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2월 16일 신천지발 코로나19는 급속히 퍼졌으며, 2월 24일 기준 하루 확진자는 231명에 달했다. 2월 말부터 항공업계는 비상이었다. 3월부터 운행편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항공업 경기침체가 시작됐고, 그 여파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휴업, 연차휴가 강제사용, 권고사직 등으로 그대로 전가됐다.
고용유지지원금 받을 수 없는 인력공급업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이라는 제도가 주목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생산량 감소 등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고용유지조치(휴업·휴직)를 실시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경영부담 완화 및 노동자의 실직을 예방하는 지원제도이다. 해당 제도의 목적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살펴보면 ①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재고량이 직전연도 월평균 재고량에 비해 50% 이상 증가한 경우 ▲매출액·생산량이 기준보다 월평균 15% 이상 감소한 경우 ▲재고량·매출액이 기준보다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 경우 등)가 ② 고용유지조치(근로시간 조정 등 전체 피보험자 총 근로시간의 20/100을 초과해 근로시간의 단축하는 경우)를 실시해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유행을 시작하면서 대형항공사의 조업물량은 하루 200대 이상에서 40대 이하로 감소했고, 80% 이상 하락했다. 대형 항공사(항공여객운송업)와 지상조업사(1차 협력업체, 항공운송지원서비스)는 사업주가 고용유지조치만 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항공사와 지상조업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해당되어 지원받게 되었다. 그러나 지상조업협력업체(2차 협력업체, 항공기취급업)들은 대부분 인력공급업체로 고용유지지원금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인력공급업체 본사’를 기준으로 매출액이 15% 이상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조업협력업체들은 본사를 기준으로 경비, 시설관리, 환경미화, 항공지상조업(케터링, 기내청소) 등 여러 종류의 업종과 원청사로부터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각 현장별로 인력을 배치하고 도급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인력공급업체’는 항공조업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해 도급비를 거의 받지 못했지만 ‘본사’를 기준으로 매출액은 10%도 감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매출액 15% 이상 감소’라는 요건을 갖출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인력공급업체는 본사를 기준으로 ‘전체 피보험자 총 근로시간의 20/100을 초과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조업협력업체 본사는 여러 종류의 업종과 원청사에게 여러 장소로 인력을 공급한다. 코로나19로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은(유일하게 타격을 입은) 현장은 항공지상조업 현장이었다. 코로나19로 항공조업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인력공급업체는 항공지상조업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단축(휴업·휴직)했다. 그러나 본사 소속 노동자의 총 근로시간 20/100을 초과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자격을 갖출 수는 없었다.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으로는 안 된다
2020년 3월부터 지상조업협력업체의 고용유지를 위해 항공업 관련 노동조합은 연대해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한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대안은 「특별고용지원업종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이었다. 2020년 4월 말 고용노동부는 ‘항공기취급업’을 취득한 인력공급업체 중 항공업 관련 매출액이 50% 미만인 기업에 대해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개월 동안 30일 이상 무급으로 휴직하는 노동자에게 월 50만 원(최대 150만 원)을 90일 동안(9.15.까지) 지원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기타 소득 없이 30일 동안 ‘무급’으로 휴직하고 받는 지원금은 50만 원이다. 기간은 둘째 치고 지원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인지 의문이다.
2020년 7월 28일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체결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 기간 연장 및 추가지정에 대한 합의와 함께 “1-4. 고용유지 지원제도 사각지대 축소, 나. 정부는 파견·용역 및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의 고용유지와 생계안정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적극 활용토록 지도하고, 노사와 논의를 거쳐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어 2020년 8월 18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 2020년도 제6차 고용정책심의회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 연장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에 대한 연장’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그러나, 항공지상조업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금 확대 논의는 없었다.
2020년 4월부터 두 자리 수를 유지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20년 8월 14일 103명으로 전날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고, 8월 23일에는 397명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같은 날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였으며, 현재 3단계를 검토 중이다. 지난 4월보다 코로나19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지상조업협력업체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없고, 대안으로 나온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 지원액은 형편없다. 2020년 3월부터 항공지상조업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2020년 8월 말 현시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항공산업은 또다시 경기침체로 들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올라선 8월 15일을 기준으로 지상조업협력업체 노동자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인력공급업체’ 특성을 반영해 도급현장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무급휴직 신속지원프로그램’의 지원 수준을 높이고 기간을 연장해 노동자들의 생계부담을 완화해야 하며, ▲2020년 3월부터 인력공급업체에서 비자발적 퇴직에 의해 실업급여를 수급 받는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지난 7월 28일 노·사·정이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역할 및 노사협력을 핵심 내용으로 합의문을 체결했다. 비록 민주노총이 최종적으로는 불참한 반쪽짜리 합의라고 평가받는 합의일지라도 그 전제가 총고용유지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에 따라 총고용유지를 위해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8월 15일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정부)가 지상조업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을 선제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가 아닌 ‘반의 반쪽짜리 합의’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