노동기본권 행사를 제어하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사용자들의 행위는 해당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이들에게 심각한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끼친다. 그 효력이 당사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종의 위협효과를 낳고, 또 확산된다. 노동조합 가입 또는 활동에 따른 비용이 예컨대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해고를 감수해야 할 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노동자들의 특히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비정규직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좌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노광표, 2015; 이정희, 2017).

 

3. 정부의 법‧제도 개선 노력과 사용자의 반노조 전략 폐기가 있어야

 

“노동조합의 현실적 대표성은 한 국가의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크게 의존하며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강성태, 2015)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내부 혁신이 요구되는 노조의 노력 못지않게 정부나 사용자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노조 가입을 어렵게 하는 법‧제도적인 요인들을 정부가 나서서 없애야 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도 철저히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정부는 조직률을 이유로 노조의 낮은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노조 때리기, 노조 망신주기를 통해 노조의 대표성을 더욱 흔들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건폭’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는 등 노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고 노조를 부패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주창하는 법치주의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이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도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노동3권의 핵심인 단결권 즉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면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해고라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 구현이라는 법치주의 차원에서 이 상황을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나아가 정부가 반노동, 반노조적인 기업과 보수 언론의 태도를 바꾸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노조 혐오 발언을 하거나 낮은 조직률을 이유로 노조 대표성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현 정부가 취약하다고 말하고 있는 노조 대표성 제고는 요원하다. 정부의 노동존중 태도는 사용자의 반노조 의식을 약화시키고 노조의 조직률 제고에 긍정적이다. 이는 유신체제 시기였던 박정희 정부와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났던 노조 조직률 상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장집(1997)에 따르면 유신체제 시기였던 1974년 이후 돌연 노동조합원 수가 폭증하였다([그림1] 참조). 이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1974년 1월 14일에 공표된 이른바 1‧14 비상조치라 불리는 긴급조치 3호와 보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이다. 이 조치는 국가보위법에 대한 완화조치로 취해졌으며 고용주의 부당노동행위와 그들의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최장집, 1997: 111).10)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0년 이후 10%대에서 정체되어 있던 노조 조직률이 2018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노동존중정책 표명과 상대적으로 친노동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그림2] 참조).

 



 

이외 노조의 소득분배 효과나 임금 불평등 완화 효과 등을 보고하는 연구들11)(이정우‧남상섭, 1994; 황덕순, 2005; 강승복, 2014, 이병희, 2017: 6에서 재인용)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조의 역할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다. 정부가 노조를 ‘강자’, 기업을 ‘약자’로 보면서 노조 때리기 정책을 통해 꾀하는 노조 약화 정책은 결국 저임금 등 힘든 조건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열악한 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한국일보, 2023.01.10.)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속뜻이 진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면 제일 먼저 노조의 대표성과 조직률 제고를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Ⅴ. 나가며: 노조 대표성 논란이 노조에 주는 과제는?

 

노조 대표성 논란으로 인해 노조에 제기되는 과제는 두 가지 차원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노조 내부 과제로서 조직혁신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총력투쟁 준비이다. 다른 하나는 법‧제도 개선 등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다.

 

1. 노조 내부의 조직혁신 과제가 제기돼

 

1) 단위노조와 조합원도 변화되어야

낮은 조직률로 인한 노조 대표성 논란은 노조의 조직혁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낮은 조직률로 인한 노조 대표성 논란과 그 배경이 된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 이로 인한 노동운동에 대한 집단이기주의/귀족노조 공격은 노동(조합)운동의 정당성은 물론 도덕성까지 훼손하고 있다. 그 결과 한때 “노동운동은 약자, 노동자와 국민의 ‘의인’으로 환호를 받는 경향”(유범상, 2008)이 있었지만 이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듯하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낮은 지지율이 반등한 배경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나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에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강경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이 있다.12)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수사의 대상, 정부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고 국민의 반노조 정서도 크다(한국일보, 2023.01.02.).

 

노조가 낮은 조직률과 이기주의집단/귀족노조로 공격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조는 ‘대표성’도 높이는 한편 노동자 다수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노조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표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양적 조직률 제고를 위해서는 사실상 소외된 다수 취약노동 계층을 조직해야 한다. 질적인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합원 중심의 조직운영과 활동을 바꿔 사업장 너머 취약한 다수 노동자를 위한 활동에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내부 조직혁신을 전제로 한다.

