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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용 성차별 시정제도, 노동위원회에 도입하라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록일 2020년08월20일 10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채용에서 정년·해고에 이르는 고용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고(제7조~제11조), 이를 위반 한 사업주에게 일정한 벌칙(제37조)을 부과하고 있다.

 

모집·채용과 임금 외 금품, 교육·배치 및 승진에서의 성차별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의 성차별과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 성차별은 생존권에 직접 영향 미치는 문제

 

고용 성차별이 문제가 된 경우에는 지방노동행정기관에 진정, 고소·고발과 검찰 기소를 통해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성차별 사건은 입증이 어렵고, 형사처벌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인해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고용 성차별 사건의 기소 사례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른 한편, 고용 성차별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구제를 진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가 성별을 이유로 한 고용상의 불합리한 차별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성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준 등을 개선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오래 지속된 성차별적 관행에 대하여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치 계획 수립을 권고하고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는 앞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행이나 기준 등의 개선이 중심이어서 성차별 피해 노동자의 피해 그 자체를 구제하기 어렵다. 또한 진정 결과 성차별로 인정되더라도 권고에 그쳐 실질적인 구제가 되지 못해 사업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의 고용 성차별은 피해는 존재하나 그 피해에 대한 구제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시위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고용 차별’은 ‘재화·용역의 공급 및 이용 등에서의 차별’ 등과는 달리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용 성차별의 구제는 성차별적 제도나 구조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차별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가 필수적이다. 고용 성차별 피해 구제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고용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되어, 구제절차를 이용하기 쉽고, 신속하고 그리고 즉각적인 구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고용 성차별 시정을 어느 기구가 전담할 것인가’이다. 고용 성차별 시정 기구는 고용 성차별을 조사할 권한과 전문성이 존재해야 하고, 피해자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즉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정명령권이 존재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수단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용 성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가기관으로서 노동분쟁 해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위원회가 고용 성차별 시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 조정,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사건 등의 결정,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심판, 비정규직 차별적 처우 시정 등을 주요 기능하는 행정위원회로 준 사법적 기구이다. 노동위원회는 그 기능 중 고용차별 관련해서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시정명령과 배상명령권, 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조정, 중재에도 유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정 

 

노동위원회가 고용 성차별에 대한 권리구제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비정규직 차별시정 업무 처리 과정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이용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가 갖고 있는 권한과 수단 등을 통해 고용 성차별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용주가 입증책임 부담하는 게 타당

 

노동위원회에 고용 성차별 시정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여 이 법 위반의 고용 성차별에 대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용하게 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 고용 성차별 피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성차별 피해 시정을 신청 할 수 있고, 시정 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조사·심문을 해야 한다. 심문과정에서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으며, 관계당사자 합의 시는 중재를 할 수 있고 조정과 중재는 민사상 화해와 동일효력을 갖는다. 노동위원회는 조사·심문을 종료한 후에는 사업주에게 시정명령 또는 기각 결정을 한다. 조정·중재 또는 시정명령의 내용으로는 근로조건의 개선 또는 적절한 배상(손해액의 3배 이내)이 포함되고, 지방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 또는 기각결정에 대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및 행정소송 제기 등 시정명령 등의 확정 절차가 존재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에 고용 성차별 구제 절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우선, 노동위원회에 고용상의 성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영역과 관련해서는 모집·채용 차별을 포함시킬 것인가이다. 모집·채용은 근로관계 성립 전 단계이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입증책임 관련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의 차별에 대해 신청 당사자인 근로자가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사업장과 관련된 자료의 대부분은 사업주의 관리 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기간제근로자나 파견근로자의 차별시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비정규직 차별사건과 다른 고용 성차별 사건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건 판단에 요구되는 성인지적 관점을 개별 사건에 어떻게 반영할지, 이를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남녀고용평등법 상의 고용 성차별 위반의 형벌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등은 해결되어야 한다.

 

이상의 쟁점은 노동위원회에 고용 성차별 시정 절차를 마련하는 것에 장애 요인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20대 국회에서 고용 성차별 시정 절차를 노동위원회에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남녀고용평등법과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개정하여 고용 성차별 시정을 노동위원회의 기능에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어 고용 성차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용 #성차별 #노동위원회 #남녀고용평등법 
박선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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