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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석열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정책, 감정적 배제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록일 2022년06월03일 17시4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새 정부의 단골 메뉴, 비정규직 노동정책

 

모든 정책이 중요하지만 그중 비정규직과 관련된 노동정책은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우리 노동시장의 불평등 및 차별 때문이었다. 주요 선진국 중 우리는 거의 유일하게 비정규직 규모가 늘면서 동시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비정규직 규모 축소와 차별 해소는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대국민약속과 같은 단골 메뉴였다.

 

2000년대 이후 해마다 비정규직이 늘어났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비정규직 자체를 줄이는 방안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대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 차별을 줄인다는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입구를 막아 비정규직의 규모를 줄이기보다 일단 비정규직을 쓰되, 공공부문에서만큼은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동안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정책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의 수립과 기간제법 제정으로 차별 해소를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늦게 추진하는 바람에 제도화 이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약속했으나 워낙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도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 관행 정책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으나 실질적인 추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로드맵을 약속했으나 추진하지 않았고, 대신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임기 동안 꾸준하게 진행해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

 

20년 동안 정부에 의해 추진된 ‘일단 비정규직으로 쓰고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동시에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은 2003년 460만 명에서 2021년 807만 명으로 크게 늘었고, 차별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출처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비정규직 노동정책 없이 비정규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부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전 정부는 그래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졌는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해 공공부문에서만이라도 정규직 전환과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데 주저함은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비정규직이란 단어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다만, ‘대외주의’를 붙인 채 의도치 않게 공개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두 곳에서 등장한다. 하나는 기업의 인력운영 지원을 통해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다수고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두 곳에서 등장한 비정규 정책의 공통점은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통해 남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을 통해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노동정책 중 비정규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어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약은 상당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택적 근로시간 정책이다. 소규모 사업장은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근로자대표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라, 선택적 근로시간 등이 확대될 경우 사실상 사용자의 재량에 의해 추진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영세사업장 노동자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 정부는 공약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주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대 재해에 따른 사용자 처벌이 완화될 경우 그동안 사망사고 대부분이 외주·하청 노동자였음을 상기한다면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망사고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외에도 논의 중인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된다면 빈익빈 부익부로 인해 최저 생계가 어려운 빈곤층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이밖에 전국민고용보험도 사회적 대화를 통한 추진으로 격하되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보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공약이 없다고 해서 비정규노동자들이 현재의 삶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보수정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정책에 지극히 소극적인 이유는 감정적 배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적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부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 가진 기득권을 뺏어 차별을 완화하려 했다. 예를 들어 정규직 정리해고가 대표적이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가 너무 엄격해 기업이 정규직을 뽑지 않으려 하므로 정규직에 대한 해고를 완화해 기업의 정규직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임금도 너무 높으면 고용이 줄어들게 되므로 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현재 보수 정부 안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무작정 차별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할 것만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왜곡된 능력주의가 점점 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곡된 능력주의는 표면적으로 능력만큼 버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부모의 특권을 이용해 쌓은 학력과 자격으로 사회에서 더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에 반대할 경우 공정의 칼날을 가차 없이 휘두른다. 왜곡된 능력주의에 빠진 보수정치인들은 과거처럼 정규직에 양보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에게 차별을 인정하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정부와 다른 행보로, 다른 결과를 맞이하길 바라며

 

윤석열 정부가 과거 보수 정부의 비정규 정책이나 우려스러운 능력주의 행보와 결별하고 차별화된 노동정책을 추진하길 진심으로 제안한다. 노동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리 국민 대부분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며, 잘못된 정부 노동정책은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비정규 노동정책은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관행을 확산시키고, 생명안전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 내 무기계약직을 포함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을 줄일 수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개선을 위해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초기업 교섭 및 업종과 지역 차원의 중층적인 사회적 대화를 실질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정규직 정책 관련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 미진했던 과제를 추진한다면, 그 성과는 온전히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전 보수와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지고 진영 논리에 휩쓸린 비정규직 등의 노동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그 결과 또한 과거 보수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위태로운 윤석열 정부가 길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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