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으로 청소년 노동의 위험과 죽음에 대해 다루었던 은유 작가가 이번에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책을 펴냈다. 은유 작가의 신간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우리에게 한국에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어서 그저 태어났고, 자라다보니 사회의 제도권 밑바닥에서 살아있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이들을 말이다. 국내에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부모가 유효한 체류자격이 없더라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해 학습권이 주어져 고등학교까지는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주민(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아이들은 온전한 학교생활을 누리지 못한다. 본인 명의의 핸드폰 개통이 어렵고, 봉사 사이트 1365자원봉사포털에 가입하지 못하며, 한국 역사를 좋아해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태어난 건 죄가 없는데 신분증 없이 단순히 공부할 권리만 보장된 아이들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래를 설계하며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이들만큼은 평등하게 자라야 한다
이 책은 미등록 장기체류 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부여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을 만들어내고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했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다양한 편견을 접하면서 ‘불법체류자’가 아닌 ‘미등록 이주노동자’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그들이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와 혜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편견들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도 이주노동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그들도 이 땅에서 정당하게 일한 노동의 대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들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 유령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줄 수 있는 현실적이고 제대로 된 외국 인력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책이 출간되고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처럼 미등록 이주아동 외에도 가난하거나, 어떤 사정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정말 많아요. (중략) 이 책을 읽고 단순히 ‘미등록 이주아동 불쌍하다. 안 됐다’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있지만 없는 존재들’에도 눈 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은 ‘그들의 있음을 알게 된 건 지난여름이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우리도 단순히 알고 있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있음’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깨달음과 관심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평등하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금 더 나은 미래의 시작이 될 거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