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오른다?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

등록일 2022년11월03일 10시0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를 위한 활동 중 하나로 최저임금 사업장 방문을 진행했다. 당시 노사가 함께 방문했던 곳은 아파트 시설 및 환경 관리 사무실이었는데,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자의 발언을 가슴 아프게 기억한다.

 

“우리 같은 노동자는 주는 대로 받아야 합니다.”, “임금 협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올해 같이 고물가 상황에서는 최소한 물가 인상분만이라도 내년 임금 상승에 반영되었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이렇듯, 여전히 우리사회의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을 협상할 어떠한 창구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사용자가 주는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어느때보다 높았던 물가로 인해 최저임금 협상장에서도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노사의 팽배한 입장차가 나타났다. 노동계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달았으니 이를 고려한 최저임금 인상률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높은 물가가 반영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또다시 내년 물가 인상의 악순환을 유발한다며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의 상관관계는 존재할까.

 

본격적으로 4/4분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경제는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무려 5.6% 상승했다. 특히, 서민 생활의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생활물가와 신선식품 지수의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경제예측 기관에서는 복잡한 대내외 상황으로 이러한 고물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장 서민 노동자 가구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 역시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사용자와 임금교섭을 진행 할 경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노조는 임금교섭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 + 경제성장률 등의 거시경제지표를 하나의 인상 근거로 제시하지만, 올해와 같은 고물가 상황에선 사용자가 이를 수용해줄 리 만무하다.

 

측에서는 물가상승을 반영해 임금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이듬해 또다시 물가가 상승해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계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임금인상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재화의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임금인상 비용을 보전하려 하는데 이는 추후 또다시 물가상승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주장을 경제학에서는 나선 효과(spiral effect)라고 하는데, 임금과 물가가 마치 나선형의 소용돌이처럼 서로 뒤엉킨 모습을 빗댄 용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리는 증명된 것이 아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지난 10여 년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평균 1.7% 정도 수준이다. 이에 반해 협약임금인상률은 평균 4% 정도 수준이다. 나선 효과 이론이 증명되려면 그 이후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최소 4% 이상으로 올라야 했지만, 1% 초반 수준에 그쳤다. 해외 통계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상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OECD 국가들의 임금은 평균 6.3%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53% 그쳤다. 또, 2011~2020년엔 임금이 8.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86%에 그쳤다.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국내외 연구도 존재한다. 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자료1)에서도 최저임금의 10% 인상 상황을 가정한 뒤 물가상승률을 파악해 본 결과, 전체 노동자 임금은 약 1% 정도 상승하며, 이에 따라 물가는 약 0.2~0.4% 상승률에 그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반론 연구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간한 자료2)에서는 1990년대를 대상으로 분석해 본 결과, 물가상승과 임금인상이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물가와 임금간의 여러 연구가 존재하지만, 사실 임금이 물가 한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임금 결정 현황3)은 평균 5.3% 인상률로 나타났다. 특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정보통신, 건설, 제조, 도매 및 소매업 분야에 임금인상 결정요인을 물어본 결과 ‘기업실적 및 성과’를 주요요인으로 응답한 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별 기업별 생산성 차이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기존의 해외 선행 연구 검토에서도 소속 기업의 시장지배력, 기업의 노동자 투자 비용 규모, 기업자본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 기업 성과에 대한 노동자의 기여도, 노동자 대체가능 유무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서 임금이 결정된다고 밝히고 있다.4)

 

서두에 언급했듯이, 지금은 임금인상과 물가인상과의 상관관계보다 취약계층,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자 등 회색지대 노동자를 위한 임금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직된 1, 2차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로 인해 임금 불평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전체 기업 대비 극소수에 불과한 재벌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는 결국 노동자의 임금은 기업의 생산성 및 경제 상황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는 연쇄적인 악순환을 유발한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임금상승을 단행해도 이를 감내할 여력이 되지만,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사는 기업의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초기업 산별임금체계 도입, 공동임금협상 방식 등의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될 시점이다.

 
<미주>

1)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산업연관표를 활용한 분석(한국노동연구원, 2015)

2)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한국은행, 22.7.25)

3) 임금결정현황조사, 고용노동부(2022.8.4)

4) Tilly, Chris and Charles (1998), Work under Capitalism

유동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