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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와 자연을 지키는 역사의 발걸음, 제주다크투어

김잔디 제주다크투어 사무국장

등록일 2023년04월04일 17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역사, 4·3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들이 4·3을 접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마저도 해방 이후 정부수립 과정을 포함하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4·3의 역사를 알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은 4·3을 들어보긴 했지만 왜,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기억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제주도를 자주 찾았지만, 가끔 마주친 4·3유적지 안내판으로는 그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주의 맛집, 풍경이 아름다운 바당, 전망 좋은 오름, 걷기 좋은 숲길은 알아도 4·3 유적지나 역사는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동료가 4·3역사를 기억하는 시민단체(제주다크투어)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기꺼이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4·3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 시민단체는 ‘제주다크투어’로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5년 전에 설립되었다.

 

기억

 

제주다크투어는 4·3과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려 나가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만 800곳이 넘는 4·3 유적지가 있지만 대부분 사유지이거나, 안내판 없이 방치되고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지나 핵심 기관들의 위치가 유적지인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제주다크투어는 이를 알리고 제주를 찾는 사람들과 직접 유적지를 찾아가 4·3 당시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분이 알만한 몇 곳을 소개해본다.

 

△ 제주국제공항(정뜨르비행장) 활주로 앞(제주다크투어 제공)

 

제주도에 입도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제주국제공항’의 옛 제주 명칭은 ‘정뜨르비행장’이라 불렸고, 이곳은 4·3 기간에 많은 제주도민을 학살했던 장소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공항 서북측과 동북측에서 유해발굴을 추진해 총 380여 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유해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이 이뤄져 유족들에게 유해가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30여 구에 불과하다. 3분의 2 정도의 유해는 여전히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에도 제주공항 인근에서 3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특히 아직도 제주공항 활주로 밑에는 많은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매일 수많은 비행기가 이착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발굴은 요원한 상황이다.

 


△ 성산일출봉 우뭇개동산(제주다크투어 제공)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일대도 4·3 당시 학살터였다. 성산일출봉 매표소에서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우뭇개동산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일본군이 남기고 간 다이너마이트를 직전에 주둔했던 9연대의 허가하에 보관하던 것을 교체된 2연대가 이 사실을 모르고 무기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오조리 주민 30여 명을 총살한 곳이다.

 


△ 평화기념관 내부(제주다크투어 제공)

 

4·3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은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4·3평화공원’이다. 전시관을 포함한 다양한 시설들이 4·3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고, 희생자의 위패 및 유해 봉안관이 있다. 이곳을 방문하고 나면 왜 우리에게 평화가 중요한지 사뭇 깨닫게 된다. 이 밖에도 조천면 북촌리에는 올레길 19코스에 접한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다.

 

이곳은 단일기간 내 가장 많은 제주도민이 학살된 곳으로 기념관과 함께 위령비, 애기무덤, 순이삼촌문학비, 옴팡밧 등 4·3 당시의 학살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현기영 작가의 단편소설 「순이삼촌」이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주정공장 수용소 4·3 역사관이 최근에 개관했고, 중문성당, 백조일손지묘 등 다양한 곳에 4·3의 역사를 알리는 기록들이 늘어나고 있다.

 


△ 너븐숭이 4·3기념관(제주다크투어 제공)

 

제주다크투어는 이러한 유적지들을 인권, 평화, 젠더, 장애, 생태 등 다양한 아젠다와 엮어 4·3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과 찾아가고 있다. 4·3 유적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군시설, 제2공항, 강정해군기지 등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기행을 추구하고 있다. 좀 더 뜻깊은 4·3기행을 위해 기행 참여자들에게 제주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생수병 및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곶자왈, 자연굴, 습지 속 4·3유적지를 다니며 제주 생태의 중요성을 함께 알리고 있다. 또한 기행참여자들의 발걸음이 지역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평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설명한다.

 

기록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잊히고 지워진다. 그래서 제주도 곳곳의 4·3 유적지를 찾아가고, 희생자 및 유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4·3 유적지의 안내판 조사보고서 발간, 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 활동, 도외 4·3 유적지 답사, 마을별 4·3 위령제 참석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전부개정 된 「4·3특별법」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는 군사재판 및 일반재판 수형인들의 재심재판도 모니터하며, 재판장에서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과 함께 15곳의 유적지를 선정해 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가 인쇄된 유적지 리본을 달기도 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4·3 유적지를 조사해 시민들에게 소개할 기회도 가졌다.

 

△ 유적지 안내 QR코드 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지킴이단(제주다크투어 제공)

 

제주다크투어는 비등록 희생자에 대한 기록을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4·3특별법」이 정하는 ‘희생자’란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 후유장애가 남은 사람 또는 수형인(受刑人)을 뜻한다. 그러나 이 모두에 해당하더라도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4·3사건 당시 무장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4·3 당시 주민들을 학살하다 죽은 군인과 경찰은 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군경의 토벌 대상이었던 무장대는 희생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들과 이들의 유족은 4·3역사의 희생자가 맞다. 진정한 화해와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희생자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비등록 희생자와 그 유족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또한 「4·3을 말한다」,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화산도」 등 4·3의 역사를 이해는 중요 서적을 시민들과 강독하는 모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 과거사, 인권, 젠더, 평화 등을 주제로 4·3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토론회 및 강좌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여순민중항쟁, 5·18민중항쟁 세월호참사, 제2공항, 강정해군기지, 형제복지원, 일본군 위안부, 10·29 이태원참사 등 과거사 및 현안들에 연대하고 있다. 국외로는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홍콩, 미얀마, 오키나와, 난징대학살, 로힝야학살, 아프칸 난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사회 폭력 피해자들과의 연대도 이어오고 있다.

 

놀랍게도 제주다크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회원의 60% 이상이 제주도 외 시민들이다. 제주를 그저 관광지로 찾기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역사기행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4·3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당신에게도 제주다크투어를 후원하고, 의미있는 제주다크투어 참여할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유적지 정보, 기행 프로그램, 제주다크투어의 활동은 홈페이지(www.jejduartkours),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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