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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

등록일 2018년09월07일 17시0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세법개정안의 목표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 지난 7월 30일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등 주요 국정과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같은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세제 측면에서 뒷받침이 필요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정부는 지난 4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조세정책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된 개정안을 살펴보면 여전히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에는 미흡하였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주요 국정 과제를 뒷받침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부자 증세에 대해선 대기업들과 고소득자들의 조세저항 눈치를 보았고, 소득분배제도로서 근로장려세제가 개편되었지만, 대상자 선정 과정 및 최저임금제도의 위축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렇듯 올 해 세법개정안은 개정되었지만, 앞으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보완해야 할 사항이 많다. 본 기관지의 지면을 빌려 2018년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EITC(근로장려세제)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 EITC, 이하 EITC) 개편안이다. 기존 EITC 대비 지원 규모와 예산을 두 배가량 늘려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지원이 확대되었다. 소득분배 개선 효과와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3조 8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되는 매머드급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자 선별 과정 및 대상자 누락 처리 방법 등 개선점이 많다. 특히, 최대지급액한도 같은 경우 가구별 소득 가구 여부(단독, 홀벌이, 맞벌이)만 고려되는데, 이는 향후 자녀 수, 부양가족 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지급하는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제도를 위축시킬 우려 또한 존재한다. 제도 자체의 안정을 기해야 하는 시점에서 EITC가 자칫 최저임금제도의 위축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두 제도의 특성과 효과, 장단점 등을 충분히 파악하여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시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종합부동산세 

 

종합부동세(이하 종부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적정수준의 세금을 부과해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가격의 안정시킬 목적으로 부여하는 세금이다. 개정안 발표에 앞서 재정개혁특위에선 종부세의 과표를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의 비율(현 80% 수준)을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22년 10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권고하였다. 종부세는 시세의 30~70% 수준인 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지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뒤 다시 세율을 곱해 계산하기 때문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클수록 세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경제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권고안을 반영하지 않고 2020년 90%까지만 인상하기로 하였다. 반면, 주택가격이 6억 원 초과 12억 원 이하 구간에서 세율 인상 폭이 특위의 권고안보다 높은 0.1%(특위 권고안 0.05%)로 인상되었으며, 6억 원을 초과한 3주택 이상 보유자(시가 합계 19억 원)에게도 0.3%포인트를 추과 과세한다. 이는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주택분 과세대상은 27만 4,000명(2016년 기준), 세율 인상의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2만 6,000여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대기업들에 조세 형평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차후 시세보다 낮게 과세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보유한 토지에 적절한 과세와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통해 개편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인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서도 앞서 재정특위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과세기준을 현행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춰 기준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를 냈지만, 기획재정부는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우려, 고령 은퇴자에게 미치는 영향, 행정 비용 증가 등을 들며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소득이 높은 납세자에게 적절한 과세를 부여하는 것은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쉽다.

 

법인세 

 

법인세는 현행 22% 수준이지만 실질적인 부담률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계는 매년 서민과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도 법인세는 건들지 않았다. 일부에선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법인세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세수 절감 혜택이 서민과 일반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미치지 못함을 보더라도 이는 무리한 주장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수소차 및 R&D (연구개발) 세제 혜택만 보더라도 이미 충분한 기술력과 재원을 확보한 대기업만의 선물이 된 마당에 법인세의 동결은 대기업의 호주머니만 또다시 두둑하게 해주는 것이다.

 

기타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 장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는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총 6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위원으로 참석하는데 그 중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은 한국노총 사무총장 1명에 불과하다. 조세정책에 대해 노동계의 의견을 전달하고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위원구성만 보더라도, 노동계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추후 세제발전심의원회의 의원 구성에서는 노동계 위원 수를 대폭 늘려 노동자들이 보호받고 충분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노총 정책본부는 지난 8월 7일 위와 같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하였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ITC등 소득분배정책으로서의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제도 안착을 위해 세부 시행 방법이 구체적으로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10년 만에 나온 감세안이라는 점에서 조세정책에 대한 확실한 정부의 대책과 의지가 없다면 향후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세형평성 실현 및 세수확대 등 세부적인 조세정책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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