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노동과미술] 여성의 노동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화가)

등록일 2021년01월20일 16시4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금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 각계각층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과거에 부르주아 계층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에게 요구한 것은 오로지 노동이었다. 여성들이 가사 노동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가난한 여성들은 가사 노동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녀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했다. 즉 여성들은 가정의 생계를 위해 힘들게 일하면서도 청소, 육아, 요리 등 가사노동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 사회에서 여성은 직업을 선택할 수 없었다. 산업도 발달하지 않았고 교육도 받지 못한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농사였다. 토지가 자신의 것이라면 그나마 좋은 환경이지만 소작농으로 태어난 여성들은 노동을 해도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난에 벗어나지 못한 여성들의 노동을 그린 작품이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다.

 

그림1. <이삭 줍는 사람들>-1857년, 장프랑수아 밀레. 캔버스에 유채, 83×111,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세 명의 여성이 허리를 굽혀 추수가 끝난 농장에서 손으로 일일이 남아 있는 낟알을 줍고 있다. 그녀들 뒤에 농부들은 추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화면 오른쪽에 말을 탄 사람이 농부들을 감독하고 있는 사람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곡식을 가득 실어놓은 짐수레와 수확이 끝난 건초 더미들이 쌓여있다. 이 작품에서 건초더미가 많이 쌓여있는 것은 풍년을 암시하지만, 이삭을 줍고 있는 여성들은 풍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녀들은 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삭 줍고 있는 여성들은 농부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로, 이삭을 줍기 위해서는 당시 시의원들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여인들이 입고 있는 낡고 뻣뻣한 옷은 그들이 서민 계층임을 나타내고, 청색과 붉은색, 노란색을 사용해 익명의 여인들을 구별했다. 또한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이삭 줍고 있는 여성들의 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화면 중앙 여인들의 모습은 고전주의 형식인 ‘삼미신’三美神)과 같은 구도를 택하고 있지만 밀레는 고전에서 느낄 수 있는 귀족적인 분위기 대신 익명의 노동자를 선택해 노동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농부들의 고된 삶을 솔직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1857년 살롱에 전시되면서 보수 계층으로부터‘누더기를 걸친 허수아비’,‘빈곤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848년 프랑스 제2혁명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서 노동자들은 중산층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비평가들은 밀레가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생각해 비난했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이 작품은 바르비종 가까이에 있는 샤이 마을의 풍경으로 농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밀레는 시골 생활의 서사시적 측면을 거의 신비주의적인 색조로 찬미한 화가다. 그는 소작농들의 생활 풍경을 엄연한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의 측면에서 묘사함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밀레하면 농부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유복한 지주의 아들로서 좋은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밀레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했지만 파리 화단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화가였다. 성공하기 위해 초상화가로 노력은 많이 했지만, 대중들과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지 못했다. 밀레가 농민 화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콜레라 때문이다. 그는 1849년 콜레라가 극성을 부리자 파리를 떠나 바르비종에 정착한다. 바르비종에서 밀레는 대자연에 매료되기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밀레는 바르비종은 물론 인접 지역 마을의 농부들의 고달픈 삶에 주목했다. 숲으로 땔감을 주우러 간다거나 가을걷이 끝난 뒤 이삭을 주우러 다니는 가난한 농부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아냈다. 절망 끝에 달려 있는 희망을 찾기 위해 땅에 인생을 걸고 있는 농부의 가난한 삶이 밀레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때부터 밀레는 농민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밀레는 정치에 무관심했지만 농부의 삶을 그린 작품들 때문에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밀레는 농민들의 일상적인 몸짓을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표현하는 화풍을 형성해 나가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9세기 산업혁명은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정도로 사회를 바꾸어 놓았다. 농경 사회가 도시사회로 탈바꿈 하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여성의 노동도 변했다. 특히 섬유 산업이 발달하면서 섬유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는데, 섬유 공장에서 노동하는 여성을 그린 작품이 데이네카의 <여직공>이다. 알렉산드르 데이네카<1899~1969>는 공장노동자들, 도시생활 등을 소재로 한 사회상을 사실주의적으로 그린 러시아 화가다.

 

그림2. <여직공>-1927년, 데이네카, 캔버스에 유채, 171×195,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미술관 소장

 
세 명의 여성이 직조 기계 앞에서 실을 감고 있다. 중앙 여성의 얼굴은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은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들의 맨발, 단정하게 빗은 머리 그리고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하게 그려진 직조 기계는 현대 문명을 나타내고, 차가운 색조의 직조기와 다르게 여성의 팔다리가 황토색을 띠고 있는 것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유리 너머 소년이 두 마리의 소를 끌고 몰고 가고 있는데 소년과 소는 공업과 농업의 만남을 상징하며 현대의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데이네카는 이 작품에서 노동자들을 영웅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모델을 양식화시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일하는 것이 자아실현이라는 것은 현대 엘리트 여성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시대나 문화가 달라져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전히 산업 일꾼으로 가정의 생계를 위해 일한다. 그녀들의 노동으로 사회가 움직인다.

박희숙(화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