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판가름 될 첫 시험 무대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가 유력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최저임금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연일 계속된다. 수많은 언론보도 중에서 사실이 아님에도 사실인냥 호도되는 보도는 경계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미만율에 관한 해석에서 말이다.
지난 4월 17일 한 사용자단체에서 2021년 우리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수는 321.5만명(미만율 15.3%)이며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최저임금 미만율 원인을 그간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누적된 탓에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떨어진 것에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는 그간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도 통계 조사 특성상 해석에 관한 논쟁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현상을 결론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두 가지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 : 조사마다 한계점 존재
우선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이하 경활부가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이하 고용형태별조사) 두 가지 통계를 활용해 발표한다.
먼저 통계청의 경활부가조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로 전체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총임금을 총노동시간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특히 조사되는 노동시간의 경우 평상시의 1주일간 노동시간과 지난주 총노동시간이다. 임금은 직전 3개월 평균 세전 임금 총액이다. 그러나 경활부가조사의 경우 시간제와 전일제가 구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월평균 임금을 월평균 노동시간으로 나눠 계산한 임금을 최저임금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활 부가조사에서 포착된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 한달 내내 일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월평균 노동시간이 과대 추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의 한계로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나타나는 소위 노동시간 쪼개기 노동자가 최저임금 미만자로 과대 추계 될 문제가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미지급을 위해 소위 노동시간 쪼개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임금 하위 10% 노동자들 가운데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2017년 31.4%에서 2018년 33.7%, 2019년 41.9%로 점점 늘었다. 2018년(16.4%)과 2019년(10.9%)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사업주들이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악용해 ‘노동시간 쪼개기’로 대응하는 것이다.1)
다음으로 고용형태별조사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진행하는 조사이며,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수 있는 소정실노동시간, 초과실노동시간과 정액급여, 초과급여, 특별급여가 조사된다. 고용형태별조사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율 계산에 있어, 사업체 응답을 기준으로 작성되기에 비교적 정확하고 세밀하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농림어업업의 경우 법인만 조사되고 공공행정과 가구 내 고용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경활부가조사와 모집단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조사 모두 장단점과 한계점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므로 통계로 살펴본 최저임금 미만율이 실제 정확한 최저임금 미만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최저임금 미만자 수는 현저히 낮을 것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이후 인사노무 담당자도 계산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일반 노동자들이 월급을 계산하여 위반여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단순 시급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시급제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김유선(2021)에서도 지적했는데, 월급제 등 다른 임금지급형태는 임금구성이 복잡해 노사 모두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분명히 알기 어려워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과 시간당 임금(월임금총액÷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통계상 미만율이 과대 추계되는 허수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시급제 노동자들로만 재분석하면 실제 2021년 최저임금 미만자는 3만명까지 하락한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는 어디까지나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미만율 자료는 이러한 한계로 인해 이를 최저임금 위반율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미달자 수(비율)는 대략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정도로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
한편,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6위2))이고, 우리나라와 최저임금으로 자주 비교되는 미국은 6.3%로 최하위이며 일본 역시 10%로 하위권이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많은 영세자영업자가 타격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최저임금 탓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매년 진행되는 최저임금위원회 현장 방문에서도 고용주들은 최저임금 지불여력은 충분한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갑질, 가맹수수료, 카드수수료, 임대료 등의 문제로 고통이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이제 최저임금 미만율로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갈라치기’하는 불필요한 논쟁을 그만두고 영세자영업자들을 생각한다면 불공정거래 해결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주>
1)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 보고서(김유선)
2) 콜롬비아(51.3%), 그리스(31.9%), 멕시코(30.5%), 터키(30.2%), 코스타리카(26.6%)에 이어 6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