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자본주의와 빅 아더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민중을 유혹하고 정보를 왜곡하여 얻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빅브라더’라고 불렀다. 빅테크 분야 전문가인 쇼샤나 주보프는 자신의 책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인간의 경험을 공짜로 추출해 은밀하게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며, 이것이 곧 권력이 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감시 자본주의 체계는 유비쿼터스 디지털 장치라는 매체를 통해 그 의지를 강요하는 꼭두각시 조종자다. 저자는 이 장치에 ‘빅 아더’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빅 아더’는 ‘빅브라더’와 달리 감응과 연산 기능이 있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꼭두각시 인형으로 인간의 행동을 렌더링, 모니터링, 연산, 수정한다. 감시 자본주의의 경제적 논리는 ‘빅 아더’의 막대한 능력을 통해 도구주의 권력을 생산하고, 영혼의 엔지니어링을 행동의 엔지니어링으로 대체한다.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는 기본의 자본주의와 다르며, 책의 해설을 맡은 송호근 교수는 이 책이 감시 자본주의의 내적 동학과 디지털 자본의 은밀한 수탈 과정을 규명했다는 의미에서 21세기 <자본론>이라 말한다.
저항하자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장 내 CCTV,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노동환경을 감시하는 사례가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서 직원들을 감시하고, 미국의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손에 미세한 칩을 삽입해 생체 정보까지 추적하고, 중국에서는 인공지능을 통합한 CCTV를 통해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광 받고 있는 안면·음성인식,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은 ‘감시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카오톡, 틱톡 등 수많은 첨단 정보기술 기업들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추출해, 개인들의 성향과 행동, 특징을 파악하고 상품화해 거액을 벌어들인다. “당신이 구글을 검색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글이 당신을 검색한다”는 말은 디지털 세상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감시 자본주의하에서 예측 가능한 유기체로 전락한 우리는 이를 저지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저자는 책 속에서 모든 인간의 경험을 하찮게 취급하며, 매 순간 우리의 삶의 일부분을 수탈해가는 이 시대적 흐름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그만!”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