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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버린 세금과 복지, 노조가 찾을 수 있을까?

장제우(장제우의 세금수업 저자)

등록일 2020년07월30일 17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안타까운 계절이다. 코로나19는 잡힐 기약이 없고 한국사의 거목은 황망하게 세상을 등졌다. 남은 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진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재조명되는 화두가 ‘전국민 고용보험’이다. 일종의 목적세를 보편적으로 인상해야 하는 과제인데 양대 노총 모두 이에 전향적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격세지감’이라고 말한다면 혹시 실례가 될까.

 

세금을 올려야 모든 이에게 이롭다

 

저자는 지난 2월 <장제우의 세금수업>을 출간했다. 황당하게도, 중산층은 물론이고 저소득층까지도 세금을 인상하고 복지를 발전시켜야 이들에게 이롭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숫자가 그렇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스스로를 반박하며 책을 끝맺었다.

 

마무리를 그렇게 한 이유는 뒤로하고, <표>를 통해 한국의 현주소부터 파악해 보자. 북유럽 4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한국을 비교한 것이다. 앞의 6개국은 주관적인 삶의 질 지표와 비주관적 지표에서 모두 우수한 사례들이고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경우다.

 


 

한국이 뒤처지는 근본 원인은 OECD 하위권의 고용률에서 나오듯 취업자가 적다는 점이다. 남성 고용률은 선방하고 있지만 여성 고용률은 크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성별 간 고용률 차이도 심대하다. 더욱 나쁜 것은 30%에 달하는 여성 저임금 비율과 남성 중위임금의 66%에 불과한 여성 중위임금의 비율이다. 모두 OECD 바닥에 자리한다. 한국의 상하위 10% 임금 경계값 격차를 OECD 최대로 만드는 주요인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취업자가 모자라고, 특히 여성 취업자가 부족하며, 그 와중에 저임금 여성 취업자가 너무 많다는 고질병이 있다. 자영업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노동시간이 장대하며, 열악한 노동여건의 일자리가 과대하다는 점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성별 간 고용률과 임금 격차가 문제다

 

이상의 지표들은 과도한 격차를 비롯한 한국의 노동시장 문제점들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려준다. 여타의 우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여성의 열악한 노동여건이 핵심이다. 괜찮은 사회에선 주가 되는 가구의 형태가 맞벌이이고, 그럼에도 출산율이 준수하며, 여성과 남성이 평균임금 언저리의 비교적 대등한 수입을 올린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임금 분포를 보면, 청년 세대부터 은퇴 전 세대까지 연공서열의 격차가 작고 성별 간 차이도 작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평균임금 언저리에 몰려 있는 셈이다. 남녀 고용률이 모두 높으며 그 차이도 근소하다. 출산 전후에 있는 여성들 외엔 거의 모든 여성이 유급노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평균임금 언저리에서 부부가 대등한 수입을 올리는 맞벌이 가구가 일반적이지 않다. ‘남성상위임금+전업주부 또는 여성저임금’의 구성이 과거의 ‘정상가족’을 이루는 가운데 주가 되는 유형이 없다. 이는 곧 가구 내의 격차와 가구 간의 격차가 모두 심대함을 의미한다.

 

근래 들어 여성 경력단절이 완화되고, 청년 세대에서는 성별 간 고용률과 임금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 출산율은 기록적인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에 커다란 지장이 있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복지 분야 중 사회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표>에서 사회서비스1은 보육·요양·재활·장애인 활동지원 등 모든 돌봄 복지의 GDP 대비 규모이다. 사회서비스는2는 여기에 재취업교육과 고용알선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더한 것이다. 이런 복지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밀접하다. 북유럽은 OECD 중 이 부문의 복지 지출이 유난히 많은 사례이다. 한국에 비해 100조 원 안팎의 세금을 더 쓴다. 북유럽은 남녀 고용률이 모두 높고 그 차이가 가장 좁혀져 있는데, 사회서비스 복지의 남다른 발전이 그 기반이다.

 

뉴질랜드나 스위스의 사회서비스는 한국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두 나라는 북유럽에 비해 성별 간 고용률 차이가 크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한국보다 월등하다. 민간을 중심으로 여성의 고용과 일ㆍ가정 양립을 해결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뉴질랜드는 출산 후 직장 복귀까지의 시간이 북유럽보다는 길고 스위스는 출산율이 북유럽보다 다소 낮아, 여성의 고용 및 생활여건에 미치는 사회서비스 복지의 강력한 파급을 엿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의 고질병들을 해소해 나가려면 여성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민간의 역량이 안 된다면 정부가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은 세출조정이나 대기업 및 부유층에 대한 증세만으로는 도저히 조달할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복지도 매우 빈약하다. 공적 부조, 저소득 노인에 대한 소득 보조, 장애인 보조금, 상병급여 등 사회약자를 위해 쓰이는 복지지출이 OECD 가장 작은 수준이다.

 

한국 국민은 여타에 비해 사적인 소비지출이 매우 많다. 사보험과 사교육에 들이는 돈이 OECD 단연 선두이다. 사보험 중도해지로 인한 원금 손실액은 매년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총액에 맞먹는다. 이런 낭비적 손해는 주로 저소득층이 입고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고액 임대보증금으로 말미암아, 전월세 보증금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현찰을 쏟아 붓는다.

 

한국보다 매우 적은 보증금, 사보험료,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나라들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도 여유소득이 생기며 복지까지 챙겨 받게 된다. 고르게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렇게 요약하면 말이 쉽지 사회의 모든 구조와 생활양식을 뜯어고쳐야 하는 일이므로 냉정히 말해 한국이 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정말 하기 어려운 것이다.

 

모두의 세금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가능성은?

 

숫자로 판단한다면, 한국도 모두의 세금을 늘리고 효과적으로 복지를 강화하며 이를 토대로 노동시장과 생활양식의 전면적인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높은 삶의 질을 고르게 향유하는 썩 괜찮은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런 사회는 <세금수업>에서 소개하듯 어떤 경제위기가 닥치더라도 전반적으로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세금을 늘리는 일은 숫자에서만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너무 어렵다. 국민적 조세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의 역량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 정치가 못하는 일을 노조가 하기는 더욱 어렵다. 가장 기초적인 복지제도인 고용보험을 취업자 대다수로 확대 적용하는 과제마저 만만치 않고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여러 복지제도를 성장시키기 위해 저소득층까지도 동참하는 보편증세를 실현한다? 경로를 상상하면 한숨이 먼저 나오는 일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바람까지 접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세금과 복지에 대해 바람직한 가치관을 갖고 있지도 않고 숫자에도 무지하다. 노조가 현재 정치권보다 건설적인 생각과 정보를 가진다고 해서 곧바로 정치가 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모두의 노동과 일상을 몰라보게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세금과 복지의 위대한 활용법에 대해 한국노총의 진지한 접근이 있기를 기대한다.

 

#노동자 #세금 #목적세 #보편증세#장제우


 

 
장제우(장제우의 세금수업 저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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