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
한국노총 조합원은 월평균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할까?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가구의 생활비는 노동 현장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 혹은 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 지표다. 따라서, 조합원 그리고 조합원이 함께 살아가는 가구원의 생활 패턴, 소비 습관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임금협상을 위한 임금정책 수립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규모의 여부를 떠나 단위노동조합이 매번 조합원의 생활상을 매번 조사할 수 없는 터, 노총에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한국노총 표준생계비’를 통해 ‘노동자 가구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위한 임금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 자료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노총 생계비에는 조합원과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이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식료품, 주거비, 의복비, 교육비, 교통 및 보건비 등 총 11개 품목을 세세하게 조사하고 분석해 발표한다.
코로나 19 & 초고령화사회 진입 등 변화된 생활상 반영을 위한 생계비 모형 개정 필요성
강산도 세월이 흐르면 변하듯, 노동자 가구 생활방식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과거에 정립했던 생계비 모형을 계속 준용하기엔 달라진 현실과 맞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기적이며 시의적절한 모형 개정을 통해 노동자 가구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상황과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문제로 가구의 구성과 생활방식이 상당 부분 변화하였다. 노총에서는 이러한 변화상을 반영하고 향후 노동자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임금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을 한다.
노총에서는 과거부터 내·외부 연구를 통해 생계비 모형을 주기적으로 개정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생계비 모형 개정 연구는 노동조합의 자의성을 최대한 지양하고 국민 누구나 살펴보고 적용해도 손색없는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최근 2014년, 2018년 표준생계비의 모형 개정을 통해 조합원의 달라진 생활상을 반영하였고, 여기에 노동자 가구의 특성 및 전문적인 이론을 결합해 지금의 이론+실태생계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4년도 모형부터 정부 공식자료인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로 확인되는 가계지출 조사의 품목과 노총 생계비 품목을 통일하였고, 하위 항목을 유사하게 조정하는 개정을 본격적으로 하였다. 여기에 매년 발표하는 가구별 생계비의 상승 폭도 해당연도의 물가상승률 등을 적절히 반영하며 대부분 공식적인 물가 자료조사나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금액을 직접 조사하여 계측하기 때문에 신뢰도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비교적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는 평가다.
올해 실시하는 2024년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 취지 역시 조합원의 달라진 생활상 변화 반영 및 조사 신뢰성 제고에 기반한다. 전례 없던 코로나 19 이후 한국 사회의 소비패턴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크게 달라져 비대면 소비가 전 소비 품목에서 널리 확산하고 있고, 초고령사회 진입이 눈앞에 있다. 변화하는 국가 인구구성에 따라 노총의 표준생계비 역시 노동자 가구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한 미래 지향적인 모형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노총 생계비가 실태생계비와 이론생계비의 결합 형태라는 점에서 일부 한계점도 존재하지만, 조합원 가구의 소득을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하고, 소득으로 인한 지출 수준이 현실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올해 모형 개정 역시 생계비의 일부 한계점을 최대한 보완하며 한국노총의 대표적인 임금정책 참고 지표로 기능할 예정이다.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을 위한 조합원 생활실태조사 참여 안내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생활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총은 그동안 5년 주기로 조합원 생활실태조사를 하였는데, 가장 최근에는 2018년에 실시하였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새로운 조합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그간 달라진 조합원의 생활상을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실태조사 대상은 한국노총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모든 조사가 그렇듯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노총 단일 조사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터라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앞서 사전 표본 선정이 진행됐다. 하지만, 자발적인 참여를 원하는 조합원들은 아래 QR 및 홈페이지 링크로 접속해 설문을 직접 인쇄 후 노총에 우편 송부하면 된다.
조사 방법은 응답자 본인이 직접 기재하는 설문 조사 방식으로 기본적인 가구 구성원 수부터 실생활의 필요한 비목까지 총 20페이지로 구성되었다. 설문은 표본으로 선정된 조합에 설문지를 일괄 배포하고 이를 조합에서 조합원들에게 다시 재배포하는 방식이다. 설문을 받은 조합들 개개인이 직접 응답하고 이를 함께 동봉된 회송용 봉투에 넣어 다시 노총으로 보내면 된다.
서두에 언급했듯, 생활실태조사는 한국노총이 매년 발표하는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을 위한 생활에 필요한 비용 조사 일체다. 즉, 조합원이 자신이 포함된 가구구성원이 실제 생활을 하며 소비, 생활방식 등이 담겨 있다. 이렇게 응답한 값을 가지고 품목별 금액을 합산하여 해당연도의 가구별 생계비를 예측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설문지 수거율과 응답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일반 조합원이 직접 설문을 작성하면서 문항을 수정·보완하는 사전 응답 절차(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했다. 과거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수정·보완된 설문지를 산별 정책담당자에게 배포하였으나, 이번 모형 개정에서는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설문의 오류를 줄이고 최대한 응답하기 쉬운 문항들로 설문을 구성했다.
생활실태조사는 어찌 보면 단순 조사같이 보이지만, 생활실태조사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조합원 생활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도출된 생계비는 조합원의 적정 임금을 산정하는데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소속 사업장에서 임금인상 요구안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노총에서는 올해 진행되는 표준생계비 모형 개정과 조합원 생활실태조사에 총력을 다한다. 내년 공개 예정인 새로운 노총 표준생계비는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방식의 모형으로 거듭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노총의 임금정책 또한 기존의 방식을 더욱 보완하여 양질의 결과물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사는 8월 25일부터 9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시행되며 조사에 성실하게 응답해 준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경품(태블릿PC, 스마트워치, 화장품 등) 추첨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국노총의 미래 임금정책 수립과 더 나은 조합원의 생활을 위하는 취지의 이번 실태조사에 조합원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