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40년 전 사진 속의 그 사람을 찾아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이름없는 시민군 '김군'을 영화로 조명했던 강상우 감독이 지난해 8월 '김군을 찾아서'라는 책을 발간했다. 제작진들은 영화를 제작하는 5년간 40년 전 촬영된 사진 속 한 사람을 찾았다.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그는 중앙일보 이창성 기자가 촬영한 사진 27장, 합동통신 최종현 기자의 사진 6장, 동아일보 황종건 기자의 사진 5장, 경향신문 정남영 기자의 사진 2장, 전남일보 신복진 기자의 사진 1장, 일본《세카이》(世界)지에 실린 촬영자 미상의 사진 1장, 그리고 2019년 12월 처음 일반에 공개된 계엄군 보안사령부 사진첩에 실린 촬영자 미상의 사진 5장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강 감독은 조선대학교병원 근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옥(61·여)씨에게서 사진 속 이름 없는 시민군이 1980년 당시 주씨 부모님이 운영하는 막걸리 가게에 매일같이 들르던 넝마주이 무리 중 한 명인 김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사진 속 그는 “김군”이라 불리게 된다. 김군의 사진은 5·18기록관이 ‘우리는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가?’ 섹션에 선택되어 크게 전시되었으며,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그를 광주에서 ‘600명의 북한특수군’을 주도했던 ‘제1광수’로 지목하기도 했다.
몰랐던 ‘이름’들의 역사
기관총에 손을 얹은 채 강렬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는 사진 속 김군을 꼭 만나고 싶은 마음에 모든 5·18 사진집을 뒤진 강 감독은 사진을 바탕으로 김군이 탄 차량의 이동 시각, 경로를 분석해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을 수소문했다.
2016년 3월, 첫 번째 김군 후보자 오기철(57)씨, 5월 두 번째 후보자 이강갑(63)씨를 잇따라 만나며 한때 기대도 했지만 모두 아니었다. 죽었거나 세속과 연을 끊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김군 추적은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최진수(57)씨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끝난다. 1980년 5월24일 계엄군 간 오인사격이 끝난 뒤 군인들은 민가에 숨어 있던 김군을 끌어내 총살했고, 최씨가 바로 뒤에서 이를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후 김군은 ‘무연고 행방불명자’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리고 이 책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이름 없이 사라진 ‘김군’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발로 뛰며 103명의 증언자들을 만나고, 광주 시민들을 탐문하며 알아낸 5·18을 둘러싼 또 다른 서사들, 러닝타임 85분짜리 영화에는 다 담지 못한, 넝마주이, 고아, 구두닦이, 성판매 여성 등 하층 시민들의 항쟁 참여와 항쟁 이후 행방에 관한 뜻깊은 증언들을 아카이빙해서 자료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