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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존중사회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권재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상임부위원장

등록일 2022년03월03일 15시19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건설은?

 

5년 전 ‘촛불정신’을 핵심 가치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많은 노동공약을 발표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ILO 핵심협약 비준, 위법 행정지침 폐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등이며, 공공부문에 해당하는 주요 노동공약으로는 성과연봉제 폐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있다. 당시 노동계는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노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문 대통령이 친 노동 공약을 국정목표로 삼았기에 많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여 문재인 정부는 1년 차에 2대 지침(쉬운 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과 성과연봉제 폐기,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대선 당시 내세웠던 노동공약들을 이행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반기를 지나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재계의 반발, 노동 편향적 정책이라는 오해,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 입법 과정에서 여야 공방 등으로 노동공약 이행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산업분야에서 심각한 고용 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노동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국회를 통과한 ‘ILO 핵심협약 비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제화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노동존중사회 건설은 함께 만들 때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건설을 목표로 삼아 양극화 해소와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고용위기에 묻혀 노동계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선 보수정권은 노동계로 보면 말 그대로 ‘암흑기’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으로 노정관계 및 노사관계는 파탄 났고, 노동계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밤낮으로 투쟁해야만 했다. 노사정 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있었으나 여당이 국회에서 이를 뒤집었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위원회를 탈퇴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노동존중사회 건설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계에는 진정성 있는 대화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했다. 하지만 기대가 높은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문 정부의 노동정책은 ILO 핵심협약 비준 등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동공약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뛰어넘지 못하고 성과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정책 컨트롤타워에서 선명성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정치 못지않게 노동은 살아있는 ‘생명’이라 표현할 수 있다. 노동은 정치, 문화, 사회, 경제 등 모든 영역과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정책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시행되어야 하며, 정책 입안부터 관계 부처와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인 노동계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훌륭한 정책이었으나 충분한 예산과 소통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시행됨에 따라 해당기관 종사자의 신뢰를 잃고, 노사갈등과 노노갈등을 부추겨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남았다.

 

물론 노동계도 미완성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의 참여와 준비 역시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정책이 비록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어야 했다. 해당 노조들도 조합원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변화가 필요했다.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동계가 준비할 것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말처럼 노동이 소외된 것처럼 보인다. 유권자의 대부분인 약 2,000만 명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노동공약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노동 ‘존중’ 사회를 넘어 노동 ‘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떠한 준비가 필요할까?

 

노동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노동계는 첫째, 노동철학을 정립하고 노동존중(중심)사회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노동존중사회는 말 그대로 ‘땀 흘리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국민들은 노동존중을 ‘노동자’ 존중,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라고 오해하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노동계가 시혜의 대상이 되고자 함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노동철학이 필요하며 노동존중(중심)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해설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한다.

 

둘째, 운동노선과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마석 모란공원에서는 매년 9월 3일, 노동운동가인 고 이소선 어머니 기일을 맞아 추모제가 열린다. 이날 참석자들은 ‘하나가 되라’는 고인의 말씀에 따라 양대노총의 깃발을 올리지 않는다. 하나가 되는 마음은 이제 고인의 추모제에서만 지켜질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전국 현장에서 지켜져야 한다. 2011년 7월 1일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단위조직 내 복수노조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복수노조간의 연대와 단결은 찾아보기 힘들다. 1국가 1노조로의 통합을 전제로 ‘1사 1노조 원칙’이 필요하다. 복수노조 사업장은 조직 확대와 조합원의 비합리적인 이익에 주력함에 따라 감시와 고소·고발 등 갈등이 만연하고 그 피해가 오롯이 종사자들에게 가므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대내외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을 위한 내부 투쟁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에서부터 적극 참여하고 협상하여 노동계의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

 

넷째,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20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양대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에 가입된 전체 노동자 수는 약 280만 명으로, 노동계는 국내 어떤 단체보다도 큰 규모와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노동계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조타수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하며, 앞으로도 더 막중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노동조합들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ESG 경영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노조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확장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변할 때 가능하다

 

노동계의 불법파업과 점거, 조합원 간의 폭행,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인한 조직 내 갈등으로 노동조합의 위상은 추락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노동조합이 더 이상 일부 특정 개인의 생계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조합간부는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이며 공인으로서 민주적인 운영과 조합원 이익 대변으로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나아가 끊임없는 소통과 노력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오래된 관습과 관행은 과감히 버려야 하며, 새로운 노동환경에 맞춰 규약과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노동존중사회에 걸맞은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선 미래를 예측하고 스스로를 바꿔나가야만 한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대하며 오늘도 힘차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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