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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노동 확산에 대응하는 한국노총의 새로운 도전

「플랫폼노동공제회」

등록일 2021년03월31일 10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송명진 한국노총 조직확대본부 실장

 

한국노총은 2021년 핵심사업의 하나로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노동공제회는 조직노동의 계급적 연대와 사회적 책임 실천의 한 영역이자, 플랫폼노동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운동이다.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노동으로 대표되는 비정형노동의 확산에 대비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대응전략으로 볼 수 있다.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준비단계로 목표와 범위를 사전에 완결적으로 설정하기보다는 기본 취지와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아울러 조직적 검토와 동의 형성 과정을 통해 실제 설립과 운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방향을 재정비하고 확장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이는 현재 노동운동이 맞닥뜨리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대응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런 상황에서 공제회의 가능성은 실천적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제회의 개념과 기능

 

공제회는 “사고·질병·퇴직 등에 따른 노동자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상호부조를 통해 대비하기 위한 조직”을 뜻한다. 우리나라 공제회는 「보험업법」에 따라 보험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역할을 하는 ‘보험형 공제’와 특정 산업종사자들의 복지나 퇴직급여 등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는 ‘상호부조형 공제’로 분류할 수 있다. ‘보험형 공제’는 다시 공제회 가입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공제’, 일반인까지 준조합원(준회원) 자격으로 가입대상에 포함하는 ‘일반공제’, 특정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설립된 ‘정책성 공제’로 나눌 수 있다.

 

 

각 공제회마다 설립목적과 가입대상에 따라 다양한 공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경우 퇴직공제를 기본으로 단체보험상품과 신용대출, 경력증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만든 노란우산공제는 퇴직공제부금을 중심으로 상담서비스와 숙박할인 등의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1980년대 들어 협동조합운동을 주요 운동방향으로 제시하며, 공제회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였으나 90년대 후반 이후 중단되었다. 최근 노동조합의 공제회 활동 사례는 봉제인공제회를 들 수 있는데, 아직까지 사회적 금융 기관의 지원을 통한 소액대출, 경조비 지원과 상조서비스 등 상호부조 사업 위주에 그치고 있다.

 

한국노총이 플랫폼노동과 비정형노동의 확산에 주목하는 이유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국가들마다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의료체계와 더불어 각 사회가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체계를 점검하고 보강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긴급고용안정지원 사업의 대상과 자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 더불어 고용·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가 노동·사회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기되었다. 대부분 논의의 중심은 전통적 ‘근로자’는 아니면서도 ‘자영업자’와는 달리 실제 소득실현과 업무수행 방식이 특정 업체나 개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노무제공자’에 맞춰지고 있다. 이른바 불안정노동 또는 비정형노동의 범주에 있는 노동자들이다. 특수고용형태노동,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의 비정형노동 유형구분에 따르면 △기간제, 일용직, 프로젝트계약직 등 임시고용 △단시간 노동 △파견노동 및 다자 계약 △위장된 고용관계 및 종속 자영업까지 포함한다.

 

비정형노동의 증가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확산과 함께 이루어진 경제 금융화와 기업의 경영전략 변화는 고용의 유연화를 촉진했다. 표준적 고용관계는 수요변화에 대한 즉각적 대응과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기업의 핵심영역으로만 최소화됐다. 다른 생산과정의 업무들은 외주화하거나 직고용의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정형노동을 활용했다. OECD는 이미 2015년 보고서에서 회원국 전체 고용의 3분의 1이 비정형노동이라고 추정한 바도 있다. 여기에 2010년대 이후 디지털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온라인경제의 성장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 형태의 출현을 가져오며, 비정형노동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대다수의 비정형노동자는 노동법상 권리와 사회보험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소득이 불안정하며, 업무상 재해의 위험도 높다. 일-생활 균형이 지켜지지 않고, 직업훈련과 경력개발의 기회도 빈약하다. 대체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파편화된 업무를 개별적·분산적으로 수행한다. 스스로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인식이 낮아 노동조합 가입을 통한 교섭력 확보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비정형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공통된 정책과제이다. 더구나 플랫폼노동은 비정형노동의 모든 특징과 문제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향후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사회적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플랫폼노동을 비롯한 비정형노동 확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노동운동에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정형노동자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들의 조직화와 이해대변 없이는 기존 노동조합 운동의 대표성이 현저히 약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연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을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보호체계로 포괄하는데 실패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현재의 일자리 상당수 또한 플랫폼노동을 활용하는 저임금·초단기 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 추진 취지

