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천 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20대 63.6%, 30대 62.3%로 반대 월등히 높아
- 직무성과급 도입 반대 50.7%, 도입되더라도 임금 격차 해소 도움 안 될 것 58.6%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국민 과반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직무성과급이 실제 현장에 도입되더라도 지금의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응답이 58.6%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에스티아이에 지난 10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 도입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의뢰해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 세부 추진 방향으로 발표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국민 인식을 살펴보고자 실시하게 됐다. 조사 문항은 임금체계 도입 추진 인지 여부, 직무성과급 도입 시 임금 격차 해소 도움 여부,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한 견해 등 총 6문항이며 ARS 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국민 과반수(50.7%)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직무성과급이 실제 노동 현장에 도입되더라도 지금의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8.6%로 조사됐다.
특히, 정부가 지난 6월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서 연공성 임금체계에 대해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나,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42.8%는 찬성하는 답변이 우세해 정부 입장과는 다르게 긍정적인 여론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의 실제 생활비 중 여전히 식료품비,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에 아직은 생애주기별 임금이 반영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무성과급 개편의 부정적 인식은 임금노동자로 한정해 보면 더욱 높게 나온다. 조사 결과, 임금노동자의 58.4%가 직무성과급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금노동자의 65.9%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이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한국노총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일 오후 1시 30분, 한국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대안 모색 토론회’를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조성재)와 공동주최로 열었다.
‘임금체계 주요 현안과 개편 방향 모색’을 주제로 발제한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1차 노동시장에 속해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업별교섭이 주도하면서 연공급체계가 주류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나머지 2차 노동시장에 속해있는 사업장은 교섭체계 역시 취약한 상황에서 무임금체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양극화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임을 우려했다.
박용철 소장은 현재 정부의 주요한 임금정책인 직무성과급과 표준임금 모델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임금체계가 다수인 2차 노동시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직무급을 통한 산별연대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향후 전체 노동시장으로 통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발제 중인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또한 정부의 역할로는 △업종별 기준임금 공시 △초기업교섭 지원과 업종별 표준임금 확대 △임금분포공시 확대 △생계비를 반영한 임금 결정 기준 등을 제안했다.
이어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별노조와 산별교섭을 얘기했지만, 산별 노사관계 체제의 구현을 적극적이고 발본적으로 사고하지 못했다”며 “산별 노사관계 체제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것이 양극화의 결과임과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체, 형식, 내용 모두에 있어 노동조합 스스로 쇄신하려는 노력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적 비약도 사상누각에 불과해질 수 있다”며 새로운 산별 노사관계 체제 형성의 핵심 요소로 ①산업별로 노동조합 직가입을 활성화하며 1,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들 모두를 포괄하는 조직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②2차 노동시장의 사회적 합의 모델의 활성화를 포함한 교섭단위의 초기업화를 도모하는 것과 정부의 일반적 구속력 적용을 활성화하는 것 ③독일 모델 등을 염두에 두고 초기업 수준의 산별 임금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 발제 중인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2차 노동시장부터 각 직종을 포괄하는 산별 임금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실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통해 관철해 가는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지난 100일간 정부 합동 또는 당정 합동으로 발표한 주요 정책들은 경총 등 사용자 단체 주장과 노골적으로 똑같다”며 윤석열 정부의 친자본‧반노동적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 토론 중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또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 대해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사를 빼놓고 입맛에 맞는 제도권 학자들로 구성, 운영해 11월 내로 논의 결과와 정부 계획을 내놓겠다고 한다”며 “이는 과정관리상 절차적으로 매우 일방적이며 독재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한국노총은 연공급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기업 내 임금 불평등 확대 원인이라는 점에 일부 공감하지만, 연공급이 아직은 현실적으로 가장 한국적 특성이 담긴 임금체계라는 점을 언급해 왔다”고 말했다.
▲ 인사말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특히 “연령 상승에 따른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 생활비 상승을 반영하며, 임금 결정 시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를 배제할 수 있는 등의 여러 이점이 존재한다”며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업종별, 직종별, 기업별 상황과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가 미리 답을 내고 일방 추진하는 직무성과급은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절차적으로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추진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가 좌장을 맡았으며,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과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박사,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