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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부터 60대까지 - 책을 읽고 나와 우리, 노동을 생각하다

한국노총 난생처음 문화제 독후감부분

등록일 2021년01월21일 13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2020년 제2회 한국노총 난생처음 노동문화제는 책을 읽고 우리 주변의 노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독후감부문을 신설, 확대 개최했다. 공모전이 시작되고 노동이 낯설기만 한 중학생부터 인생의 많은 굴곡과 이야기를 간직한 60대의 작품까지 100여편의 글들이 사무국에 접수되었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책의 내용과 연관시켜 잘 쓴 작품이 많았지만, 유려한 글보다는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며 이번 기회에 노동에 대해 좀 더 관심과 생각이 많아졌다는 작품에 좀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한국노총 기관지에서는 2020년 12월에 개최된 <한국노총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독후감부문> 수상작들을 기관지 지면을 빌어 순차적으로 연재하고자 한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저, 21세기북스 펴냄)를 읽고” 남진희(1등 한국노총상 수상)

 


 

며칠 전 엄마가 공공근로에서 떨어졌다. 시청에서 청소부를 뽑는 것인데 엄마는 예전부터 하고 싶어 했었다. 내가 미디어에 나오는 흔한 사춘기 청소년이었다면 엄마가 청소부라는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묘사가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나름 철이 든 성인으로서 엄마의 도전을 응원할 수 있었다.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는 엄마를 보며 나도 나중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 저런 모습이겠거니 생각했다. 면접을 다소 아쉽게 본 엄마는 예비 1번을 받고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아쉬움과 분함을 동시에 분출하셨다. 그러곤 내년엔 붙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씩씩하고 당당한 면모도 보여주셨다.

 

엄마가 청소부 일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나는 내가 봤던 청소부들을 떠올렸다. 다들 엄마 또래 혹은 그 이상의 나이를 가지신 분들이었다. 그분들을 매일 어느 장소든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사람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청소부가 될 우리 엄마. 청소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때마침 SNS에서 한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저자이자 화자인 김예지의 만화이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30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김예지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한 직장을 나와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원하던 회사에 번번이 불합격을 받게 된다. 눈앞의 놓인 김예지의 생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김예지에게 그의 어머니가 청소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그렇게 청소부 김예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늘 자신과 타인의 목소리에서 흔들린다.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10대의 나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이런 ‘나와 남’을 잘 표현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지금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편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나와 남’ 때문이다. 내가 꿈꾸던 대학교를 진학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이상적인 ‘나’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 이런 내 상황에 김예지의 이야기는 나와 겹쳐 보였다. 김예지도 스스로 제일 가혹한 사람이 되어서 욕을 퍼붓기도 하고 실패자라고 낙인을 찍었다. 친구들 앞에선 긍정 로봇이 되어서 “괜찮아! 힘내자!”라는 말을 늘어놓곤 혼자가 될 때는 “사실은 괜찮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창피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에 왈칵했다.

 

나 자신을 작게 만드는 일엔 타인의 시선도 있다. 그 학교 나와서 어디에 취직할 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예지와 다르게 나는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남들처럼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안정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꿈꿨다. 김예지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꾼다. 그렇지만 생계를 위해 청소부로 일을 하고 있다. 청소부 일을 시작하게 된 김예지는 사람들로부터 ‘특이한’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는다. 친구들 혹은 모르는 사람에게 김예지가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묘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젊은 20대 대졸 여성이 청소부 일을 한다고?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테고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도 나온다. 위축되는 김예지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김예지와 나. 우리 둘의 상황은 멀리서 보면 달랐고 가까이에서 보면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김예지가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고민은 전세계에 있는 모든 청년들의 글로벌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예지는 긴 시간 동안 어떻게 했을까? 청소부로 일한 지 4년의 기간, 김예지는 그 경험을 책에 담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한다. 우선 김예지는 자신의 마음을 잘 들어주고 달래주기 시작한다. 스스로 달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아플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자신의 그림체를 찾는 등의 잊고 있던 목표들을 되새겼다. 그리고 청소일을 통해 얻은 것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김예지에게 왔지만, 청소일을 통해서 생계가 안정되고 그림 장비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김예지를 통해 나도 내 시간을 돌아봤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대학 생활에서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꽤 어려운 과제를 해냈을 때의 쾌감도 존재했다. 김예지의 4년과 나의 대학 생활도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강연 도중 ‘남’의 시선을 어떻게 견뎠냐는 질문에 김예지는 이기지 못해 견뎠다고 한다. 자신의 판단을 믿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 본인에게 실패자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김예지처럼 보편적이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나도 말해주고 싶다.

 

내 엄마에서 시작해서 김예지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청소부를 만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도 받고 나의 내면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아주 작은 선택이라도 남들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재밌는 게 아닐까? 김예지처럼 ‘특이한’ 직업을 갖는 사람들, 실패를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년엔 우리 엄마가 청소부가 되어있길. 그리고 나도 편입을 해서 실패를 이겨냈길. 우리 모두 스스로를 달래주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선택을 믿고 또 다른 하루를 견뎌내길.

 

심사평

☞ 책을 읽고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 노동을 연계시키는 모습이 본 공모전의 취지에 맞았다고 보았으며, 엄마의 청소일을 응원하는 마음이 책과 연결되어 잘 표현되어 있다.

☞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맛에 세상을 산다고들 한다. 헤겔의 인정투쟁이론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 것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는 이론이다. ‘나 자신을 작게 만드는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목소리’ 때문에 20대 초반의 필자는 엄마의 청소일 도전과 실패, 본인의 상황을 솔직히 내보이기 싫었을 것이다. 인정투쟁 욕구를 이기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객관화이다. 필자는 글속에서 이미 자기 자신의 객관화 하고 있다. 이 객관화가 엄마의 청소부 도전과 필자의 편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임욱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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