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노동자와철학] 하필왈리

왕은 하필이면 이익을 이야기 하십니까

등록일 2020년10월21일 11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맹자는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라 부르는 급격한 변화 한 복판에서 활약했다. 이 시기는 철기의 보급으로 심경(深耕)이 가능해지면서 생산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황무지였던 땅을 개간하면서 농토도 넓어졌다. 권력은 점점 중앙에 집중되고 군주는 더 큰 권력과 부(富)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는 토지쟁탈전을 벌이면서 백성들의 삶은 더욱 황폐해져가는 시기였다. 맹자는 이런 시대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혼란된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고 백성들이 지속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지를 고민하였다.

 


 

 

양혜왕은 이런 맹자를 초청하여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라에 이익을 가져다 줄 방책을 물어본다. 이에 맹자는 하필이면 왕이 이익을 말한다고 질타하며 오직 왕은 인(仁)과 의(義)를 바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그는 왕이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 아래의 신하들은 자기 집안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고 백성들도 또한 일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라 말하며 왕이 인의로 다스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맹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 근대정치철학자인 토마스 홉스의 주장을 잠시 살펴보자.

그는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며 살기 이전을 ‘자연 상태’라 불렀다. 자연 상태에서는 어떤 규범도 없기에 개인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연권’을 가지고 있다. 나의 생존과 즐거움을 위해서 나는 타인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고 심지어 타인을 살해할 수도 있다. 곧, 나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규범이나 윤리가 없는 사회이다. 이런 상태를 홉스는 ‘전쟁 상태’라고 말한다. 홉스에게 자연 상태는 곧 전쟁 상태이다. 그런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연 상태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내가 나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타인도 마찬가지로 나를 해칠 수 있는 같은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항상 타인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내가 희생될 수도 있는 위협에 처하게 된다. 이런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자연권을 주권자에게 양도하고 그 주권자가 모두에게 양도받은 권한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자연 상태에서 사회 상태로 이행하며 전쟁 상태를 극복하게 된다. 이것이 홉스가 이야기하는 국가의 기원이다.

 

맹자가 묘사한 왕과 신하와 백성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런 사회는 마치 홉스가 이야기한 전쟁 상태와 흡사하다. 이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맹자의 해법은 인과 의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이해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중재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그 기준이 또 다른 이익(利)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이해충돌이 일어나서 해결할 수 없을 경우 최종적으로 법정에 중재를 맡긴다. 그런데 판단을 내리는 법관이 중재를 맡긴 당사자들 중 누군가와 이해관계를 함께 할 때 우리는 그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 근래에 ‘사법농단’이라 불리었던 사례는 그런 불신을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맹자는 이익이 충돌될 경우 그것을 중재하는 통치자는 이익(利)이 아니라 인의(仁義)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인의의 기준은 통치자만 가지면 될 것인가? 맹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통치를 하는 역할을 소수의 사람이 맡았고 다수의 백성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생산 활동에 종사했다. 그런데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는 모든 시민이 크고 작게 통치의 일부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시민은 공적영역에서의 판단기준으로서 맹자가 주장하는 인의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조합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목적중의 하나인 노동조합의 활동에서도 이런 고민은 필요하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인가?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사회 안에서의 공적 역할은 어떤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 조합바깥의 다른 조직과 이해충돌이 일어날 경우 조합의 이익만을 주장해야 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그 충돌을 해소할 것인가? 만일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이 자조직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그 사회는 홉스가 이야기하는 전쟁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이익뿐 아니라 공적 고민을 함께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하필왈리 #이익 #인의 #시민 #민주주의 #노동조합 #홉스 #맹자

이응구 작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팟캐스트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