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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

등록일 2023년04월04일 08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정책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정부에서 소득분배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주목받던 최저임금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업종별 차등적용, 주휴수당 폐지와 같은 제도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갈등만 유발하는 자극적인 주제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국가정책이 국민들을 위해 개선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만,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본래 목적과 방향을 잃는다면 이는 올바른 정책이라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노동 현장의 노동자는 노동의 대가로 자신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임금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간 대비 현저하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이 빈곤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사회는 최저임금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 정부는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해 최저임금을 ‘고쳐 써야 할 대상’으로 규정한다.

 

누구를 위한 업종별 차등적용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밝히며 사실상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서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만, 30년 전 제도 시행 첫해에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전산업 단일적용의 명맥을 이어 나가며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을 굳이 거론해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있을까.

 

업종별 차등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우선 어느 업종을 차등 적용할지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실제로 차등적용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업종별로 세분된 산업구조 특성상 실제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저임금 업종은 사실상 ‘낙인찍기’가 돼버려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용자단체가 매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대표적 업종인 음식·숙박업의 최근 구인·구직 공고만 보더라도 현행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구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불공정거래, 가맹 수수료, 카드수수료, 임대료를 언급하지 않은 채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모든 경영난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여전히 고려되지 않는 가구생계비

 

최저임금법 제4조의 결정 기준 중 하나는 ‘근로자의 생계비’다. 그간 노동자위원이 주되게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고려해달라는 가구생계비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서 배제되고 있다. 노동계에서 가구생계비를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결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지금 우리사회는 소득을 위해 일하는 구성원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엔 소위 ‘외벌이’로 3~4인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던 가구가 이제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구성원 전체의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식적인 통계에서도 최저임금 직접영향 노동자는 평균 2.94명의 가구 생계를 책임지는 소득원으로 살아간다.

 

이런데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간 공방이 커질 것을 우려해 ‘비혼단신 생계비’만을 발표하며 가구생계비 반영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제부터라도 최저임금제도의 근본 취지, 최저임금노동자의 가구원 수 분포, 국제기구의 권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구생계비가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기준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미만율 논쟁 이제는 그만 둬야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두 가지 통계를 통해 최저임금미만율을 발표한다. 먼저 경제활동부가조사의 경우 2021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5.3%이며,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의 경우엔 4.4%다. 이처럼 두 통계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통계조사의 한계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의 경우 가구원이 응답한 월 임금 총액을 노동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가구 조사에서 임금은 적게 보고하고, 노동시간은 무급 노동시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저임금미만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여기에 감액적용대상자(3개월 미만 수습근로자)도 식별할 수 없다.

 

이렇듯 불확실한 통계의 한계로 인해 미만율 통계의 차이가 나는 것을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아진다는 사용자단체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미만율의 객관적인 지표와 조사기법을 관리하고 생산해 노·사의 불필요한 논의를 방지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심의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선순환 구조의 시작은 최저임금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위 5% 근로소득 점유율은 2021년 20.7%다.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던 2018년과 2019년에는 이 수치가 19.7%까지 떨어졌지만, 최저임금이 다시 최저수준으로 올랐던 2020년 들어 20%대로 상승한 것이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2017년 0.463에서 2019년 0.444로 개선되다가 2020년 0.446, 2021년 0.452로 후퇴했다.

 

최저임금을 단순히 저임금노동자가 받는 임금이라는 좁은 개념으로 이해할 경우, 최저임금의 중요한 목적과 역할을 간과할 수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내수 및 소비 진작을 위한 경제 부흥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이점이 있으며, 저소득층의 의료 및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여건을 제공해 국가의 사회안전망 비용 부담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제도들(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건강보험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병 등)의 핵심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 목적에 맞는 올바른 심의로 거듭나야

 

최저임금제도는 30년 전 노동계가 저임금 해소를 위해 요구한 결과로 노동자 대투쟁의 산물이다. 제도 시행 후 노동계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노력으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부문을 줄여왔으며, 지금까지 적용대상자가 꾸준히 늘어나 대표적인 국가 임금정책으로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노동의 대가를 존중하며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반하는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쟁,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진행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부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법 제1조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본래 목적에 맞는 심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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