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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노동자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1년12월02일 10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세탁기일 것이다. 집 안에 있는 섬유 제품을 세탁한다는 것은 깨끗한 일상을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손수건부터 이불 빨래까지 손으로 일일이 세탁한다는 것은 노동을 넘어 육체적 고통을 느끼게 한다. 특히 겨울철 손빨래는 노동의 강도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고난도 고강도의 노동이다. 그래서 1인 가구라고 할지라도 세탁기가 필수품이다.

 

여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해방시켜 준 것은 세탁기였다. 기계식 세탁기의 등장으로 여성들은 고강도의 노동에서 벗어나 그 시간에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삶의 질이 높아졌다. 과거 세탁기가 없었을 때에는 대부분의 평범한 가정에서는 주부들이 직접 섬유를 세탁했다면 부유층 가정에서는 세탁부를 고용하거나 세탁을 전문으로 하는 세탁부들에게 맡겼다.

 

특히 수질이 좋지 않았던 유럽에서 흰색의 셔츠를 입기 위해서는 특별히 세탁에 신경을 써야 했다. 유럽의 부유층들은 세탁을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세탁부들에 맡겼다. 흰색의 셔츠는 부를 상징하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에서 흰색의 셔츠나 흰색의 옷을 입는 남성과 여성은 집안에 세탁부가 있거나 비싼 돈을 들여 전문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길 수 있는 부유층임을 나타냈다. 그당시 가난한 가정의 주부들은 농사나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매일 같이 세탁할 시간이 없어 흰색의 옷을 관리하지 못했다.

 

<세탁부>


1893년경,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미술관 소장

 

세탁 노동자들을 그린 작품이 아브람 아르히도프의 <세탁부>다. 어두운 공간에 여러명의 여성들이 모여 세탁을 하고 있다. 화면 왼쪽 노파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무 그릇에 담겨 있는 빨래에 비누칠을 하고 있으며 그릇 옆에는 빨래감들이 쌓여 있다. 그 뒤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여성 옆에는 여러명의 여성들이 모여 빨래하고 있다.

 

바닥에는 빨래감들이 쌓여 있고 여성들이 일하는 공간은 비좁고 어둡다. 여성들 머리 위에는 빨래가 널려 있다. 빨래가 널려 있는 것은 빨래를 건조시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비좁고 어두운 공간은 열악한 환경을 나타내며, 여성들의 남루한 옷차림은 가난한 노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명의 여성들은 세탁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파의 무표정한 얼굴은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바닥에 앉아 있는 여성은 힘든 노동으로 지쳐 있지만, 손으로는 항아리에 물을 담고 있다.

여성들의 풀어진 머리와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는 여성의 퀭한 눈은 고된 노동을 나타내며, 손은 빨래를 하고 있지만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세탁소 주인의 호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상단 밝은 빛이 보이는 도시 풍경은 빨래하는 여성들이 도시의 빈민 노동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도시 풍경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도시의 화려함과 편리함이 도시 노동자들에게는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브람 아르히포프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스몰렌스크 시장에 있는 세탁소를 취재했다. 그는 세탁소 특유의 습기를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화면을 어둡게 처리했으며 바쁜 세탁부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화면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거친 붓 터치로 표현했다.

 

아르히포프는 농민 출신으로 빈민 계층의 고단한 삶에 주목해 탄광 노동자, 도시 노동자들을 주로 그렸으며 그의 작품은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을 대표한다.

 

<다림질 하는 여인들>


1884~1886년경, 캔버스에 유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이불이나 담요는 빨면 되지만 셔츠나 원피스, 바지 등등 옷은 빨래가 끝나도 문제다. 집에서 입는 옷은 상관이 없지만 외출복은 구김이 있는 그대로 입고 외출하면 모습이 추레해진다. 그래서 외출복은 다림질을 꼭 해야 하는데 그나마 남자들은 군대에서 군복을 다림질해 본 경험이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다림질이 어려워 전문 세탁소에 다림질을 맡긴다.

 

도시 세탁소의 다름질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드가의 <다림질 하는 여인들>이다. 물그릇이 놓인 세탁대에 두 여성이 서 있다. 왼쪽의 여자는 왼손으로 머리를 잡고 하품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물병을 잡고 있다. 오른쪽의 여성은 있는 힘을 다해 철제 다리미로 다림질을 하고 있다. 초라한 세탁소 안에는 여성 뒤로 난로가 놓여 있다.

 

물병과 그릇은 완전히 건조된 옷에 다림질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물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림질하는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과 다리미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은 온 힘을 다해 다림질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뒤에 있는 난로는 철제 다리미에 들어가는 숯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반 팔을 입고 있는 여성의 옷차림은 세탁소의 더운 열기를 나타낸다. 이 작품에서 왼쪽의 여인에게서는 이완된 육체를 오른쪽 여인에게는 긴장된 육체를 대조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드가 드가는 도시 생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도시 빈민들인 세탁부를 그렸다. 그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세탁부에 관심을 가져 14점의 다림질 하는 여인을 그렸다.

박희숙(화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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