 

플랫폼노동자의 권리 보호 방향에 대한 한국노총의 기본 입장은 노동법과 사회보험체계의 확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플랫폼노동자는 독립된 자영업자로서 플랫폼과 형식적 계약을 맺더라도 보수의 결정과 지급방식이 플랫폼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과정 역시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어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비정형노동자 중에도 업무 선택과 수행의 자율성이 강한 경우도 있어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일괄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에서 노동자성의 판단기준을 재정비하고 입증책임을 플랫폼기업에 부담하는 법 개정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한국노총은 플랫폼노동자의 사회적 보호가 노동법과 사회보험 체계로의 포섭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플랫폼노동공제회는 그 보완장치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먼저 ‘전국민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 확대 추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의 확정과 실제 적용까지는 현실적인 장애들로 늦춰질 수 있다. 때문에 사회보험을 통한 온전한 보호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공제회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들로부터 제공받는 복지혜택처럼 공제회의 상호부조와 복지사업을 통해 플랫폼노동자들도 다층적 보호망을 갖추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작업 수단의 구매‧관리 비용 및 관련 보험료까지 노동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플랫폼노동의 구조에서 직업별 특성에 따라 공제보험상품을 마련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거나, 노동이력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금융기관 대출이나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시 필요한 경력증명이나 소득증명을 발급하는 것도 공제회의 주요 기능이 될 수 있다.

 

한편, 공제회 설립은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외에도 당사자 이해대변과 세력화를 위한 거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개별‧파편화된 플랫폼노동의 특성상 자생적 조직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공제회가 플랫폼노동자들 스스로 조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결사와 이해대변 역량의 제고를 지원하는 것은 교섭력 형성과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플랫폼노동자의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노동공제회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의 원칙과 방향

 

한국노총은 지난해 플랫폼노동 보호방안연구 TF를 구성해 공제회의 개념과 역할,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는 플랫폼노동공제회의 필요성과 설립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연구와 논의를 통해 검토된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의 기본 원칙과 방향은 다음의 네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자주성이다. 자조적 조직으로서의 성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제회가 단지 금융기관의 역할만이 아니라, 플랫폼노동자들의 단결과 집단적 역량 형성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당사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경우 가입비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초기 재원에 대한 출연 주체가 관건이 된다. 현실적으로 한국노총 산하조직들의 연대기금 조성과 노사 공동 사회연대기금의 지원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자주적 운영구조를 확립하고 안정적 재정운용구조를 갖추면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통한 규모 확대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는 독립성이다. 공제회의 독립적 지배구조와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민주적인 운영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가입대상자들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문턱을 최대한 낮추고, 공제회에 대한 공신력을 높임으로써 가입자를 빠르게 확대하는 한편, 외부의 지원도 용이하게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대표성이다. 현재 플랫폼노동을 대표하는 주요 직종부터 시작해 차츰 가입 직종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학술적 정의에 따라 가입대상을 엄밀히 제한하는 것은 공제회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다만 가입자격과 지급요건의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이다. 아울러 해당 직종을 대표하는 당사자들의 대표가 운영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는 확장성이다. 공제회는 플랫폼노동자 뿐만 아니라 소규모영세사업장, 특수고용직, 단시간노동자 등 비정형불안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조직화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장치이다. 플랫폼노동공제회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도 ‘노동공제회’로의 확장을 염두하거나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은 4월부터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 추진을 전담하는 부서를 사무총국에 설치하여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상반기 내에 재원 마련 방안을 비롯한 준비계획을 구체화하고, 공식적인 추진단을 발족하여 금년 내에 공제회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려움과 한계도 많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 또한 잠재되어 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과 확장을 위한 한국노총의 새로운 전략적 행보에 조합원 동지들의 큰 관심과 연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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