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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산업재해 구조적 해결 말하면서 악화시키는 모순

위험한 작업을 지시해 이윤을 얻는자가 산재 책임도 져야

등록일 2022년11월03일 08시1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선임차장

 

최근 평택 에스피엘 제빵공장에서 청년노동자가 혼합기에 끼여 죽고, 충북도청 소속 도로보수 공무직 노동자들이 차량에 치여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하신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다치신 노동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이번 사고들은 기초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안전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 조직, 예산 등이 충분히 배치되지 않아서 내부적인 작업지침 등이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스피엘 청년노동자 사망의 경우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하여 지금까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쟁점으로 사고가 대두되자 대통령과 장관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에스피엘 사고를 거론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산업재해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무척이나 시의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의 안전보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는 시도와 중대재해처벌법에 소관 부처가 아닌 기재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과 같은 월권, 그리고 철학 없는 자율안전보건을 내세우는 점 등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입으로는 산업재해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나 손발로는 산업재해의 구조적인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2022년 하반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과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의 경우 소관부처가 아닌 기재부가 경영책임자 처벌 감경과 면제를 위한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노동부에 전달했다. 형사처벌 삭제, 경제벌 전환, 최고안전담당자 선임 시 최고경영자 면책, 징벌적 손해배상 제한 등 모두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것들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는 내용이다.

 


△ SPL노조 산업재해 사망사고 조합원 추모 문구(사진=SPL노조)

 
 

위험한 작업으로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져야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의 경우 지난날 정부가 2000년대 이후 5년마다 중장기 계획으로 나오는 산재예방 5년 계획에서 나왔던 자율, 자율규제 등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 자율규제의 철학이 된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자율규제와 한국 정부의 자율규제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 자율규제의 배경이 되는 로벤스 철학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높은 수준의 관심과 투자를 하는 것이 선행된다. 안전보건에 법적 최저기준을 맞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안전보건에 관한 최고기준을 기업이 충족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자율안전보건은 규제 완화와 경영책임자 처벌 감경으로 이어진 경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려는 시도를 추진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마저도 삭제하려고 한다. 한국노총은 위험한 작업을 통해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정부의 안전보건에 관한 규제 완화와 처벌 감경을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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