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지난 30여 년간 ‘연수생’ 또는 ‘이주노동자’가 꾸준히 증가해 이주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들의 자녀도 국내에서 성장하는 등 이주민 정착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나 농어업에서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생산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심화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노동력의 제공만 기대받고, 완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정치적·사회적 권리보장 없이 장기거주하면서 사회적으로 배제된 소수자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가 노동자 협상력과 노동력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사회적 낙인도 발생하고, 더 나아가 인종주의적 인식 확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노동자의 이동성을 극대화시켜 저임금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제분업에 기반한 신자유주의 노동체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주노동자의 저임금을 강제하는 단기순환, 강제출국 등 강제력 동원을 통한 출입국관리 메커니즘이 팬데믹이라는 글로벌 이동 중단 사태를 맞이하면서 물리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체류 기간이 끝난 이주노동자는 항공길이 막혀 귀국하지도 못하고,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강제 단속을 할 수도 없게 되면서 정부는 일시적 체류기간 연장만을 반복했다.
결국, 지난 2년간 외국인의 새로운 입국이 감소하면서 국내체류 외국인의 숫자는 급감했고, 출국하지 못하는 외국인도 증가해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의 숫자도 증가했다. 이주노동에 극단적으로 의존하던 제조업, 농어업, 서비스업 사용자들은 극심한 일손 부족 현상을 겪게 되고,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 없이 상승된 임금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게 되었다.
이주노동 정책과제
이러한 현상들을 고려하면 결국 기존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놓는 방식의 정주형 노동이주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첫째, 이주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가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보장받고,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에 차별이 없도록 원칙을 확립하고, 그것이 이행될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한다. 5인 미만 사업체, 농어업, 가사노동, 돌봄 노동 등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한다. 이주노동자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의존하여 유지되는 일자리를 모든 노동자가 적정 노동시간에 적정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전환 시키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한다.
둘째, 이주노동자도 차별 없이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불안정노동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직업선택의 자유와 안정적인 장기거주를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한다. 정당한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정당한 고용계약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안정적 체류자격을 보장한다.
셋째, 단기순환-정주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동이주 정책을 폐기하고, 장기거주-정착이민 중심의 이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많은 행정력과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저숙련 노동자를 단기간 도입하고, 체류기간을 초과할 경우 공권력과 비용을 들여 강제 추방하는 현재의 단기순환 노동이주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정주형 노동이주 체제를 정책적 대안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숙련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장기거주를 허용하는 반면, 저숙련 이주노동자의 신규도입 규모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사회적응을 초래하는 가족동반금지 원칙을 폐지하고, 동반가족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충분한 기간(국적신청이 허용되는 5년) 동안 국내에 거주·노동한 경우 영주권 또는 장기체류자격(10년) 신청을 허용해야 한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동반가족이 인종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