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과정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토론보다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주를 이뤄 비호감 선거라고 불렸다. 이와 함께 유독 ‘청년’을 호명하는 선거이기도 했다. ‘청년’이 호명된 만큼 ‘청년정책’도 치열하게 논의가 돼야 했었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정권이 바뀌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청년정책’ 관점에서는 ‘청년정책’을 도입하고 시작한 진보정권에서 ‘청년정책’을 이을 새로운 보수정권으로 바뀌는 것으로도 이해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보정권에서 해온 청년정책의 목적과 의미를 살펴보고, 새 정부의 청년정책 방향과 과제에 대한 논의를 제언하려 한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청년정책의 기조, 신속성과 기민함
우리나라 청년정책의 기조는 청년기본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정책은 일자리 정책만이 아닌 금융, 문화, 공간, 주거, 노동 등 청년 전반적인 삶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청년기본법은 청년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고 참여를 의무화하기 위한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즉,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이자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년 당사자의 참여 확대를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도 청년기본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두 가지 기조를 가지고 청년정책을 수행해 나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2020년 8월 5일 ‘청년기본법’이 시행되고, 그해 12월 23일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2021년 3월 30일 ‘2021 청년정책 시행계획’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청년정책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이 설계되고 발표되었지만, 청년의 삶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청년을 더욱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청년층의 취업 기회는 기업의 자동화·로봇화·디지털화 등으로 감소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비대면 등)는 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을 감소하게 하였고, 채용방식(경력직·수시채용으로 변경)도 변화하여 청년층이 체감하는 채용 기회는 더욱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 속 청년층의 불안정성은 정신건강, 주거, 교육 등으로 전이되고 있었는데,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계획 발표 후 약 5개월이 지난 8월 26일 ‘청년 특별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간병살인’ 사건은 ‘가족돌봄청년(Young Carer)’에 대한 관심을 매우 증가시켰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청년의 문제를 단순히 가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이에 올해 2월 14일 정부는 ‘가족돌봄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하고, 국가가 함께 돌봄 청년의 어려움을 나누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사례는 청년정책에서 신속하고 기민하게 정부가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전반적인 삶을 지원하고, 당사자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야 함과 동시에 청년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신속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기조와 관점이 새 정부가 꼭 가져가야 할 지점이다.
청년층 격차 해소 위한 대안 모색 필요
우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언론에서는 자영업 및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자영업 및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크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청년층이 받고 있는 코로나19 충격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채용 위축, 에코 세대의 노동시장 유입 등은 청년층의 일자리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고, 이에 따른 미래불안정성은 현재 청년층에게 불안감, 우울감, 고립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청년층의 불안감을 축소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정신건강을 향상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청년층에게 충분한 시간을 지원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원하는 일을 경험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 지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단순히 일자리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된다.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임금 격차, 자산 격차, 지역 격차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가 복합적으로 심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표면적으로 드러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과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몇 가지 토론 사항은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더 큰 시간과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따라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현실로서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과 토의를 새 정부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새 정부의 청년정책, 젠더 갈등 해소해야
마지막으로 청년층의 젠더 갈등 해소 문제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여성가족부 해체 등으로 촉발된 청년층의 젠더 갈등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공학적인 선거 전략이었든, 실제로 필요한 의제였든 중요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결과는 청년층의 젠더 갈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정치사에서 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한 갈등은 이념과 지역 갈등이 있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층의 젠더 갈등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앞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이 될 것으로 유추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젠더 갈등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정치권도, 언론도 아닌 바로 청년층 당사자라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커져가는 오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바로 청년층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청년층의 젠더 갈등을 해결하고, 갈등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선거 기간 동안 ‘청년’이 많이 조명된 만큼 젠더 갈등 해소 방안도 많이 논의되어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어떠한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나와선 안 된다. 정부가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받기 때문이다.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의 청년정책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 정부가 수행해온 청년정책을 해석하고 평가함으로써 청년정책의 목표와 목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고민으로 청년정책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우리 사회의 공정성으로 청년정책을 바라보게 된다면, 청년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청년문제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