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필품을 구매하러 식료품점에 가봤다면 부쩍 높아진 물가를 실감해봤을 것이다. 여기에 전기, 가스, 수도, 교통비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체감 민생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 실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노동자 가구 생계에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5.1% 상승으로 나타났지만, 전기·가스·수도비의 경우 12.6%,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 역시 각각 6%, 5.4% 상승해, 실생활 체감 물가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물가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 여파 등으로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노총이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발표하는 표준생계비에서도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노동자 가구1) 생계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감률의 경우, 단신 가구 4.7%, 2인 가구 4.8%, 3인 가구 6.5%, 4인 가구(Ⅰ) 5.4% 원, 4인 가구(Ⅱ) 3.5%, 4인 가구(Ⅲ) 3.7% 상승했으며, 금액으로는 단신 가구 2,626,826원, 2인 가구 4,500,500원, 3인 가구 5,639,254원, 4인 가구(Ⅰ) 7,054,455원, 4인 가구(Ⅱ) 7,756,438원, 4인 가구(Ⅲ) 8,304,505원으로 나왔다.
주요품목별 변동사항
①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
약 110개 품목으로 생계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는 한국소비자원, 농산물 유통정보, 통계청, 기타 민간 온라인쇼핑 물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다. 산출 결과, 전체 가구 평균 약 6%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식료품비에 포함된 외식비는 전년 대비 무려 9%가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물가 상승률과 유사한 수치지만, 품목별 증감률 차이가 크므로 실제 식료품 물가는 더욱 차이 날 수 있다.
②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비
주택 전세금, 구매비, 관리비, 유지비 등으로 구성된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비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아파트 매매, 전세, 주택 전세 가격 변동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2022년 증가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상폭은 높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된 공공요금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노총 생계비가 2018년 조합원 생활실태조사 기준을 계속 사용하므로 온전히 반영하는데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해석상 주의가 요구된다.
③ 교육비
공교육비, 사교육비, 과외활동비, 급식비 등으로 구성된 교육비의 경우, 지난해까지 조합원 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고등학교 급식비를 반영했지만, 2021년부터 무상급식(중식)이 보편화하면서 올해 생계비에서는 제외했다. 그러므로 4인 가구를 중심으로 교육비가 지난해 생계비 대비 약 7%가량 감소했다.
2023년 한국노총 표준생계비와 생계비 산출 기준시점인 2022년 3/4분기 정부 통계상 노동소득과의 비교 결과, 단신가구와 3인가구의 경우 노동소득이 생계비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2인 가구와 4인 가구는 노동소득이 생계비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물가상승 여파로 노동소득이 노동자 가구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며, 임금인상 효과는 사실상 상쇄되고 있다. 즉, 물가상승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실질임금 저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물가상승률(7.7%)이 최저임금 인상률(6.6%)보다 높아 실질임금이 저하되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임금체계 개편 추진 등으로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더욱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분위별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피해의 직격탄은 고스란히 비정규,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IMF, 세계은행 등 주요 경제 예측 기관에서도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처럼 노동자 임금이 물가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임금인상으로 내수경제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민생 생활물가 안정 및 노동자 임금 안정성을 위한 정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초과이익공유세 도입 등을 검토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벨기에, 룩셈부르크, 몰타)가 시행하는 물가연동임금제가 이러한 고물가 시기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프랑스와 같은 주요국에서도 과거(~1983년까지 시행)의 물가연동제 경험을 토대로, 최근 이를 부활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과거와 다른 자본과 노동의 불균형한 힘의 구도 속에선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국노총 임금인상요구안은 2월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임금정책의 기본 방향은 노동자 생활임금인상 및 실질임금 쟁취를 통한 임금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한편, 올해는 산하조직의 임금교섭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금까지 오랜 역사를 함께한 표준생계비의 모형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중 전 조합원 생활실태조사도 병행할 예정이오니, 조합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미주>
1) 노동자 가구 생애주기에 따라 단신, 2인, 3인, 4인(Ⅰ), 4인(Ⅱ), 4인(Ⅲ)로 구성됨. 자세한 구성은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