 

총연맹과 산별, 지역조직들은 내부 조직혁신 차원에서 소속 단위노조와 그 조합원을 설득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이는 2018년 한국노총 조합원 의식조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이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향후 한국노총 중점사업으로 조합원 임금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42.5%)과 조합원 고용안정(36.0%)을 꼽았다. 여성,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자 보호가 한국노총 중점사업이어야 한다는 응답에는 6.4%만이 답했다(박현미‧유병홍‧이주환, 2018: 65).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이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 대변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조합원 인식은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란 비판을 벗어나고 노동운동이 전체 노동자집단을 위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한국노총 총연맹은 물론 산별과 지역조직, 단위사업장의 지도자들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를 시사해준다.

 

심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시대적 과제이다. 사실상 노동개악인 ‘윤석열표 노동개혁’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은 조직 내부 혁신을 기반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핵심과제 하나는 잘 알려진 대로 정규-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다. 중앙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 및 정책적인 차원의 개선 노력과 함께 다수 현장에서의 실천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소수지만 한국노총 사업장 중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이들의 임금이나 고용안정을 향상시킨 사례들이 존재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의 가장 큰 차이는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노조의 인식과 이를 해결하려는 노조의 의지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해결에서 노조의 방침과 대표자의 의지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박현미, 2018).

 

2)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총력투쟁을 준비해야

이제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총력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특히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노동개악 입법은 빠르게 진행되리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가 퇴행적인 노동정책으로 노조 약화, 무력화를 기획하고 있는 상황에 맞서 노동계는 서둘러 조직을 설득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시켜 내야 한다. 특히 조직적인 차원에서 취약노동 계층에 대한 인적, 물적 자원투자가 필요하다.

 

한국노총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전국연대노조나 플랫폼 공제회 등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취약계층의 권익향상은 물론 조직화를 위한 교두보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연대노조나 플랫폼 공제회 소속 조합원과 그 조직대상은 낮은 임금과 상시적 고용불안정에 노출된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노동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다. 한국노총이 이들의 조직화는 물론 이해대변을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어 나가는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진보적인 의제로 고민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전략을 통해 사회임금13)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이 두 사업을 진정성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노총의 내부 자원을 투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동의와 지원,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국노총 조직의 운영이나 활동 등에서 혁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노총은 소속 조직들이 조직노동, 조합원 중심의 입장에서 벗어나 담장 밖 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투쟁에 조직의 다양한 자원을 투여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조직을 설득하고 추동해 내야 할 것이다.

 

2. 법‧제도에 따른 단결권 제약을 해소하고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엄단해야

 

조직률이 낮다는 이유로 제기된 노조 대표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조직률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노동계는 디지털경제에 따른 새로운 고용형태 노동자 즉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등을 포괄하고 있지 못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간 노조할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노동자 범위를 축소하고 디지털경제의 확산에 따른 특수 고용노동자 등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동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즉 노조 조직화는 물론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 등을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하도록 대응해야 한다. 국제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ILO 협약비준 후속 조치, 즉 비준협약 규정과 관련된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동자들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전 조직의 역량을 끌어모아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14)

 

정부와 사용자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이러한 활동은 노동조합이 ILO 전문가위원회의 감시감독 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ILO 기본협약(제87호, 제98호)15)은 2021년 비준되었고 2022년 4월부터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 관행이 ILO 기본협약(87호, 98호)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개선과제를 밝히는 ILO 전문가위원회의 감시감독 절차가 올해부터 개시되었다. 이제 올해 9월 1일까지 정부는 비준한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노사단체는 협약 이행에 대한 평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비준 협약을 이행하기는커녕 강도 높은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회계에 대한 부당개입 및 자주성 침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 발동 등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골적으로 노조 탄압을 일삼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국제노동기준에 비추어 평가하고, ILO 감시감독 절차에서 부각될 쟁점, 즉 주요 위반사항과 개선과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는 ILO 감시감독 절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한국노총, 2023c). 현재 한국노총은 ILO 기본협약에 충실하게 국내 노동법의 개정, 노동기본권 개선, 정부의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 해소, 노동행정 관행 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제도개선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한국노총, 2003b: 7).

 

이외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에게만 거의 적용되고 있는 단체협약 적용률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 등이 필요하다. 2019년 기준 OECD 회원국의 노조 조직률과 단협적용률을 보면 한국은 조직률 11.6%(2021년 14.2%), 단협적용률 14.8%(2021년 15.6%)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 조직률(25.1%)과 단협적용률(48.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매일노동뉴스, 2023.04.28.). 이제 노동계는 양적인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단협적용률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박현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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