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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노동자들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2년02월07일 14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살면서 힘든 일 중에 하나가 혼자 있다는 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같이 하면 기쁨도 두배, 슬픔은 반으로 줄어든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평범한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할 때는 시간 자체가 고통으로 다가 온다.

 

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이 같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면 힘들어도 같이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피로감이 덜하다. 같은 업종의 일을 하는 것은 일에 공감을 하고 있어서 노동의 피로가 심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점심시간, 여러사람들이 맛있는 밥을 같이 먹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 중에 하나로 식사 시간만큼은 노동의 힘든 것도 잊게 된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여러 사람이 할 때도 있지만 홀로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누구와도 같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일하고 있으면 작업 속도가 늦기도 하고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력이 늘기 힘들다. 더군다나 노동의 고통보다 노동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대장장이>


1890~1907, 캔버스에 유채, 테라 미국 미술재단 소장

 

혼자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제퍼슨 데이비드 칼판트의 <대장장이>다.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이 한 손에 망치를 들고 한 손으로는 작업대에 놓여 있는 쇠를 잡고 있다. 오른쪽에는 가마에 석탄불이 지펴져 있고 앞에는 물이 담겨 있는 커다란 나무 그릇이 놓여 있으며 왼쪽에는 작업에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늘어져 있다.

 

흰색의 수염은 남자가 노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가지런히 놓인 망치를 비롯한 작업 도구들이 잘 정돈된 것은 노인의 성격을 암시한다.

 

노인이지만 팔의 근육은 대장장이로서 힘이 세다는 것을 나타내며, 시선을 쇠에 두고 있는 것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쇠를 다루고 있는 노인의 모습과 가마, 담금질을 할 수 있는 커다란 물통은 대장간이라는 것을 나타내지만, 노인 혼자 작업을 하는 것은 조수가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조수가 없다는 것은 전통적인 대장간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에서 쓰는 도구나 농기구들이 기계로 인해 대량 생산되어 대장간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대장장이의 역할은 중요했다. 농사나 집안에서 쓰는 물건들을 제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대장간의 의미는 축소되어 일부 장인들만 남아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제적으로 어두운 배경과 작은 창문은 대장간의 열악한 환경을 나타낸다.

 

재퍼슨 데이비드 칼판트(1856~1931)는 이 작품에서 대장장이의 작업 도구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것으로 장인에 의해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했다.

 

칼판트는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실제 대장장이의 사진을 참고했으며, 그의 장인이 실제 대장장이로 소량으로 가정에서 쓰는 도구들을 제작해서 그 누구보다도 대장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칼판트는 어린 시절 가구 제작공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견습생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그림을 통해 전통적인 노동의 가치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혼자 노동하면서 수입이 있다는 것은 숙련공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숙련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누구도 일을 맡기지 않아서다. 그렇기에 혼자 일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했다고 해서 숙련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그냥 시간만 때우기 식의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몇 년이 지나도 견습생일 뿐이다.

 

<어린 수리공>


1848년, 캔버스에 유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열정이 가득한 숙련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알렌 스미스 주니어의 <어린 수리공>다.

 

흰색의 셔츠를 입은 소년이 의자에 앉아 밀집 모자를 쓴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소년의 맨발 아래에는 나무 부스러기가 쌓여 있고 멜빵으로 어깨에 고정된 바지의 단이 접혀 있다. 바지 단이 접혀 있는 것은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년이 어리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년의 뒤에 있는 나무 선반에는 연장들이 놓여 있고, 앞에는 커다란 나무 작업대가 있다. 작업대와 바닥의 나무 부스러기는 소년의 나이가 어리지만 목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대 위에는 나무보트의 돛대가 있고, 밀짚 모자는 쓴 소년과 핑크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작업대에 기대어 있다. 브라운자켓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소년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 뒤 계단에 앉아 있는 소년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세 개의 나무 기둥과 벽에 나무로 덧댄 벽은 헛간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작업대 위의 기다란 나무 막대기와 바닥의 나무 부스러기는 앉아 있는 소년이 나무를 깍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설명한다.

 

막대 옆에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나무보트의 주인은 밀짚모자를 쓴 소년이다. 작업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앉아 있는 소년에게 수리를 맡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라운자켓을 입은 소년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자세는 자만심을 나타내며, 어린 수리공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뒤에 계단에 앉아 있는 소년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을 나타낸다.

 

알렌 스미스 주니어(1810~1890)는 이 작품에서 어린 목수가 앉아 있는 자세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뛰어난 기술을 가진 노동의 가치를 표현한다.

 

작업대 위에 핑크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손이 어린 목수와 밀짚모자를 쓴 소년을 향해 있는 것은 미국의 미래 사회를 향한 두 가지 길을 보여준다. 즉 성인이 돼서 이런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물건을 주문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어린 소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은 사회적계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수리공의 자세로 표현했다.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는 유능한 노동자다. 그들이 노력한 시간을 사회가 인정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조직문화가 강하다 보니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의 가치를 몰라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희숙(화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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