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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등록일 2022년05월09일 10시4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중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절반 줄이기는 실패로 끝났다. 산재 사망자 수는 2017년 963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15% 감축되었다. 2022년까지 원래 목표였던 산재 사고사망자 수 500명 이하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이다.

 

서울메트로 구의역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등과 같은 산업재해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종사자와 이용자의 사망은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었다. 특히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의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로 3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0명의 노동자가 다치는 참사는 기업살인법 입법에 시큰둥하던 정치권을 움직이게 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든 재난을 포괄해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에 책임과 의무를 주고, 이를 미준수 시 처벌하려던 원래의 입법 취지와 달리 중대산업재해에 한정하면 산안법의 특별법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핵심적인 사항인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처벌의 하한선 또한 산안법 전면 개정 당시 논의하다 삭제된 내용이 복원된 수준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쟁점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부터 시행에 이른 지금까지도 많은 쟁점이 있다. 일부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해설서 등으로 해소된 부분이 있으나, 계속되는 쟁점에 대해 기존의 산안법 위반에 따른 처벌 한계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한계


산안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한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배경을 이해하는 주요한 초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경영계는 지속해서 산안법의 형량이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처벌을 강화한 것을 비판하지만, 실제 법원의 처벌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에 더해 산안법 위반 사건 처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처벌이 현장 노동자와 하급관리자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조직문화와 경영 등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와 법인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구조는 기업의 규모가 크고 원하청 관계가 복잡하며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중층적이고 많은 사업 및 사업장이 동시에 운영될수록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2. 과도한 처벌 및 제재인가?


법정형을 높이는 입법은 법원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아 도입된 방안이다.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산안법의 높은 법정형은 실제 재판 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불기소 처분이고, 금고형 이상에 처하게 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을 비교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한 처벌과 제재를 가진 악법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주장은 영국의 산업재해로 인한 처벌 등에 관련한 사실을 부분적으로만 호도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배경이 된 영국의 경우 ‘기업’에 대한 벌금형을 형사처벌의 기본으로 하면서 사망사고에 대해 수억 원의 벌금을 노동자가 아닌 ‘기업’에게 선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망사고에 대한 안전보건직책을 가진 담당자라는 이유로 노동자를 우선 처벌하는 한국 방식을 고려하면 한국과 영국을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 때문에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며 과도한 입법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한국의 중대재해처벌법을 비교하고자 한다면, 연관되는 기타 법률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포괄적 입법으로는 준수하기 어렵다는 주장


2018년 산안법 전부 개정 당시에도 나왔던 주장이다. 이는 안전보건규제의 적용방식 자체를 크게 오해해 생기는 것이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필연적으로 포괄적이며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보통 재난의 사후조치격으로 조문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산재예방 선진국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고려해 봐도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하는 규제는 매우 많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법령보다 하위법령의 개수가 많고, 그 안의 조문 수는 더욱 많다. 그럼에도 업종별로 무엇이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수많은 안전보건규제 중 어떤 내용이 자신의 사업에 적용되는지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1차 주체인 경영책임자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위험성평가 등을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결정해 법령을 준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선진적인 안전보건경영은 기업 스스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향배

 

1. 산재다발 소규모 사업장 지원


매년 발표하는 산재 사고사망의 특성은 거의 변함이 없다. 소규모 사업장, 불안정한 노동 형태, 고연령, 이주노동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터에서 사망했다.


특히 산재 사망사고의 81%를 차지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까지 적용유예 됐는데도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대와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적용 제외된 5명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2.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과제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후퇴시키는 내용의 건의서를 인수위원회에 제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라는 결과 발생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준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처벌하는 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강화된 처벌조건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마저 후퇴하겠다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차기 정부가 산재예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재계의 입맛에 맞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노·사·정이 합의한 산재예방 예산을 과감하게 확대해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실질적인 산재 예방과 감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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