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는 한국노총이 운영하는 충북노동교육상담소 소장이다. 1982년 한국노총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40년을 한국노총에 몸담았는데 처음에 맡은 업무는 총무 업무였다. 그는 노동조합이 수협이나 농협처럼 안정적인 직장인 줄 알고 들어왔다는데 기업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띠를 묶고 싸울 줄은 몰랐다고 멋쩍어 했다.
그가 한국노총에서 맡은 주된 업무는 노동법률 상담과 교육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자문을 담당하기도 하기만 주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들이 주로 그를 찾아와 상담했다.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와 법률지원을 했고, 필요하면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해 노동자 스스로가 뭉쳐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지난 40여년간 매년 1천500건 이상의 노동상담을 진행해 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문제 해결을 도왔고 충북지역의 미조직 노동자 수백명을 노동조합으로 묶어 냈다. 예비노동자로 사회에 나가 노동자가 될 지역 내 고등학생들 수천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가르쳤다.
그렇게 신현수 소장에게 도움을 받은 노동자와 예비노동자가 지난 40여년간 수만명이다. 취약 노동자들을 위한 그의 헌신의 발자국은 그렇게 한국노총의 노동상담통계 엑셀 파일에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러나 올해 정년을 맞은 그의 지난달 퇴직기념 행사는 쓸쓸했다. 성대한 퇴임식은 고사하고 상담소 워크숍을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상담소 협의회 동료들이 감사패를 전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노조 본연의 임무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서다. 나는 이처럼 낮은 곳에서 묵묵하게 시민들의 노동권을 지키고 지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로 노동조합이 여전히 국민과 신뢰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건설산업노조 간부의 조합비 횡령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노동상담소를 운영한다며 나랏돈을 받아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접하며 신현수 소장 같은 이들이 수십년간 국민 곁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쌓아 온 노조에 대한 미약한 신뢰의 끈마저 끊기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요즘이다.
한국노총은 간부 횡령 의혹에 건설산업노조를 제명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그래도 부족할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는 국민과 조합원들에게 사죄하고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언론은 연일 노동조합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며 부패를 일삼는 파렴치한들의 모임인 것처럼 호도한다. 노동조합이 묵묵히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사례에는 눈감고 일부 간부의 허물을 부풀려 국민 기본권인 노동조합 활동을 죄악시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노조부패 엄단’ 의지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노조에 특별히 가혹한 것이 아니라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정부패로 국가에 내야 할 벌금이 80억원 이상 남은 이명박씨는 사면하면서 공정한 법 집행을 말하면 누가 믿을까?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노동조합 부패 프레임을 기획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편향적 경제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약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 기업은 다시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 경제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기업의 일방적 임금삭감과 정리해고, 직장내 갑질에 시달릴 때 가까이서 법률 상담을 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노동조합 활동이 약화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혐오에 국민이 제동을 걸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 노조의 부족함은 질책하고 잘하는 점은 격려해 주실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 노동조합 역시 더욱 낮은 곳에서 묵묵히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