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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노동존중사회 노선 평가②] 노동운동

결단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변화를 실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1년10월12일 10시3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조성주 한국노총 정치자문위원(정치발전소 대표)

 

앞선 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제기했던 ‘노동존중사회’ 노선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보았다. 정리하면 의미있는 노선이었으나 내용이나 실행전략이 정치적으로 세심하게 고려되지 못하였고 조직 노동운동과의 정치적 타협 또는 거래에도 미온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좋은 슬로건과 노동기본권 차원에서 일부 진전된 성과가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하는 미약한 성과로 귀결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라간 조직률은 성과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노선에 대해서 평가해보며, ‘노동운동’은 지난 4년동안 어떠한 성과와 한계를 보였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는 정부의 일방적 역할로만 달성되지 않는다. 어느 정치학자의 냉정한 지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노동운동가, 예술가, 과학자와 같은 사람들이다.

 

정치는 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정작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라는 슬로건과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노동적인 정책을 내세웠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미약한 성과가 온전히 정부의 정책 실패에만 있지는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나아가 사회에서 그 슬로건과 정책이 작동할 수 있도록 실현시키는 것은 온전히 노동운동의 몫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노선 하에서 노동운동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노선하에서 한국의 조직노동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올라간 조직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효과도 있겠지만, 더 크게는 정부가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대해서 억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한 것에 힘입었다. 이전 정부들과 다르게 공권력의 투입을 통한 과도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등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정부가 노동조합 할 자유가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이를 바탕으로 조직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미조직 분야에 대한 조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과 노력 속에서 조직노동운동은 양대노총 모두가 백만이 넘는 조합원 수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는 오랫동안 조직률 하락세를 거듭하던 한국의 노동운동이 반전의 계기를 맞이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정치가 환경을 조성하고 운동이 변화를 조직한다는 명제에 가장 걸맞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청와대

 

하지만 조직화에서의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노동존중사회’의 실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의 실현에 있어서는 조직노동운동이 보여준 일부의 ‘관성’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노동운동이 본인이 지향하는 정책을 사회에 실현하는 과정은 ‘정치’의 과정이다. 따라서 이는 운동적 방식으로 촉구하고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국의 조직노동운동은 ‘노동존중사회’로 나아가는 정책들의 실현에 함께 하기 보다는 정권의 ‘의지’와 ‘결단’을 촉구하는 것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 정권의 ‘의지’와 ‘결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력을 잃게 된다. 노동운동의 역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게 마련이다.

 

노동존중사회의 실현은 촉구와 결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정책인 최저임금의 경우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는 것을 넘어 자영업자들을 비롯하여 최저임금 정책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사회집단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이에 설득하는 것도 노동운동의 역할이다.

 

이런 측면에서 평가해본다면 노동운동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정부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 일부 성과로 귀결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야 할 최저임금에 대해서 사회적 수용력이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하락한 것은 뼈아픈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도 평가해볼 지점이다. 경제민주주의 실현에 핵심적인 제도로서 금융부문 노조들을 비롯하여 공공부문 노조들까지 많은 노동조합들이 주요한 정책으로 요구하고 정부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했던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책 실현을 향한 큰 한 걸음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 역시 앞서 최저임금 정책과 비슷하게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정권의 결단을 촉구하는 형태로 귀결되었다.

 

정권 막판 일부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서 전략적으로 시도했던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제 일부 도입’ 등과 같은 중간적 시도는 정권초기에 전 노동운동 차원에서 더 일찍 시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전체 노동운동 차원에서는 경제민주주의의 중요도에 걸맞지 않게 정책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결단을 촉구’하는 단순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는 더 세밀한 정책 실현을 위한 프로세스와 과제들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조직노동운동이 IMF경제위기 이후 가장 큰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재난상황을 맞이해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반추하고 되살려 위기 상황을 수동적으로 지나치기 보다는 노동조합의 적극적 역할과 고용유지 및 재난지원 등에 있어 시급한 정책요구들을 전달하고 이를 실현시켜 내는 과정들은 한국의 조직노동운동이 여전히 가장 조직화되고 강력한 사회집단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참여에 실패했지만 한국노총이 코로나19 원포인트 사회적대화 등에서 보여준 리더십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지점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상당히 하락한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데에 있어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도 이를 크게 향상시키지 못한 채 조합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켜내는 것에 역할과 성과가 한정되었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이라 하겠다.

 

노동운동의 정치적 사고와 행동 필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치는 변화의 환경을 만들거나 이미 변화된 현실을 제도적으로 정리하고 확정하는 역할이 더 크다. 실제 변화를 만드는 것은 노동운동의 지속적이고 때로는 전략적인 정치적 판단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직까지도 1980-90년대식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정치와 함께 변화의 과정을 축적해가기보다는 요구안과 주장을 최대한 세게 제기하고 정치의 결단을 촉구하는 관성이 남아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하다.

 

이러한 방식은 조합원들에게 최대강령적 정치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반복적으로 맞이하게 만들어 최종적으로 반정치주의 또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로 흘러가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과 조합원들에게 결국 운동과 정치를 분리해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도록 단박에 실현되는 변화가 아닌 지속가능하면서도 분명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노동운동의 정치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성주(대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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