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경제1 긱 경제(gig economy)에서의 노동
100년 전에 국제노동기구(ILO)가 창설되었을 때 체약국들은 ‘특별하고 시급이 중요한’ 일련의 지도 원칙에 합의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노동은 단지 상품이나 거래 품목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재화와 용역 또는 사회적 통화의 교환’을 촉진하고 ‘그것을 통해서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 자체가 서비스나 상품이 되는 일을 ‘매혹적인 혁신’이라고 말한다. 소비자 가격은 낮추고 사용자의 이익은 늘어나며 책임은 피할 수 있으니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일 수도 있다. 단, 아무런 보장도 보호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빼고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법학 교수인 제레미아스 아담스-프라슬은 자신의 저서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통해 긱 경제에서의 삶과 노동의 현실, 그리고 긱 경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갖는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긱 경제의 위험성과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저지르는 플랫폼 기업들의 부당한 이익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노동법의 완전 적용을 기본으로, 미래 다양한 노동의 보호를 위한 노동법을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노동법
긱 경제는 서비스로서의 인간을 팔면서 전통적인 노동법의 보호는 무시한 채, 플랫폼 기업들을 중개자로, 노동자를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업가로 분류한다. 긱 경제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그저 시장의 역할만 한다고 하지만 등급 평가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통해 회사의 정책과 고객의 지시에 따라 작업하도록 노동자를 통제한다. 즉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하는 임금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사회보장에서도 제외되며 노동자의 권리도 없는 사각지대 놓인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운전기사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독립계약자로 취급하는 것을 규제하는 ‘AB5 법’을 제정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혁신'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침해당해 온 노동 기본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와 실상이 공론화되면서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를 논의하기위한 사회적대화도 가동되고 있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노동법의 적용이다. 저자는 노동법이야말로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공정한 조건이며 새로운 기업과 오래된 기업들 사이의 평등한 경쟁을 위한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1. 긱 경제(gig economy). 기업들이 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상황을 일컫는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