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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주노동 정책 과제

김철효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등록일 2021년10월08일 08시1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노동자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노동시장의 위계화된 분할과

사회적 배제에 따른 인종주의를 막기 위한 이주노동 정책 과제

 

 

한국 이주노동 정책의 성격과 전망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등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출신국 모집 단계의 투명성 보장,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 사업장이동의 제한적 허용, ‘인권 보호’ 등 제도 개선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 3권 보장, 사용자와 동등한 협상 조건 등 기본적인 노동권의 본질적인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이 노동자의 국제이동과 국내 거주·이동의 통제, 직업 선택의 통제를 통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적절한 일자리(decent work)가 아닌 저숙련·저임금의 일자리를 유지·확대하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로 드러난 한국의 이주노동 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가가 보장하는 노동 통제를 통해 생산력이 낮은 중소기업 또는 농어가의 생산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단기순환’이라는 원칙은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정착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이주노동자가 저숙련 상태일 때까지만 노동력을 이용하고 이들이 숙련을 쌓아 기대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출신국으로 돌려보내고, 새로운 저숙련 이주노동자를 모집해 저임금을 유지하는 효과도 크다. 이때 이주노동자의 자유로운 사업주 선택을 국가 행정력을 동원해 제한함으로써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고 임금상승을 막는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국내 노동시장의 분절현상 심화이다. 임금과 노동조건은 생산에 기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규직 여부와 인종·국적에 따라 결정되고 그 격차가 일반적으로 정당화되었다. 그 결과 아래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내국인 정규직-내국인 비정규직-외국국적 재외동포 이주노동자-비한국계 이주노동자-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이어지는 위계화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지난 30여 년간 ‘연수생’ 또는 ‘이주노동자’가 꾸준히 증가해 이주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들의 자녀도 국내에서 성장하는 등 이주민 정착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나 농어업에서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생산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심화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력의 제공만 기대받고, 완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정치적·사회적 권리보장 없이 장기거주하면서 사회적으로 배제된 소수자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가 노동자 협상력과 노동력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사회적 낙인도 발생하고, 더 나아가 인종주의적 인식 확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노동자의 이동성을 극대화시켜 저임금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제분업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노동체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주노동자의 저임금을 강제하는 단기순환, 강제출국 등 강제력 동원을 통한 출입국관리 메커니즘이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이동 중단 사태를 맞이하면서 물리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체류 기간이 끝난 이주노동자는 항공길이 막혀 귀국하지도 못하고,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강제 단속을 할 수도 없게 되면서 정부는 일시적 체류기간 연장만을 반복했다.

 

결국, 지난 2년간 외국인의 새로운 입국이 감소하면서 국내체류 외국인의 숫자는 급감했고, 출국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증가해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의 숫자도 증가했다. 이주노동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제조업, 농어업, 서비스업 사용자들은 극심한 일손 부족 현상을 겪게 되고,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 없이 상승된 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게 되었다.

 

이주노동 정책과제

 

이러한 현상들을 고려하면 결국 기존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놓는 방식의 정주형 노동이주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첫째, 이주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보장받고,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에 차별이 없도록 원칙을 확립하고, 그것이 이행될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한다. 5인 미만 사업체, 농어업, 가사노동, 돌봄 노동 등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한다. 이주노동자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의존하여 유지되는 일자리를 모든 노동자가 적정 노동시간에 적정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전환 시키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한다.

 

둘째, 이주노동자도 차별 없이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불안정노동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직업선택의 자유와 안정적인 장기거주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한다. 정당한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정당한 고용계약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안정적 체류자격을 보장한다.

 

셋째, 단기순환-정주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동이주 정책을 폐기하고, 장기거주-정착이민 중심의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많은 행정력과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저숙련 노동자를 단기간 도입하고, 체류기간을 초과할 경우 공권력과 비용을 들여 강제 추방하는 현재의 단기순환 노동이주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정주형 노동이주 체제를 정책적 대안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숙련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장기거주를 허용하는 반면, 저숙련 이주노동자의 신규도입 규모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사회적응을 초래하는 가족동반금지 원칙을 폐지하고, 동반가족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충분한 기간(국적신청이 허용되는 5년) 동안 국내에 거주·노동한 경우 영주권 또는 장기체류자격(10년) 신청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동반가족이 인종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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